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무어링 조사-증도
여러분은 갯벌을 주제로 하는 다큐멘터리에서, 혹은 해변가에서 직접 갯벌에 물이 차오르거나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관점으로 보는 밀물과 썰물은 단순하게 물의 높이가 높아지면서 갯벌이었던 곳이 물로 덮이거나, 물 높이가 낮아지면서 바다였던 곳이 다시 갯벌로 변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이 찼을 때(만조)와 빠졌을 때(간조)의 증도 선착장 갯벌의 모습>
그렇지만 저희가 공부하고 있는 저서생물에게 밀물과 썰물은 정말 엄청난 환경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쓸려가지 않기 위해 퇴적물 안으로 숨어야 하는 생물도 있고, 물이 빠지면 말라버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촉촉함을 유지해야 하는 생물도 있죠. 저서미세조류 역시 밀물과 썰물에 민감한 생물 중 하나랍니다. 저서미세조류도 자기 나름대로 쓸려가지 않기 위해 퇴적물에 숨지만, 일부는 밀물과 썰물에 휩쓸려 물 따라 이동하게 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썰물을 따라 외해까지 떠내려간 저서미세조류는 그곳의 물고기나 다른 생물의 먹잇감이 된다고 합니다. 저희는 갯벌에서 외해로 떠내려가는 저서미세조류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싶어 지난 7월부터 실험을 하나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이 빠져나가는 길목에 장비를 설치해두고 미세조류가 가지고 있는 엽록소의 농도를 자동으로 기록하여 일정 부피 내에 얼마만큼의 미세조류가 떠내려가고 있는지를 알아내려는 것이 이번 실험의 목적입니다. 실험에는 아래 사진에 나와있는 장비를 사용하였습니다.<엽록소 농도를 자동으로 측정해주는 무어링 센서>
이 장비가 미세조류의 농도를 측정하는 원리는 간단합니다. 장비 아래에 위치한 센서에서 빛이 나오고, 미세조류로 인해 반사된 빛의 양을 측정하여 미세조류의 농도를 기록합니다. 미세조류가 많으면 돌아오는 빛이 많고, 미세조류가 없는 깨끗한 물이면 돌아오는 빛이 거의 없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지요.<엽록소 농도 측정시 푸른 빛을 발광하는 센서의 모습>
실험은 전남 신안군 증도 갯벌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갯벌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있고, 썰물 시기에는 이 다리 밑으로만 물이 지나가기 때문에 실험하기에 딱 좋은 지역이랍니다. 감사하게도 주민들이 허락해주어 지난 7월부터 다리 기둥에 장비를 설치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외해로 빠져나가는 미세조류의 농도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바닷물 속으로 서서히 잠기는 무어링 센서>
혹시나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을까, 누가 장비를 치워버리거나 가져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매일 지켜보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궁금하기만 합니다. 이 결과를 통해 갯벌이 갯벌에 사는 생물을 키울 뿐만 아니라 먼 해역에 사는 생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희도 어서 빨리 측정된 데이터를 보고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