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2017 극지 하계 연구캠프 – 입남극편
이번 저희 실험실의 연구 무대는 남극입니다. 새하얀 눈으로 덮여있는 지역이지만 남극 대륙도 한반도와 마찬가지로 바다와 만나는 접점 지역에는 조간대가 형성되어 있답니다. 이번 조사 목적은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후퇴하면(녹거나, 깎여 나갑니다!) 인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는 것입니다. 조사 지역은 최근 빙하의 후퇴 현상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는 마리안 소만(Marian Cove)입니다. 이 지역 아주 가까이에 우리나라 세종기지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빙하는 내리는 눈이 쌓여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바닷물과는 성분이 다릅니다. 따라서 빙하가 녹은 물이 바닷물로 유입된다면 그 주변에 사는 생물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겠죠. 이 엄청난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송성준 교수님을 비롯하여 배한나, 김호상 학생이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답니다. 남극 세종기지로 가는 길은 꽤 멉니다. 우선 인천공항에서 출발하여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거쳐 칠레 산티아고, 그리고 중간 목적지인 푼타아레나스까지 이동합니다(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이곳까지가 중간 목적지입니다!). 이곳에서 남극으로 가는 다른 팀들과 합류한 후에 남극으로 들어가는 대장정이랍니다. 순 비행 시간만 27시간이고, 이동 시간만 최소 40시간이 넘게 걸린답니다. 무사히 남극까지 잘 들어갈 수 있을까요?
<인천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세 명의 기념사진입니다. 아직까지는 희망찬 모습이 가득하네요.>
<경유지인 오클랜드. 장거리 비행에 다들 점점 초췌 해지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달리 칠레에서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습니다. 깨끗한 하늘과 새하얀 구름들, 그리고 세월을 이겨내고 있는 옛사람들의 흔적들.
선대의 흔적들을 후대가 찾고 따라가는 그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저희 노력들 역시 시대의 한 순간에 기록되고, 그것이 계속해서 후대에 좋은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 있도록 치열하게 공부하려고 합니다. 칠레에서 다른 팀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남극 조사의 베테랑이신 박사님께서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예전에 기상 상황이 나빠서 거의 일주일 푼타아레나스에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어휴, 진짜 할 게 없어요. 이 동네 호구조사를 아주 다 하고 다녔다니까요? 뭐 요 최근에는 입남극이 연기되는 일이 별로 없지만요.” 그리고 남극으로 들어가기로 예정된 그날 밤, 밤새 비바람이 창문을 두들겼습니다. 밥을 먹기 위해 밖을 나섰던 일행은 비와 우박을 맞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하루, 이틀… 입남극이 연기된 것입니다.
<먹구름이 잔뜩 낀 푼타아레나스의 하늘>
<소태처럼 짜던 엔초비 피자. 연구실 사람들이 봤다면 깜짝 놀랐을 거예요. 호상이가 피자를 남기는 일은 기적에 가깝거든요!>
드디어 연기됐던 비행기가 뜨기로 한 17일 자정. 공항에서 새벽 서너 시까지 뜬눈으로 기다렸지만, 결국 비행기는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되돌아왔습니다. 돌아와보니 떠돌이 개가 호텔 로비 소파에 당당히 엎드려 취침 중 입니다. 다들 “개팔자가 상팔자네~” 하며 부러운 듯(?) 서둘러 각자의 침대로 돌아갑니다. 벌써 한국을 떠난 지 일주일이 다 되어갑니다. 다음날은 꼭 비행기가 뜨기를 기도하며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입남극 할 뻔 한 새벽, 호텔 로비에서 취침중인 떠돌이 개>
다시 입남극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간절한 소망을 가득 담아 공항으로 향하기 전 호텔에서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떠나기 전 호텔에서 찍는 마지막 사진이 되길 바라면서요.
<극지 하계 연구캠프를 위해 파이팅!>
그리고, 드디어 남극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이제야 끝났습니다. 공항에서 새벽을 보낸 뒤 쪽잠을 잔 탓에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남극을 향한 설렘으로 잔뜩 부풀었습니다. 남극이라니! 다시 생각해보아도 이 얼마나 멋진 연구 지역인가요?
<드디어 화창해진 푼타아레나스의 날씨, 출발 직전 공항>
비행기를 탄지 2시간쯤 지났습니다. 고도가 낮아지며 남극 대륙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베테랑 여행자들이 비행기 탈 때 그런 팁을 주곤 하죠? 비행기 좌석은 복도가 편하다고. 그러나 남극 대륙이 보이는 순간 우리는 모두 초보 여행자가 되어 창문에 바짝 붙어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하얀 눈에 덮인 대륙과 시린 바다. 감탄사가 터져 나왔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이는 남극>
<순간 날아가버린 피로감. 내가 남극 대륙을 밟고 있다니!>
<CHAMP팀 모두 모여 있을 때 촬영했던 단체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