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2017 극지 하계 연구캠프_1남극해안조사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8-09-22l 조회수 1
  • 펭귄마을 탐험
남극3

출처: 극지과학자가 들려주는 남극의 사계, 안인영 저 (2017)

저희는 지금 서울에서 17,240 km 떨어진 남극 한자락에 있습니다. 남극반도 끝자락, 킹조지섬, 세종기지에서... 세종기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과학기지로, 1988년 2월에 개소했습니다. 겨울철에는 바다가 꽁꽁 얼어붙지만, 우리가 방문한 여름철에는 바다가 녹아 해양 생물들을 채집하여 연구하기에 좋습니다. 세종기지는 정확히는 맥스웰만 동편에 있는 마리안 소만의 남쪽 해안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마리안 소만이 우리의 주요 연구 대상 지역이죠. 사실 시차적응도 덜 되었고, 피로도 덜 가셨지만 남극 조간대를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몸이 근질근질했습니다. 다만, 갯벌에선 베테랑일지라도, 남극에서 초짜인 저희는 남극 베테랑 대원분들을 따라 펭귄마을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DSCN8221 펭귄마을은 세종기지 남동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펭귄마을로 향하는 길은 언덕을 넘어가는 길과, 해안가를 따라가는 두 가지 루트가 있습니다. 이 날은 안개가 자욱하여 언덕 대신 해안가를 따라가는 안전한 길을 택했습니다. 우리가 보고 싶은 바닷가를 실컷 볼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자갈에 하얀 눈이 덮여 있기만 한 것 같았던 해안가는, 사실 신기한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조간대 표면 위의 눈을 초록빛,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조류(algae)는 어떤 종일까? 어떤 환경요인이 이들을 우점하게 하는 걸까? 해안가에 떠밀려온 해조류들은 어떤 종이고, 남극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지?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습니다. DSCN822520171219_102121 황량해 보이던 남극 조간대를 가만히, 그리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또 다른 놀라운 세상이 있었습니다. 돌 아래 숨어 살고 있던 갯지렁이류와 작은 편형동물, 고둥류가 있었고, 파도가 쳐서 생긴 스플래시 존과 조수웅덩이 안에는 요각류나 옆새우들이 있었습니다.

DSCN8326<돌 아래 숨어있던 작은 고둥류>

남극 조간대에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있다니! 좀 더 시간을 들여 찾아보면 분명 더 많은 생물들이 얼굴을 드러낼 것 같았습니다. 정말 가슴 설렜답니다. 조간대에 사는 생물들 하나하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면 분명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할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들과 잔뜩 나눌 수도 있겠죠! 우리는 남극 조간대를 그렇게 한참이나 더 거닐며 많이 보고, 기록하고, 느끼고, 생각하고, 토론했습니다. 내일은 또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참, 펭귄마을에 갔는데 펭귄 사진이 없으면 아쉽겠죠? 펭귄 사진을 마지막으로 오늘의 기행문을 맺습니다. 20171219_103639  
  • 해표마을 조사
오늘은 해표마을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번 조사를 나갔던 펭귄마을을 지나 훨씬 더 멀리, 포터소만 끄트머리까지 가야 있는 곳입니다. 최 간조시간은 오후 3시경이지만, 편도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꽤 먼 거리라 점심을 먹자 마자 바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현장조사를 나서는 길에 몇몇 분들의 우스개소리가 들려옵니다. “다녀오면 밥 맛 좋~을거야.” “오늘 밤은 잠 잘 자겠네.” 저희와 함께 가시는 베테랑 박사님께서도 너무 힘들면 돌아가도 괜찮다는 진담 반 농담 반의 조언을 건네십니다. 주변에서 하도 겁을 주니 ‘발이 푹푹 빠지는 갯벌도 종횡무진 할 수 있는데 이쯤이야’하는 자신감 뒷편으로 쉽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옵니다. 등산화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해표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펭귄마을 입구까지는 역시 걸을만 했습니다. 그 순간 펼쳐지는 펭귄 마을로 들어가는 언덕. 펭귄도 올라가는데 우리라고 못 올라가랴 싶었지만, 정신없이 올라가느라 사진 찍을 여유도 없었습니다. 경사가 얼마나 가파른지! 한참 헥헥대며 올라가니 펭귄똥밭… 아니 그야말로 펭귄마을이었습니다.

