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서남해조사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9-11-01l 조회수 1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 연구실에서는 지난 2008년부터 중국 측 대학 및 연구기관들과 함께 공동연구조사를 해왔습니다. 지난해 황해와 보하이해에서 수행되었던 한중황해공동 조사 이후로 올해는 중국 양쯔강이 우리나라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 서남해를 조사하고 왔습니다. 넓은 구역에서 동시 조사를 위하여 총 3개의 팀으로 나뉘어 Benthos 대원들이 출동하였는데요. 가장 먼저 Team 1의 이야기부터 만나보겠습니다. 한국 서남해> 한국의 서남해 조사 정점이 광범위하기에 두 팀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Team 1은 해남, 강진, 보성, 고흥, 지도, 영산강 하구를, 동시에 Team 2는 압해도, 자은도, 월산, 진도, 지도, 영산강 하구를 조사하였습니다. 해남군은 한국 최남단에 위치한 전라남도 최대의 군으로 203.9 km2의 면적이 간척되어 해안선의 굴곡마다 간척지가 있고 염전이나 김양식장들이 있는 지역입니다. OLYMPUS DIGITAL CAMERA

<해남>

 해남의 동쪽에 위치한 강진군에는 군 내 최대 하천으로 탐진강과 그 지류인 금강이 있습니다. 조사를 수행한 강진만은 여러 하천들이 흘러드는 만으로 주위의 해역보다 염도가 낮고 높은 영양염과 17.8도씨의 평균 수온으로 해조류 및 어패류가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입니다. 덕분에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곳으로 조사 중에 성인 남성 팔 길이 정도의 커다란 물고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OLYMPUS DIGITAL CAMERA

< 커다란 물고기도 서식하는 강진만>

 그 외 보성, 고흥, 지도에서 조사를 진행한 후, 마지막으로 들른 영산강 하구에서 해가 지는 모습은 마치 프랑스의 몽생미셸 못지않은 경관이었습니다. OLYMPUS DIGITAL CAMERA

<영산강 하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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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하구2>

  제주도> 마지막으로 Team 3은 우리나라 최대의 섬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본 Team에서는 앞선 Team들보다 색다르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더 많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조사는 협제해수욕장, 하모해수욕장, 이호테우해수욕장, 쇠소깍해변, 신양해변 총 5곳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첫날, 제주도에 발을 딛자마자 서편에 위치한 금능 해변으로 달려갔습니다. 금능 해변은 제주 한림읍에 자리한 곳으로 협재 해수욕장 옆에 나란히 있습니다. 현무암 층에 패사가 퇴적하여 해수욕장으로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곳이지요. 바람, 여자, 돌이 많은 섬 제주도답게, 사질 해변 곳곳에는 암반도 함께 보입니다. 조사하는 날에 날씨가 꽤 쌀쌀한데도 많은 관광객들이 바다를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목적은 조사! 이곳의 해수 온도가 어떤지, 염분은 어떻게 되고, pH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이 해안의 퇴적물이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고 어떤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들은 또 무엇을 먹고 사는지 샅샅이 조사하였습니다. T3-1

<조사하는 사진>

 어떤 생물이 서식하는지는 어떻게 아냐고요? 바로 방형구를 이용해서 생물이 파 놓은 서식 굴이나 섭식 흔적 등을 살펴서 조사합니다. 아래 방형구 사진에서는 갯지렁이 구멍이 보이네요. 모래를 파서 확인해보니 송곳갯지렁이류가 발견되었는데, 정확히 어떤 이름을 가진 녀석인지는 현미경 아래에서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습니다. T3-5

<방형구 사진>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신양 해변이었습니다. 신양 해변도 사질(모래) 해변으로, 깨끗하게 탁 트인 해변이었습니다. 본 조사 정점들은 해수욕장인 만큼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래해변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지만, 갯벌의 니질과 다른 사질인만큼 퇴적물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빠져나가 퇴적물 코어가 충분한 깊이로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T3-3

