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2017극지 하계 연구캠프 – 남극생활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8-09-22l 조회수 1
  • 보급선, 하역, 성공적!
바다길이 넓고 수월해지는 하계에는 보급선이 세종기지에 귀중한 물자를 공급하게 됩니다. 그러나 올해는 변수가 많았습니다. 계속되는 궂은 날씨 때문에 보급선이 도착하기로 되어있던 날로부터 한 달이 훨씬 지나, 크리스마스가 되어서야 도착했습니다. 보급선이 도착하자마자 간밤에 월동대원들이 잠까지 반납하면서 컨테이너를 배에서 내리고 분류를 해 두었습니다. 아침식사를 하며 마주친 대원분들의 얼굴에 가득한 그 피곤함이란…… 미안한 마음 반, 감사한 마음 반이었습니다.

20171225_080658<컨테이너에서 꺼내기 시작한 식자재들. 이 양은 전체 식자재량의 반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사실 오늘은 정말 고비였습니다. 식자재라곤 깍두기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황. 냉동창고는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예정보다 보급선이 거의 한달이 늦게 들어왔으니, 다들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며 혀를 내둘렀거든요. 상황이 이러니 한 시라도 빨리 식자재를 창고에 옮겨야 합니다. 기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하역에 동원되었습니다.

20171225_093434<무겁기 짝이 없는 액체류(우유 및 주스)의 행진에 지쳐 잠깐 쉬는 시간>

그래도 다들 웃으며 일했습니다. 너무 늦어진 보급으로 인해, 많이 상해버린 야채를 본 조리장님의 얼굴이 때때로 심각해지셨지만요. 꾸역꾸역 들어오는 식자재에 저희는 환호성을 질러야 할지 비명을 질러야 할지 몰랐습니다. 두툼한 작업복을 입고 있던 사람들은 급기야 외투를 벗어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새참 만들 재료조차 없었기에, 우리는 급한대로 아이스크림 상자를 뜯어 휴식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20171225_084142<메로나 새참 시간!>

점심을 먹고 난 뒤에도 식자재 운반은 계속되었습니다. 그 다음 운반은 레일 없이 직접 날라야 했기 때문에 사진 찍을 힘도 시간도 없어 사진이 남아있지 않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든 식자재 하역 작업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부랴부랴 씻고 저녁을 먹으러 갑니다. 조리장님이 급히 꺼내 놓은 고기 하나로 모두들 행복했습니다. 20171225_180503그렇게 하루가 마무리 될까 싶었지만, 세종기지는 밤이 늦어도 해가 지지 않는 동네지요. 게다가 오늘은 남극에 온 이후로 가장 날씨가 좋은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하역을 하느라 분명 지친 상태였지만 김호상 학생은 1차 생산력을 측정하는 PAM이라는 장비를 꺼내듭니다. 전우조인 저도 옷을 껴입고 산책(?)삼아 밖을 나섭니다. (현장조사는 2인 이상이 수행하는 것이 철칙입니다.) 점차 이곳 환경도 익숙해지고 있고, 조사에 필요한 물품도 보급이 되었으니 이제부터 신나게 탐구할 일만 남았습니다.