20171222_133815<눈밭 언덕을 낑낑대며 올라오면 펼쳐지는 펭귄마을! 녹색 조류들이 가득해 마치 초원같습니다>

사실 펭귄마을은 꽤나 악명높은 곳입니다. 가끔 길을 막아서는 무법자 펭귄 때문도 아니고(남극 길은 펭귄우선이기 때문에 피해주어야 하거든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눈 언덕 때문도 아닙니다. 바로 양계장에 온 듯한 지독한 냄새 때문입니다. 귀여운 펭귄을 꿈꾸는 누군가에게는 조금 슬픈 현실일지도 모르겠네요. 20171222_133905

<알 혹은 새끼를 품고 있는 펭귄들 주변으로 마치 방어진 같은 펭귄 똥이 지표면 위에 선명합니다>

위 사진 좌측 상단 쪽에 비상대피소도 보이네요. 붉은 네모모양의 컨테이너가 보이시나요? 저곳이 비상대피소랍니다. 바톤 반도에 유일하게 있는 비상대피소인데요, 급작스러운 기상악화에 대비해 몸을 피할 수 있는 장소랍니다. 다시 해표마을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온 만큼을 더 걸어가니 새끼 해표 한 마리가 자갈 길 한복판에 까맣고 큰 눈을 뜨고 저희를 말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녀석이 너무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길을 지나갔습니다. 20171222_134519 그렇게 도착한 해표마을 조간대에는 이때까지 보았던 것 중 가장 다양한 저서생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삿갓조개, 편형동물, 고둥류, 두 종류의 다모류, 그리고 꽤 다양한 단각류. 암반에도 녹색빛의 조류가 부착해 있는 것이 보였고, 주변에 쌓여 있는 눈에는 초록빛, 분홍빛의 snow algae가 관찰되었습니다. 오늘은 소조기라 물이 많이 빠지지 않았는데, 대조기때 조간대에 오면 더 다양한 생물과 다량의 해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171222_143725

<이 암반에는 어떤 조류가 부착하여 살고 있을까요?>

조금 힘들긴 했지만, 다양한 생물을 관찰하기 위해 나중에 해표마을을 다시 조사해 보아야겠습니다. 오늘은 그저 맛보기였거든요! 남극 조간대는 역시 들여다보면 볼수록 많은 것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이 보고, 느끼고, 공부해야겠습니다. 오늘도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어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 돌 밭! 남극 조간대!
그 동안 조금 시기에 조간대가 드러나는 것 만을 봐서 몰랐는데, 이곳 마리안 소만도 사리 때에는 조간대가 꽤 많이 드러나는 모양입니다. 아침에 밥을 먹으러 나오면서 해변가를 보니 벌써부터 뭍이 많이 드러나 있어 부랴부랴 조사 나갈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곳곳에 조그마한 웅덩이도 드러나있고, 그 웅덩이 안에는 수십 마리의 저서동물들이 열심히 헤엄치며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웅덩이 인근에는 착생하고 있는 규조류 때문에 표면이 누렇게 보이는 돌도 널려 있었습니다. 이건 마치 그 동안 실험할 시료를 거의 확보하지 못해 우울해 있던 저희에게 신께서 연말 선물을 주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20171231_113056

<조수웅덩이 주변 돌 위에 누런 연두빛으로 조류가 착생하여 살고 있습니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각자 채집 도구를 들고 열심히 시료를 주워 담기 시작했습니다. 한 명은 채집용 네트를 들고 바닥을 휘젓기 시작했고, 다른 한 명은 열심히 노랗게 변한 돌을 줍고, 다른 한 명은 근처에 보이는 생물들을 채집하였습니다. 특히 웬만해선 얻을 수 없는 조그마한 문어와 남극 대구 사체까지 발견하여 로또에 당첨된 것보다 더 기뻤답니다.20171231_110311 저희가 샘플링을 하고 있던 순간이 근처에 있던 펭귄에게는 마침 식사 시간이었나봅니다. 꽁지 정리도 하고,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기 전에 준비운동도 하고 있네요. 20171231_114455 저희는 이제야 여기서 엄청나게 많은 저서동물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아마 펭귄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이곳이 유명한 무한리필 맛집으로 소문났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첫 정기조사
마리안 소만에서의 조사는 사리 때에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 다음날, 저희의 정기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마리안 소만 빙벽이 무너지거나 녹아내리게 되면 조간대의 환경과 생물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보는 조사입니다. 수질 측정, 저서/착생규조류의 군집을 보기 위한 샘플 채집, 1차 생산 측정, 먹이망을 알아보기 위한 다양한 동식물 샘플 채집 등 몸이 무척 바쁜 조사입니다. 요리실력이 출중한 조리장님께서 만들어 주신 주먹밥을 점심 도시락으로 챙기고, 만반의 준비를 한 뒤 조사를 시작하였습니다. 기지 주변에서 한창 열심히 조사를 진행하다 아래 사진과 같은 것도 보게 되었습니다. OLYMPUS DIGITAL CAMERA

