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아침을 여는 섬, 독도 탐구 기행 (6월5일 ~ 6월8일) 8일차(17/06/05): 초록 물결 일렁이는 죽도 추가 조사를 위해 울릉도에 남은 조사원들은 오후 시간을 활용해 죽도 조사를 수행키로 했습니다. 죽도행 배를 기다리며 선발대가 탄 배가 육지를 향해 떠나는 모습을 뒤로하고 도동항에서 시작되는 행남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절벽을 따라 난 산책로는 모퉁이를 돌 때마다 한 편엔 장엄한 기암이 모습을 드러냈고, 다른 한 편엔 동해의 맑은 물이 손에 잡힐 듯 하였습니다. 바닷물이 너무도 청명하여 바라보고 있자니 눈동자 속으로 쏟아져 들것만 같았습니다. 울릉도의 절경에 취해 30분쯤 걷고 있자니 죽도행 배가 도동항으로 입항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행남산책로와 도동항에 입항하는 죽도행 유람선>
유람선을 타고 맑은 공기를 가르며 15분 남짓, 초록빛이 일렁이는 죽도에 도착하였습니다. 울릉도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섬인 죽도는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대나무가 많이 자라 대섬 또는 대나무 섬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대나무 잎이 바람을 따라 일렁이면 섬 아래에는 푸른 바다가, 위에는 초록 바다가 넘실대는 듯한 풍광을 자아냅니다. 이런 죽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 위한 첫 관문은 364개의 나선형 계단입니다. 죽도에 온 관광객들은 이 계단을 올라 죽도의 산책로와 전망대로 향합니다. 조사팀은 적당한 조간대를 찾아 관광객들과 반대로 향했습니다.
<죽도 선착장의 나선형 계단>
오래전 울릉도와 하나의 섬이었으나 파도에 의해 분리되었다는 죽도. 침식에 의해 깍아지른듯 경사가 급하여 조간대가 크게 발달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 틈바구니에서 거북손과, 따개비, 군부, 고둥과 게를 비롯하여 해조류 사이사이에선 단각류와 갯지렁이, 편형동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척추동물이 발견되었습니다. 얼핏 보기엔 거센 파도와 척박한 환경으로 생물이 없을 듯한 곳에 수 많은 생명이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죽도 조간대 생물 채집 중인 조사원들>
<죽도 조간대의 생물들><죽도 조간대에서의 기념 촬영>조사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러 어느덧 유람선이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촉박한 시간 탓에 죽도를 모두 돌아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사진으로 죽도에 왔다는 발자취를 남기는 것으로 달래고 배에 몸을 실었습니다. 일찍 숙소에 도착하여 시료를 정리한 뒤 내일 새벽부터 있을 독도 조사를 위해 모두들 이른 잠을 청하며 울릉도에서의 8번째 밤을 보냈습니다.
9일차(17/06/06): 한국의 아침을 여는 섬, 독도. 잔류팀의 주요 목적인 독도 조사의 날이 밝았습니다. 조사원들은 4시 30분에 기상하여 장비와 짐을 최종점검하고, 5시에 저동항을 향해 출발하였습니다. 숙소를 나서 해안도로에 접어들자 미처 떠나지 못한 잠들이 늑장을 부리는 탓에 졸린 눈에 들어온 것은 선명하게 붉은 울릉도의 일출이었습니다. 독도를 지나쳐왔을 태양을 바라보며 차를 달려 저동항에 도착하여 오늘의 조사선이 되어줄 ‘뉴포세이돈 호’에 짐을 부렸습니다. 출항인원은 KIOST의 김웅서 박사님과 김윤배 박사님, 민원기 박사님, 김성수 연구원 그리고 우리 조사원 3명까지 총 7명이었습니다. 선실은 성인 일곱이눕기엔 비좁았지만 새벽의 졸음은 그마저도 아늑하게 느껴지게 하기에 충분했고, 어느 샌가 일곱명 모두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울릉도 해안도로의 일출>둔탁한 엔진음에 눈을 뜨자 배는 이미 독도 동도의 항에 접안 중이었습니다. 조사원들은 분주하게 각자 맡은 조사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하늘도 조사를 도우려는 듯 바람은 부드럽고 바다는 잔잔하였습니다.