<퇴적물 코어 사진>

 방형구로 어떤 생물이 얼마나 사는지를 파악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만큼의 생물을 직접 채집하여 실험실에서 분석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신양 해변에서는 암반에 붙어있는 굴류를 채집했습니다. 요 녀석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요? 그리고 그 먹이들은 어디에서 온 것들일까요? 이후 나올 실험 결과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제주도 둘째 날에는 제주도의 동편과 남편을 조사했습니다. 제주도 동편에서는 성산 일출봉 근처에 있는 섭지 해변 부근을 조사했습니다. 정확히는 섭지 해변 반대편에 있는 작은 모래 해변입니다. 섭지 해변에는 관광객이 너무 많고, 항구와 가까워서 조사 지역으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여 섭지 해변의 반대편으로 이동하였습니다. T3-4.1

<풍경 사진1>

T3-4.2

<풍경사진2>

 11월인데도 수온은 18도로 상대적으로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물 밖에서는 바람 때문에 더 춥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곳은 사질 조간대와 암반 조간대가 혼재된 아주 특이한 환경적 특징을 보였습니다. 다만 생물의 흔적이 많이 보이진 않아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뿐, 아주 작은 생물들이 분명 서식하고 있을 겁니다. 이를 조사하기 위해 저서미세조류 및 중형저서동물 조사용 퇴적물을 채집하였습니다. 어떤 자그마한 생물들이 여기 가득 살고 있었을지 기대되네요!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제주도의 남쪽, 중문입니다. 중문 색달 해수욕장에도 겨울인 11월이라는 달이 무색할 정도로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심지어 바다에는 파도를 기다리는 서퍼들도 있었습니다. 역시 제주로구나, 하면서 서핑보드 대신 방형구와 샘플병, 스파츌라를 들고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신기한 듯 따라붙는 시선이 역시나 부담스럽긴 했지만, 샘플링하여 가져가 분석한 결과를 볼 생각하니 가슴이 당당히 펴지고 신나는 발걸음이었습니다. T3-6.1

<풍경사진3>

T3-6.2

<풍경사진4>

사람들의 발걸음이 덜 닿는 상부 조간대에서 생물들의 서식굴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생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삽으로 퍼내었더니, 갯지렁이가 몇 마리 발견되었습니다. 모래 해변에서 다양한 생물을 발견할 수 없어서, 암반 조간대로도 걸음을 옮겼습니다. T3-7

<갯지렁이 사진>

 암반 조간대로 가까이 갔더니 수십 마리의 갯강구들이 돌 밑으로 숨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바다바퀴벌레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퀴처럼 빠르게 숨어 달아다는 모습과 꽤 징그러운 생김새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실제로 더럽거나 나쁜 친구들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바다를 청소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갑각류에 속하는 생물로 바퀴벌레와는 거리가 먼 생물이지요. 아무튼 암반 조간대에는 확실히 모래 조간대에서보다는 생물이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작은 고둥류와 복족류들이 많이 보였고, 작은 조수 웅덩이에는 많은 생물이 숨어 살고 있었습니다. 조사 중에 만난 또 다른 생물로는 우리나라 전 연안의 암반, 자갈 조간대 그리고 수심 3m까지의 조하대에 주로 서식하는 군부가 있습니다. 군부는 바위에 딱 붙어있는 접지력이 엄청나 손은 물론 도구를 사용해도 좀처럼 쉽게 떼어지지 않습니다. T3-8

<군부 사진>

이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면서 일을 마치고 맛있는 제주 흑돼지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T3-9<흑돼지 고기사진> 

원래 계획되어 있던 다음 정점인 추자도행은 무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악화된 기상 탓에 추자도로 가는 배가 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추자도행은 포기하고, 마지막 정점인 제주도 북쪽, 이호테우 해변으로 향했습니다. 이호테우해변이라는 이름에서, ‘테우’는 얕은 바다에서 낚시나 해초 채취, 또는 해녀들의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던 통나무배를 칭하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제주 공항에서 굉장히 가까워 관광객들이 오며 가며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수질 측정, 퇴적물 채집, 규조류와 중형저서동물, 먹이망 분석용 생물 시료 등 빠진 것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이제 빠진 것이 없겠죠? 모든 조사를 끝내고 카페에 들러 잠깐 따뜻한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2박 3일간의 조사를 마무리 지어봅니다.   아름다운 제주, 이곳의 풍경을 누리고 돌아갑니다. 시료를 분석하며 제주도 바다의 또 다른 이야기를 저희의 방법으로 들을 수 있겠지요? 그 이야기를 다른 이들에게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