<뒤집어져 있는 삿갓조개와 그 살을 파먹고 있는 단각류들>

기지 주변 해안에서 상당히 우점하고 있는 단각류였습니다. 꽤 큰 크기(1~1.5 ㎝)의 단각류라서 정말 이 단각류가 착생 규조류나 해조류를 먹고 살까, 하고 의문이 있었는데 눈이 번쩍 떠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좀 징그럽기도 했지만,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이 더 커서 얼른 채집하였습니다. 기지 주변 조사를 마친 뒤 간조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펭귄마을로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점심때가 다가오자 슬슬 배가 고팠지만 주린 배를 움켜쥐고 조사부터 시작하였습니다. 20180102_130455

<조사를 위해 차디찬 남극 바닷물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송교수님! 뒤쪽엔 1차 생산을 측정하는 김호상 학생을 펭귄들이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네요>

시린 남극 조간대에서 불꽃같이 조사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낭만적인 점심식사는 아니었습니다. 펭귄 언덕에서 펭귄들의 똥냄새(양계장 냄새와 흡사해요)가 바람에 실려 불어오고, 너무나 추웠거든요. 해서 점심을 먹는 동안 제대로 된 사진이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20180102_132326

<없어진 정신만큼 삐딱하게 기울어진 수평선. 그래도 저희, 웃고는 있었습니다.>

다 식어버린 주먹밥이었지만, 그래도 배가 부르니 몸은 따뜻했습니다. 따뜻해진 몸으로 돌아오는 중에도 주변 해안을 탐색했습니다. 더 많이 보고 싶고, 더 많이 알고 싶은 바다가 가까이에 있어 무척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저희는 내일도 행복하게 조사할 예정입니다.  
  • 마리안 소만의 빙벽, 그리고 조간대
저희는 마리안 소만의 빙벽이 후퇴함에 따라 조간대의 환경과 생물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하는 것이 이번 조사의 큰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빙벽과 최대한 가까운 조간대도 조사할 필요가 있겠지요? 해서, 오늘은 조디악을 탔습니다. 빙벽과 가장 가까운 조간대는 아직 빙하로 덮여있어 도보로 접근할 수 없답니다. 조디악으로 빙벽과 꽤 가까운 곳까지 갔습니다. 빙벽이 반사되어 바다가 우윳빛이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광경을 사진으로도 찍어보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 못했습니다. 속상하네요, 정말 아름다웠는데 여러분과 충분히 나눌 수가 없다니…. 2018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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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행복해진 배한나 학생. 팔이 조금 짧아 보일 수 있는데, 착시현상입니다!>

이 아름다움을 뒤로 하고 바다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조간대 암반 지역에 접안하였습니다. 다이빙팀과 함께 나간 조사였기에 다이빙팀은 먼저 입수를 하였고, 저희는 부지런히 조간대 조사를 수행했습니다. 조사 도중 빙벽이 무너졌는지 급작스레 너울이 생겨 당황하기도 했지만, 안전히 조사를 마쳤답니다. 20180103_141622

<다이빙 조사 수행 모습. 환상적인 광경이지요?>

 
  • 어게인, 해표마을
세종기지의 교통수단으로는 설상차와 조디악이 있습니다. 다만, 하계에는 눈이 많이 녹기 때문에 설상차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조디악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하게 됩니다. 때문에, 해표마을로 이동할 시에는 2시간을 도보로 이동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희가 운이 좋았습니다. 해표마을 조간대를 조사하는 분들이(해조류, 지의류 조사 등) 많이 몰려 있었고, 짐도 많은 관계로 조디악을 타고 이동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OLYMPUS DIGITAL CAMERA

<세종기지를 뒤로 하고… 다녀오겠습니다!>

대조기때 방문한 해표마을은 지난번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훨씬 넓은 조간대와 커다란 조수웅덩이 등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저희가 함께 이동한 팀은 고영욱박사님 주도의 해조류 조사가 목적이었는데요, 정말 해조류가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OLYMPUS DIGITAL CAMERA

<해조류가 밀식하는 조수웅덩이에서 1차 생산을 측정하고 있는 김호상 학생>

오늘따라 유난히 해표들도 많이 올라와 쉬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이동하는 길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 쉬고 있는 탓에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움직였습니다. 20180104_140501

<해변에 올라와 쉬고 있는 해표 무리들. 해표들의 단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최대한 살금살금 움직입니다>

해표마을 조간대는 들여다볼수록 신기했습니다. 이때껏 본 적 없던 복족류가 해조류 사이에 숨어있는가 하면, 밀려드는 파도에는 단각류들이 버글버글했습니다. 한창 조사를 하다, 수질 측정을 하려고 고개를 들었더니, 뭍으로 올라오려던 해표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해표는 우리 집에 웬 불청객인가 하며 저를 쳐다보았고, 저는 수질 측정해야 되는데……. 하며 해표를 빤히 바라보며 뒤로 물러났습니다. 해표도 불청객들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는지 다른 장소로 옮겨 가더군요. OLYMPUS DIGITAL CAMERA