20171225_190355<1차 생산을 측정하는 김호상 학생 뒤, 파란 하늘과 보급선>

20171225_192515<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바라보는 턱끈펭귄>

  • 펭귄과 산책
한국엔 산책을 하다 보면 참새, 까치, 고양이… 이런 동물들을 만나게 되죠? 남극에선 산책을 하다 보면 펭귄을 만납니다. 언제나 그렇듯 해변가에는 펭귄들이 먼저 와서 휴식을 즐기고 있네요. 부리가 붉은 젠투펭귄 여럿과 턱에 끈이 달린 듯한 턱끈펭귄은 이 곳 마리안 소만에 자주 나타나는 종입니다. 인근 펭귄마을에 서식지도 형성되어 있구요. 가끔 눈 주위만 하얀 검정색의 아델리펭귄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곤 합니다. 이들이 마을에서 벗어나 이곳까지 오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 1) 자기 둥지에서 새끼를 돌보고 있는 짝을 대신해서 알 또는 새끼를 보살펴야 하지만 잠깐 일탈하고 싶어 놀러 온 경우 2) 스쿠아(도둑갈매기류)에 알 또는 새끼를 빼앗겨 양육할 일이 없는 경우 3) 이번 해는 번식하지 않고 쉬는 경우. 이곳에 온 펭귄들은 모두 각각의 사연이 있는 것이겠죠. 20171230_154753 찰력이 뛰어나신 분들이라면 다른 사진들을 통해 마리안 소만 조간대가 대부분 자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겁니다. 이곳은 파도가 강하게 치기 때문에 뻘 같이 파도에 쉽게 휩쓸릴 수 있는 것들은 진작에 떠내려가고 비교적 무거운 모래와 돌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달그락달그락거리는 소리, 쏴아쏴아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잡념이 사악 사라지면서 지금 바로 이 곳에 더욱 집중이 되는 듯 합니다. 여기 자갈들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이렇게 극한의 환경에서 생물들은 그 동안 어떻게 버텨왔던 것일까, 미래에는 이 곳 환경이 어떻게 바뀔까 등등. 이곳에 있는 동안 해변가를 거닐면서 종종 사색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 세종기지의 체육대회
남극은 생각보다 특별한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나름대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죠. 2017년 마지막 날인 오늘(12/31), 오후에는 연말을 맞아 기지 체육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종목은 족구, 당구, 탁구 총 3 종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곳에 건물을 짓고 해체하시는 공사팀 대 월동대-하계연구팀이 팀을 이뤄 막상막하의 대결을 했다고 합니다. 당구 종목 연구팀 대표로 송성준 교수님께서 참여하고 계신 모습도 보이네요. 당구 승부는 어떻게 났을까요? 월동대-연구팀의 압도적인 승리였다고 합니다! 20171231_14112620171231_160731 이런 행사 자리에 다같이 축하하는 자리 빠지면 섭섭하죠. 오늘 저녁도 바비큐 파티가 진행되었습니다. 맛있게 구워진 고기도 먹고, 연구팀 대장님과 건설팀 대장님의 한 말씀도 들으면서 남극에서의 2017년도 저물어갑니다. 20171231_17245220171231_173914모두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원하시는 목표 모두 이루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머나먼 남극에서 인사 올립니다. 20171231_125605
  • 난생 처음 겪은 눈폭풍
남극에 도착한 이후 어느 정도 흐리고, 바람 불고, 눈이 날리는 날은 종종 있었습니다만, 오늘(1월12일)은 아침부터 빗방울과 함께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금새 잠잠해지겠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빗방울은 진눈깨비에서 싸리눈으로 변해갔고, 바람도 점점 더 강하게 불게 되었습니다. 눈폭풍은 오전부터 밤 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오죽했으면 근처 지나가는 배도 폭풍을 잠시 피하기 위해 마리안 소만으로 피항 올 정도였으니까요. 20180112_130133 20180112_23225420180112_232254바람이 없을 때 눈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지만 바람이 강해지면 눈이 내리는 각도가 점점 바뀌게 되고 일정 속도를 넘게 되면 지면과 평행하게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날은 눈이 강하게 때리는 데다가 바람도 강해 서있기조차 힘들고, 시야 확보도 되지 않아 어지간하면 기지 안에 있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잠시 욕심을 내려놓고 차분히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생각해 볼 것들, 정리해야 할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해나갔답니다. 20180112_090237하지만 문제는 밤에 일어났습니다. 바람이 너무 강해져 연구동 아래에 내려놓았던 짐박스의 뚜껑이 다 날아가버린 것입니다. 웬만한 바람에도 날아가지 않도록 무거운 돌을 두 세 개씩 올려놓았는데도 뚜껑이 날아가버릴 정도면 진정한 겨울철 블리자드는 얼마나 더 강할지 상상이 안되네요. 깨어 있던 연구원들이 내려와 강한 눈바람을 맞으면서 날아간 뚜껑을 찾았고, 더는 뚜껑이 날아가지 않도록 더 무겁게 뚜껑을 묶어두는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배한나 학생은 서있는 것조차 쉽지 않아 도중에 작업을 중단하고 기둥에 힘겹게 기대 있기도 했습니다. 남극 연구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20180112_222535 <왼쪽에 보이는 것이 연구원들 물건이 담긴 박스입니다. 뚜껑이 날아갔다는 말에 다들 내려와서 보수 작업 중입니다>

