[남해] 대평포구
2026년 4월 이달의 바다에서 소개할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에 자리한 대평포구입니다.
'대평(大坪)'이라는 이름은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넓고 평탄한 지대에서 비롯되었으며, 말 그대로 '넓은 들'을 뜻합니다. 이 마을은 예로부터 '용왕난드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난드르' 역시 제주 방언으로 '넓은 들'을 의미합니다. 이름처럼 탁 트인 바다와 너른 땅을 품고 있는 이곳은 제주 올레길 8코스의 종착점이자 9코스의 출발점으로, 제주 남쪽 해안을 걷는 여행자라면 자연스럽게 이 포구를 지나게 됩니다.

<대평포구의 일몰>
역사적으로 대평포구는 고려 시대 원나라가 탐라 총괄부를 두던 시절, 제주마를 배에 실어 본토로 보내던 큰 포구였습니다. 그 때와 같은 거선들은 이제 없지만, 지금도도 작은 낚싯배와 어선들이 조용히 정박하며 포구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평포구 앞의 해안길을 따라 걷다 보면 수직으로 솟아오른 거대한 절벽이 시야를 압도합니다. ‘박수기정’이라고 불리는 웅장한 절벽은 생태학적으로 아주 흥미로운 환경을 만들어내는 공간입니다. 절벽이 바다와 맞닿는 조간대와 조하대에는 제주 남해안의 맑고 따뜻한 해류가 끊임없이 흘러들며 다양한 저서생물들의 서식지를 형성합니다.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현무암 암반은 홍조류와 각종 고착성 생물들이 자리를 잡기에 적합한 기질을 제공하고, 암반의 크고 작은 틈새와 조수웅덩이(tide pool)마다 서로 다른 소생태계가 만들어져 좁은 공간 안에서도 놀라운 생물 다양성이 유지됩니다. 암반 조간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홍조류·갈조류 군락 사이로 성게류, 갯민숭달팽이류, 군소류 등 다채로운 무척추동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제주 대평포구에서 바라다보이는 박수기정; 출처: 엄지사진관>
오늘날 대평포구는 제주 서남부 해안에서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포구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바위 틈과 조수웅덩이 안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작은 저서생물들, 그리고 그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온 이 포구가 앞으로도 건강한 생태계와 함께 그 자리를 지켜나가기를 바랍니다.
이상으로 2026년 3월 이달의 바다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