<심기가 불편한 듯 불청객들을 빤히 바라보던 해표>

해표의 쉼터에 침입한 건 저희이니, 미안한 마음으로 빠르게 조사를 마쳤습니다. 좋은 물 때, 멋진 풍경, 신기한 동물들. 오늘도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20180104_143142

<해표마을 풍경>

 
  • 위버반도 조사
이번엔 좀 특별한 곳에 조사를 하러 떠납니다. 항상 바톤반도에서만 조사를 했었는데, 세종기지 건너편에 위치한 위버반도로 조사를 가게 된 것입니다. 조디악을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위버반도로 가는 모든 사람들은 구명복을 입고 배에 올라탔습니다. 20180114_090431 위버반도는 바로 앞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에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조디악은 위버반도에 있는 비상대피소 앞에 저희를 내려주고는 다음 일정 때문에 급하게 연안에서 빠져나갔습니다. 20180114_091813 위버반도 조간대에 대해서는 하나도 아는 바가 없어 우선은 주변 탐색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당시 시간이 아침 9시 반 정도였고, 오후 5시에 다시 데리러 온다고 했었으니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비상대피소 왼편에 있던 암반 조간대 웅덩이였습니다. 물이 이곳까지 차올라서 섞이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고, 오랜 세월에 걸쳐 파도가 바위를 만나 깨지면서 그 물방울들이 바위 틈에 고여 만들어진 것 같았습니다. 이 웅덩이 주민들 구성은 녹조류, 규조류, 요각류 정도로 단순해 보였지만 이런 작은 환경에서도 나름의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항상 그랬듯이 저희는 스파츌라를 사용해 돌에 붙어있는 조류들을 긁어내고 웅덩이를 막 휘저으면서 작은 요각류들을 채집하였습니다. 20180114_094411 위버반도 조간대에도 눈이 녹은 물이 모여 개울처럼 흘러내리는 곳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개울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 염분이 크게 변하기 때문에 변화에 잘 견디는 녀석들이 살기 마련입니다. 이런 곳에서도 샘플을 하나 채집해서 분석해보려고 합니다. 20180114_101910 세종기지가 위치한 바톤반도와 다르게 이 반도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해변가에 녹조류가 새카맣게 덮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톤반도에서는 초록초록한 착생조류나 해조류가 우점하는 해변이 우세했다면 이 곳은 비교적 거뭇거뭇한 돌들이 넓게 분포하고 있었습니다. 대신 여기에는 돌에 붙은 먹이를 긁어 먹는 삿갓조개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20180114_110651 20180114_125932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어 다시 비상대피소로 돌아갔습니다. 날이 춥지 않아 밖에 둘러 앉아 주방에 주문하여 가져온 주먹밥과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라면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야외에서 적절히 간이 밴 참치 주먹밥을 뜨끈하고 얼큰한 라면과 함께 먹는 맛이란. 20180114_134816 에너지를 보충하였으니 이번엔 색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바로 산 위에 있는 호수에 사는 빨간 요각류를 채집할 것이랍니다. 경사도 꽤나 급한데다가 오랜 시간 풍화 작용에 의해 깨진 돌 때문에 자꾸 미끄러져 오르기가 더욱 힘들었습니다. 20180114_14380720180114_130158 그렇지만 마침내 호수가 있다는 높이까지 올라왔고, 힘들었던 것을 잊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에 매료되었습니다. 20180114_14413020180114_144324 각자 원하는 시료를 샘플링하고 내려가야 하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올라왔던 곳으로 내려가기에는 경사가 너무 급해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시간도 벌써 세 시가 다되었기에 두 시간 안에 다시 비상대피소로 돌아가야 할 생각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안전 문제 때문에 왔던 길보다는 다른 길을 찾기로 결정했고, 마침 다행히 같이 위버반도에 조사하러 왔던 다른 팀의 발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길잡이처럼 발자국을 따라 조심스럽게 따라가니 기지가 보이는 쪽까지 산을 타고 오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해변가까지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20180114_151459

<앞선 대원들의 발자취를 찾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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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를 따라 돌아오는 길에 산에서 먼저 내려온 다른 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스쿠아라고 부르는 도둑갈매기를 연구하는 팀이었는데, 스쿠아에 붙어 사는 기생충을 샘플링하고 스쿠아의 외형을 조사하고 계셧습니다. 이 조사를 통해서 어떤 주제의 논문이 발표될까 궁금하네요. 20180114_162451 스쿠아를 연구하는 팀원들과 함께 무사히 비상대피소에 복귀하여 기지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기지 주변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신기하기도 했고, 짧은 시간 안에 버라이어티한 조사를 한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