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광양만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26-06-01l 조회수 162
2026년 6월에 소개드릴 바다는 남해의 대표적인 만 형태의 바다, 광양만입니다.

남해안 지도를 펼쳐보면 전라남도와 경상남도 사이에 깊숙이 파고든 만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광양만입니다. 동서로 약 27km, 남북으로 약 15km에 달하는 이 만은 여수반도와 남해도 사이로 바다와 연결되어 있고, 안쪽으로 갈수록 수심이 낮아지는 전형적인 반폐쇄성 내만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입구는 좁고 안은 넓은, 항아리처럼 생긴 바다입니다.

행정구역으로는 전라남도 광양시·여수시·순천시, 경상남도 하동군·남해군이 둘러싸고 있고, 섬진강을 비롯해 광양동천·광양서천·수어천 등 20여 개 하천이 이 만으로 흘러듭니다. 그러다 보니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이 넓게 형성되어,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사실 광양만 하면 많은 분들이 포스코와 광양항을 먼저 떠올리시는데요. 물론 지금은 대규모 산업지대가 들어서 있지만, 원래는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해산물 덕분에 인근 주민들의 삶을 오랫동안 풍요롭게 해온 전형적인 남해안 어촌 지역이었습니다.


<광양만 지도; 출처: 구글어스>

광양만이 품고 있는 자연환경은 생각보다 훨씬 다채롭습니다.

먼저 섬진강 하구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재첩입니다. 맑고 차가운 섬진강 물과 바닷물이 뒤섞이는 기수역에서 자란 광양 재첩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특산물로, 쫄깃한 식감과 구수한 국물 맛으로 유명합니다. 해장국으로도 인기가 많아서 광양과 하동 쪽에 가면 재첩국 전문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안 습지와 갯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광양만 일대는 흑두루미, 저어새 등 멸종위기 조류를 포함한 다양한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자 월동지로 기능합니다. 매년 겨울이면 수천 마리의 철새가 이곳을 찾아오는데, 탐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명소이기도 하죠. 갯벌 속에는 갯지렁이, 조개류, 갑각류 등 수많은 저서생물이 살고 있어 먹이사슬의 기반을 이루기도 합니다.


<광양만 갯벌; 출처: 서울대 benthos>

1980년대 포스코 광양제철소 건설을 시작으로 광양만 일대에는 대규모 매립과 항만 개발이 잇따랐습니다. 광양항 건설, 여수국가산업단지 확장이 연달아 이루어졌고, 항로 유지를 위한 준설도 지금까지 꾸준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광양만 전체 해안선 368km 가운데 절반 이상이 콘크리트와 철강으로 둘러싸인 인공해안선으로 바뀌었습니다.

바다 안쪽도 달라졌습니다. 매립으로 수면적이 줄어들면서 해수의 유속과 순환율이 전반적으로 감소했습니다. 쉽게 말해 예전보다 바닷물이 잘 안 돌아가는 '막힌 바다'에 가까워진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오염물질이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못하고 안에 쌓이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산업단지 인근 해역에서는 중금속과 유기오염물질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측정되고 있고, 저서동물 군집은 유기오염 상태로 평가되며, 어류의 종수와 개체수도 과거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정부는 광양만을 해양환경 보전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특별관리해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광양만의 환경이 나빠진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떤 공사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딱 집어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포스코 매립이 끝날 무렵 광양항 공사가 시작되고, 그 와중에 여수산단이 확장되고, 항로 유지를 위한 준설이 끊이지 않는 식으로 여러 사업이 수십 년에 걸쳐 겹쳐왔으니까요. 그런데 지금까지는 각 사업마다 따로따로 환경 평가를 해왔습니다. 해상풍력 단지 하나를 지을 때 그 영향만 평가하고, 바로 옆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준설이나 항만 공사까지 합쳐서 "이게 다 같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사실 제대로 따진 적이 없었던 셈이죠. 이걸 따지는 것이 바로 '누적영향평가'입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바다 생태계가 받는 충격이 즉각 나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준설 공사가 끝난 뒤 수질이 회복된 것처럼 보여도, 퇴적물 속에 쌓인 오염물질의 영향은 2~3년이 지나서야 생물에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사는 끝났지만 바다는 아직 그 충격을 소화하는 중이라는 뜻이죠. 게다가 만의 안쪽(내만)은 해수 순환이 잘 되지 않아 같은 광양만 안에서도 위치에 따라 받는 피해가 크게 다릅니다.


<광양만 갯벌; 출처: 서울대 benthos>

이런 문제의식에서 개별 사업이 아닌 여러 사업의 누적적 영향을 함께 평가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벤토스 연구팀이 광양만을 시범해역으로 삼아 과거부터 쌓인 20 이상의 환경·생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5개년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어떤 사업이 언제 어디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데이터로 밝혀내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개발 사업 허용 기준을 과학적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입니다.


<사진: 광양만 야경; 출처: 광양시>

광양만은 참 독특한 곳입니다. 세계 최대 수준의 제철소와 국내 2위 규모의 컨테이너 항구가 들어선 산업의 중심지이면서, 동시에 철새들이 날아오고 재첩이 자라고 봄이면 매화가 피어나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어쩌면 그 복잡한 공존 자체가 광양만이 가진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다만 그 공존이 앞으로도 계속되려면, 우리가 이 바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좀 더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6월 이달의 바다 소개를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