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필리핀 산 후안 맹그로브 현장조사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7-05-25l 조회수 1
지난 5월 19일부터 24일까지 필리핀 VIP 지역에서 맹그로브 조사를 수행하였습니다. 조사의 목적은 필리핀에서 서식하고 있는 맹그로브 나무의 생산성을 측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캄보디아 조사처럼 이 지역에서 맹그로브의 생산성을 측정한 선례가 없었기에 학문적으로 그 의미가 컸으며, 국가적으로도 한국이 한 때 필리핀으로부터 도움 받았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형태는 다르지만 이렇게 보답해줄 수 있어서 내심 기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늘 아래 맹그로브

<산 후안 Subukin 지역 맹그로브>

필리핀의 VIP 지역은 Very Important Person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니라 Verde Island Passage의 약자랍니다. 이 해역은 전세계적으로 해양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으며(Carpenter & Springer, 2005), 희귀종이나 위기종 또한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필리핀 정부에서는 이 곳의 높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자연 환경을 지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VIP 지역

<사진: VIP 지역 (출처: The Verde Framework, 2009)>

다이버들에게 바닷속 환경은 이미 명소로써 이름나있지만 저희 연구팀은 바다 속이 아닌 육상에 살고 있는 맹그로브에 주목하였습니다. 맹그로브의 중요성은 저희 연구실에서 꾸준히 언급하고 있으며(http://benthos.snu.ac.kr/?p=7948), 맹그로브는 해안가에서 태풍이나 해일을 일차적으로 받아줌으로써 사람에게 미칠 수 있는 자연 재해의 영향을 약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특히 필리핀에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인 이미지 후보 2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맹그로브 방파제 (산 후안, Subukin 지역)>

한 때 필리핀에서도 농업과 양식업의 확장을 위해 맹그로브를 베어내고 그 자리를 논과 양식장으로 채워넣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최근에는 필리핀에서 맹그로브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폐양식장과 같은 빈 공간에 맹그로브 식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한 종으로만 조림을 하여 생태적 다양성이나 병충해의 위협에는 취약할 수 있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나무가 너무 조밀하게 분포하고 있어 나무마다 충분히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습니다. 또한 이런 사업은 단기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맹그로브 복원지 맹그로브 자연 복원지

<맹그로브 복원지; 위: Pinagbayanan 지역, 아래: Imelda 지역 >

이야기 주제를 다시 저희 조사로 돌아와서 그 동안 했던 일을 말씀드리면, 이번 조사는 마닐라가있는 루손 섬 남동부에 위치한 산 후안(San Juan) 연안을 따라 조사하였답니다. 이번 조사가 다른 조사와 차별되는 한 가지는 본 조사부터 실험실에서 새로 마련한 DIVING-PAM II를 통해 맹그로브의 생산성을 측정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새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행착오를 몇 번 겪긴 했지만 무사히 새로운 장비로 조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조사 정점<맹그로브 조사 지역>

팸 측정 팸 측정 확대

투 샷

<측정 끝나기 전 포토 타임>

조사를 진행했던 다섯 지역들은 대부분 캄보디아처럼 넓은 숲이 발달한 환경은 아니었으며, 특히 일부 지역은 해안가를 따라 리조트를 건설하거나 양식장, 혹은 논밭으로 사용하려고 나무를 벌목하여 숲의 형태가 부분적으로밖에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숲 안에서도 맹그로브를 비롯해서 다양한 생물들이 자신들의 거처를 틀고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사진으로 보여드리는 생물들을 비롯해서 흰발농게와 망둑어도 볼 수 있었고, 다양한 새들과 곤충들까지 맹그로브 생태계를 꾸려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보지 못했지만 이 지역에는 가끔씩 원숭이가 출현한다고 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쯤 휴양 온 김에 구경해보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고둥 푸른 게

<사진: 맹그로브의 생명들>

때로는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하기 위해 작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강양 옆으로 울창하게 자란 맹그로브 숲 안은 마치 정글 한복판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였답니다. 사실 맹그로브 숲도 처음부터 이렇게 울창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땅에 조그마한 묘목 몇 그루가 지면 가까이에서부터 자라나기 시작했겠죠. 위로 위로 자라나면서 모든 잎이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게 나무는 잎을 배치시키고, 수관이 더 넓어지면서 그 밑으로 그늘이 생기고, 빛을 받지 못하는 잎은 걸러내면서 지금의 정글 같은 모습이 만들어졌을 겁니다. 당연하지만 재미있는 사실 중 하나는 수관 밖에서 햇빛을 받고 자라는 잎들은 생산성이 매우 높게 측정됩니다. 하지만 울창한 나무에 가려 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잎들은 그 만큼 광합성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또한, 비가 수시로 오는 열대 지역의 우기 기간에는 거대한 구름이 자주 발달하기 때문에 구름에 의해서도 빛이 차단되어 생산성이 낮아지기도 한답니다. 설명설명 이동 중 정글 같은 맹그로브

<강 따라 맹그로브 탐험>

생각보다 이번 조사는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조사하고 싶은 지역은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서 마음만 급해졌기 때문이었을까요? 어쩌면 사명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맹그로브 나무를 연구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본 연구처럼 맹그로브의 기능을 연구하는 사람은 더 없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점점 더 환경 친화적으로 바뀌어가고 환경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맹그로브는 미래에 충분히 주목할 만한 주제입니다. 어떠신가요? 저희와 함께 맹그로브를 구석구석 살펴보지 않으시렵니까? 마지막 이미지

<맹그로브, 꽃, 그리고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