<독도 조하대 조사를 준비중인 민원기 박사님과 조사원들><민원기 박사님과 김동우, 이종민 학생의 첫 조사 시작 전 배 위에서의 모습> 10시를 약간 넘긴 때에 조하대 3개 정점과 조간대 4개 정점으로 계획된 독도 조사의 첫 조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목표 지역은 해녀바위 전방의 해저. 물이 너무 투명하여 해수면에서 바닥의 돌들이 선명히 보이는 탓에 그리 깊어 보이지 않았으나 보기와 달리 입수 수심은 25 m였습니다. 민원기 박사님께서 설치해 두었던 ADCP 회수를 위해 인양 로프를 설치하는 동안 조하대 저서생물 채집을 수행하였습니다. 약 30여분의 조사를 마치고 출수하였을 때, 조사원들은 해외의 바다를 연상케 하는 수 십 미터의 시야와 산호를 비롯하여 히드라, 대황 군락들 그 사이사이의 다채로운 생물들로인해 15 ℃의 수온마저 잊은 듯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게 순조로울 것만 같던 조사는 첫 조사 이후 삐걱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ADCP가 인양 중, 암초에 걸린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항에 접안하여 휴식을 취한 후 민원기 박사님께서 다시 잠수하여 걸린 부분을 빼내야 했습니다. 뜻밖의 사건으로 일정을 예측할 수 없어 조사원들은 재잠수를 위한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조간대 조사를 수행하였습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채질은 배로 돌아와서 수행해야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채집된 생물들을 보자니 독도 조간대의 풍부한 생명력을 확인하는 데에는 모자람이 없는 듯 하였습니다. <해녀바위 인근 조간대 조사 중인 조사원들>
<부채바위 조간대에서 채집된 생물들>육상조사팀 합류 후 김윤배 박사님께서 준비해 오신 점심을 먹고 조사를 재개하였습니다. 두 번째 조하대 정점은 수중동굴인 혹돔굴이었습니다. 머리에 큰 혹이 있는 혹돔이 많이 서식하여 혹돔굴이란 이름이 붙은 이곳은 캄캄한 어둠 속에 불빛을 비추자 천장의 산호 군락이 밤하늘 은하수 같은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어류와 새우가 곳곳에 노닐고 있었습니다. 동굴 밖의 풍경과는 또 다른 신비로운 모습에 매료되어 천천히 둘러보며 조사하고 싶었으나 공기 잔압이 부족하여 아쉬운 마음을 안고 돌아서야 했습니다. ADCP 회수에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모된 데다 두 번째 조하대 조사에서 민원기 박사님의 드라이 슈트가 침수되는 바람에 계획했던 가재굴 인근 조하대 조사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예정된 조사 종료 시간이 임박하여 조간대 조차 1개 정점 정도밖에 더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사원들은 아쉬워할 틈도 없이 곧장 조사 채비를 하여 서도의 물골을 지나 적벽으로 된 조간대에 상륙하였습니다. KIOST 물리팀이 부표의 센서를 확인하고 돌아오기까지 조간대 조사 팀에 주어진 시간은 20여분 남짓. 숨을 고를 틈도 없이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독도 조간대는 바쁜 조사원들의 눈길조차 매료시킬만큼 황홀했습니다. 조간대에 형성된 조수 웅덩이는 신의 수족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형형색색 아기자기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흩어져 조사를 하는 도중에도 여기저기서 연신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게다가 이곳엔 다양한 해조류는 물론 해초류에 속하는 잘피도 군락을 이루고 있어 그 속에서 살아가는 무척추동물들 또한 매우 풍부하였습니다. 20여분이 2분처럼 흘러갔고, 어느덧 조사선이 돌아와 울릉도를 향하는 배에 몸을 실어야 했습니다.
<서도 조간대 조수웅덩이의 아름다운 모습> <서도 조간대에 서식하는 해조류들><서도 조간대 해조류에서 채집한 중형저서동물>긴장감과 함께 들뜬 마음에 조사 내내 바삐 움직였음에도 피로를 몰랐던 조사원들은 선실에 들어서자 긴장이 풀리며 허기와 함께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가져갔던 간식을 먹다 보니 어느 샌가 잠들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울릉도 저동항에 입항하고 있었습니다.
<독도 조사를 마치고 복귀하는 배에서 바라본 독도><독도 조사를 마치고 저동항에서의 기념 촬영>저동항에 입항하여 채집한 시료와 장비들을 차로 옮긴 후, 터미널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조사 내내 화창했던 날씨는 조사가 끝나길 기다리기라도 했던 듯, 비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조사 동안 맑았던 날씨에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변덕스런 섬 날씨에 혀를 내두르며 저녁은 김웅서 박사님께서 사주신 울릉도에서 탕수육이 가장 맛있다는 교동반점의 중식을 먹었습니다. 올해 수행했던 채집들 중 가장 즐거웠고, 그래서 가장 아쉬웠던 채집이 이렇게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동쪽 끝. 지리적, 역사적뿐만 아니라 이제는 해양생태학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 독도. 약6시간에 걸친 오늘의 조사가 우리나라 독도 해양 생태계를 밝히고 나아가 해양생태학의 발전에 보탬이 되는 값진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0일, 11일차(17/06/07-08): 울릉도-독도 여정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10일차인 7일, 날씨가 거세진 데다 독도 조사의 피로가 겹쳐 조사원들은 점심때가 되도록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도 거친 날씨 탓에 어른 키를 훌쩍 넘는 해안의 파도를 보고는 추가 조사는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숙소에서 지금까지의 시료를 정리하고, 지워진 라벨링을 새로 쓰며 지난 열흘간의 조사를 돌아보는 차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6월 7일, 통구미 해변의 파도>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날인 6월 8일. 혹시나 파도가 가라앉지 않아 출항이 취소되면 어쩌나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바다는 비단 같이 부드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11일 간의 조사 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김윤배 박사님을 뵙고 감사인사를 드린 후 도동항에서 포항으로 향하는 여객선에 올랐습니다. 이로써 전체 일정 11박 12일, 조사일 6일, 조사 정점 8곳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여정이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사원들의 손에 든 울릉도-독도의 시료들은 해양저서생태학 실험실에서 연구를 통해 의미 있는 자료로 거듭날 것이고, 이 자료는 앞으로 서울대 BENTHOS 연구실과 KIOST 공동 울릉도-독도 조사의 시발점이 되어줄 또다른 시작일 것입니다. <울릉도-독도 조사의 또 다른 시작을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