  • 폭풍 후 세종기지
지난 새벽, 거세게 휘몰아치던 블리자드가 잠잠해지고 이곳 세종기지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블리자드는 밤새 많은 눈을 쌓아 놓았을 뿐만 아니라 저 바다 깊은 곳에 살고 있는 해조류들도 다 뜯어서 해변가에 던져 놓고 갔습니다. 기지 주변 바다에 이렇게 많은 해조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에 놀랐고, 그 종류도 최소한 6가지 이상은 되어 보였습니다. 20180113_095747 OLYMPUS DIGITAL CAMERA우리는 밖으로 나가 조간대로 올라온 해조류를 신나게 채집하였습니다. 평소에 조간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해조류들도 많았습니다. 20180113_15172320180113_150552
  • 안전 기원 행사
오늘(1월 19일)은 기지에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번 차대에 새로 들어온 장비들이 앞으로도 잘 유지 및 작동할 수 있도록 기원식을 지냈답니다. 조디악, 트럭, 폐수 처리 시설, 발전기 등 새 장비들의 무사 작동을 기원하는 글을 적어 붙여놓고, 그 앞에는 조촐하지만 정성을 다해 제사상을 차려놓았습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돼지 머리네요. OLYMPUS DIGITAL CAMERA 20180119_16002620180119_160026한국에서는 ‘저게 뭐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차린 것이 많이 없게 보일 수 있습니다. 카스타드로 만든 케이크, 사과와 오렌지, 건오징어, 몇 가지 주류가 전부였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닌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이 아닐까요? 행사는 기지 대장님의 기원문 낭독으로 시작하여 팀마다 절을 하기도 하고, 단순히 기원만 하기도 하였습니다. 돼지 머리 곳곳에 원화, 달러, 페소를 가리지 않고 지폐가 꽂혀있는 모습을 남극에서 볼 수 있을지는 몰랐네요. 20180119_161604 20180119_162758
  • 30주년 기념행사

오늘(1월 23일)은 하계대원들 중 반 이상이 출남극을 하고, 남극세종과학기지 준공 3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해양수산부 장관님을 비롯한 귀빈 및 기자분들이 입남극을 하는 날입니다. 무척 바쁘고 분주한 날이겠지요? 오전에는 정든 하계대원들을 떠나 보냈습니다. 분명 정이 들었을 텐데 떠나는 이들의 표정은 왜 이리 하나같이 밝은 걸까요? 괜히 괘씸해서 물이라도 뿌려주고 싶었지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보냈습니다.20180123_112316<짐과 사람을 가득 싣고 떠날 준비 중인 조디악>

20180123_113108<다들 나와서 떠나는 이들을 배웅합니다. 남극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들이니 언젠가 또 만날 수 있겠지요?>

저와 같이 방을 쓰고 있으시던 박사님도 떠나고, 저는 룸메이트가 없는 텅 빈 방에 홀로 남아 30주년 행사를 기다렸습니다. 얼마 있지 않아 귀빈들 및 기자들이 하나, 둘 차례로 기지로 들어왔고, 공간이 넓은 중장비동에서 행사를 시작하였습니다.

20180123_161448<세종기지 30주년 행사 축하를 위해 해양수산부 장관님께서 방문해주셨습니다.>

정확히는 남극세종과학기지는 1988년 2월 17일에 완성되었으며,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아 한창 자라나야 했던 우리나라가 급속히 성장하여 이러한 극지까지 연구하는 선진국들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도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의 축하 연설 영상을 시작으로, 극지연구소장님, 해양수산부 장관님을 비롯한 여러 귀빈들의 축하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다들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하셨을 텐데 밝은 표정으로 말씀하셨고, 대원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따스한 악수가 이어졌습니다. 20180123_163419 20180123_16401820180123_164018기념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2088년에 개봉예정인 타임캡슐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이 날 보았던 문재인 대통령님의 축하 연설 영상과 국민들의 30주년 축하 인터뷰 영향을 함께 저장했다고 합니다. 과연 2088년에 저도 타임캡슐을 꺼내는 현장을 볼 수 있을까요?

20180123_171118<세종기지 100주년인 2088년에 개봉할 타임캡슐을 넣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어서 30주년을 기념하는 역사관 개관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역사관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데요, 기회가 되면 이곳도 꼭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180123_171505척박하고도 미지의 땅인 이 남극에 연구를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30년간 이어져왔습니다. 그 역사는 역사관 뿐만 아니라 세계에 보고된 놀라운 연구 성과들에, 어느새 나이가 지긋해진 1대 월동대장님의 뿌듯한 표정 속에, 이를 지켜보는 후학들에게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그 동안 극지 연구를 위해 힘쓰셨던 모든 분들과, 앞으로 힘써 나갈 우리 세대에게 응원을 전합니다.
  • 남극에서도, 열정 넘치는 연구 세미나!
이번 차대 때는 매주 토요일 오후에 하계대원들끼리 서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자신의 분야를 소개하는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펭귄을 연구하시는 이원영 박사님부터 시작하여 여러 박사님들께서 수고해주셨고, 오늘의 초청연사로 저희 송성준 교수님께서도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20180203_195318<중형저서동물에 대해 누구나 알아듣기 쉽게 발표해주고 계십니다.>

