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마라도
<마라도의 전경, 출처: 오마이뉴스>
<먼 바다에서 본 마라도의 풍경, 출처: 탐나오>
마라도의 윤곽은 멀리서 보면 고구마처럼 길쭉한 타원형입니다. 전체적으로 평탄하지만 동쪽 해안은 바람과 파식 작용으로 절벽과 기암이 발달했고, 서쪽 해안에는 해식동굴들이 점점이 이어집니다. 현무암 기반의 해안은 파도가 맑은 빛으로 부서지며, 초여름이면 들바람에 억새가 흔들리고 겨울이면 빈 바람과 낮은 지붕의 집들이 섬 특유의 수평적 풍경을 만듭니다. 섬 둘레에는 정비된 산책로가 있어 바다와 절벽, 초지와 마을을 번갈아 만나며 원형으로 걸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남단 섬 마라도, 출처: 하나팩닷컴>
마라도의 상주 인구는 많지 않지만,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주민들이 어업과 소규모 숙박, 식당을 겸하며 섬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섬 중앙의 낮은 구릉과 서쪽 사면을 끼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며, 바다날씨가 좋은 날이면 관광객들이 산책로와 포토 스폿을 따라 여유롭게 섬을 누빕니다. 한국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작은 표지석 하나도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가파른 암벽으로 구성된 마라도, 출처: 트립젠드>
섬 동쪽 끝자락의 마라도 등대는 동중국해와 제주 남부 해역을 오가는 선박을 인도하는 ‘희망봉’ 같은 존재로 불립니다. 등대 앞마당에는 세계 각지 등대의 미니어처가 놓여 있어 바다와 항로의 역사를 함께 상상해 볼 수 있고, 바로 곁의 아담한 마라도 성당은 전복·소라 ·문어의 유선형을 닮은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한 포토 스폿입니다. 등대가 있는 언덕은 섬 풍경을 한눈에 담기 좋은 조망대로, 초록 잔디와 새하얀 등대, 코발트빛 수평선이 겹쳐지는 장면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선박을 인도하는 희망본 같은 마라도 등대, 출처: 비짓제주>
마라도는 ‘작아서 더 깊게 남는’ 섬입니다. 한 시간 남짓의 산책 속에서 절벽과 바람, 잔디와 등대, 바다의 냄새와 마을의 시간이 한 겹씩 포개집니다. 남쪽 끝이라는 말이 주는 상징성만이 아니라, 바다와 사람의 관계가 아직 단단히 이어져 있는 장소인 마라도를 알려드리며 9월의 바다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