이 자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월동대원분들이 모두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아주 학문적인 내용보다는 조금 더 친근하고 쉽게 발표를 하셨습니다. 20180203_193810남극에서 채집한 따끈따끈한 중형저서동물들의 소식에 여기저기서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무쪼록 흥미로운 중형저서동물이 많이 발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80203_193734
  • 남극의 새
남극 연안 환경을 조사하기 위해 이곳 세종기지에 왔지만 사실 생태계라는 것은 특정 부분만 보아서는 절대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답니다. 저서생물끼리도 서로를 잡아먹지만 이 저서동물을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인 새에 대한 이해도 필요한 법이지요. 오늘은 가야봉과 펭귄마을 부근으로 향했습니다. 나간 김에 저희가 사용할 시료도 샘플링하긴 했지만, 주 목적은 조류(鳥類)팀을 도우면서 새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었습니다. 남극에 있다 보면 가끔 커다란 바다새가 멋지게 상공을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자이언트 패트롤입니다. 조류팀은 자이언트 패트롤을 관찰하기 위해 이들의 서식지 근처에 카메라를 설치 해두었습니다. 이 카메라는 시야에 있는 무언가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사진을 촬영하게 됩니다. 비록 자동이지만, 배터리를 갈아주고 사진의 저장장치를 교체해주는 것은 사람이 할 일이지요. 이를 위해 먼저 기지 뒷편에 있는 가야봉에 올랐습니다.

20180209_162228<가야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멋진 경치!>

제가 가보았던 여러 봉우리를 생각해보면, 가야봉은 꽤 갈 만한 곳입니다. 숨이 턱턱 차오르긴 하지만 약 30분이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거든요. 가야봉을 올라 능선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자이언트 패트롤의 서식처가 나타납니다. 예민하여 스트레스에 취약한 새들이어서, 매우 조심스레 접근하였습니다.

20180209_162349<며칠 사이 계속 눈과 비가 내려 카메라에 습기가 차있습니다.>

바톤 반도에 있는 자이언트 패트롤 중 일부는 스트레스로 인해 꽤 오랜 기간 번식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에 번식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사진도 최대한 멀리서, 조심, 또 조심하며 촬영하였습니다.20180209_162829<자이언트 패트롤의 새끼입니다. 꽤 많이 자란 상태라 새끼임에도 불구하고 스쿠아 같은 어지간한 바다새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새끼 새들이 너무나 귀엽지만 오래 보고 있을 수는 없죠. 필요한 일만 끝내고 빠르게 자리를 옮겼습니다. 다음은 펭귄 마을 가는 길에 있는 자이언트 패트롤의 서식처입니다. 펭귄 마을에 가려면 지나갈 수 밖에 없는 곳입니다. 사실은 저희가 녀석들의 서식처를 침범하는 것이지요. 남극에 온 초창기 때에는, 이 새들의 압도적인 몸 크기에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며 이곳을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이 녀석들에게 피해를 줄까 미안하고 조심스러워서 부들부들 떨며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20180209_165230<펭귄마을 가는 곳 주변의 서식처. 자이언트 패트롤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얼핏 보면 주변 바위와 구분이 가질 않네요.>

일을 끝내고 후다닥 저녁을 먹고 나오니 피로를 풀어주는 멋진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해가 저무는 남극 하늘. 아직 아기인 자이언트 패트롤들도 곧 저 멋진 하늘로 비상하겠지요. 아무쪼록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자라길 바랍니다. 20180209_203826
  • 남극에서 맞는 설날
하계 기간에 남극에 오게 되면 여러 공휴일을 이곳에서 보내게 됩니다. 크리스마스부터 시작하여 신정,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설날까지. 오늘(2월 17일), 비록 정작 여기서 TV를 볼 수는 없지만 어떤 문장이나 표현이 TV에서 나오고 있을지는 안 봐도 알 것 같습니다. ‘민족 대이동’ ‘설 연휴’ ‘명절’ ‘떡국’ ‘세배’ 남극에서 민족 대 이동을 할 수는 없으니, 여기서 설날을 보내야겠지요. 남극의 설 연휴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20180215_141347<만두피 반죽을 시작한 의료반 미인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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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5_165231<그 외 지글지글 익어가는 각종 전들>

설 명절의 열기(?)에 대부분 옷을 가볍게 착용했습니다. 저는 사실 집에서 보내는 명절 때 보다 더 많은 양의 녹두전을 부쳐야 했습니다. 처음엔 아주 동그랗던 녹두전이 시간이 가며 모양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20180215_152513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모두 함께 합동 차례를 드리고, 몇몇 박사님들께는 세배도 드리며 덕담이 오고 갔습니다. 식혜와 수정과도 개봉되어 명절 분위기를 한껏 냈지요. 서울에서 먼 곳, 이 남극 끄트머리 섬에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다니. 많은 사람이 함께여서 즐겁고 새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