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벌 '시흥 갯벌 생태공원'
멀리 내다 보는 눈을 가짐이
죄였다
바다엔
썰물과 밀물이 밀고 당기면서
안과 밖을 살려내는
생명력의 터전이여
세상도 그와 같거늘
밀물만 있을 세상에는
고여 쌓여 갔을 뿐
들고 날 때만이 하는 것
조수의 흐름을 감지하면서
내다보는 것이
끝으로 내몰려
더는 허리 조차 펼 수 없노라
갯벌은 버려진 땅
하지만
이것이 바다를 살리는 근원적인
힘인 것을
…(생략)
-갯벌, 이청리
조사를 위해 갯벌에 들어가기 전, 광활한 벌판을 보면 이 시가 떠오릅니다. 바닷바람과 함께 들려오는 조수의 소리를 듣고, 수줍게 드러나는 갯벌을 보며 이 갯벌에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고 또 바다를 살리는 힘이 있다는 것에 놀랍니다. 이 달의 바다에서 소개해드리는 11월의 바다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시흥 내만 갯벌 생태공원’ 입니다. ‘시흥 갯벌’은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벌로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시흥갯벌은 소래염전으로 불리던 구 염전지역 안에 위치하고 한 때는 갯골의 물길을 이용하여 포구에서 내륙까지 어부들의 배가 드나들기도 하고,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에 바닷물을 대어주는 등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지역이었습니다. 또한 일제강점기 시기인 1934년에 소래염전이 조성되어 생산되는 대부분의 소금은 수인선, 경부선 열차를 통해 부산항에 옮겨진 후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우리 민족사의 아픔이 녹아 든 지역이기도 합니다. 현재 염전은 이용 되지 않아 소금생산이 중단되었지만 시흥 갯벌을 이루는 널따란 염전 터와 습지는 관광자원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등의 염생식물과 붉은발 농게, 방게 등, 각 종 어류 그리고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어 자연생태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고 2012년 2월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시흥 갯벌 전경
다른 지역의 갯벌과 달리 시흥 갯벌의 형태는 주로 깊게 파인 고랑의 형태를 보입니다. 그리고 시흥 갯벌은 여태 저희 연구실에서 조사한 갯벌과 다르게 mud의 양이 많아 걷기 힘들 정도로 발이 빠지는 지역이기도 하여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이 아닌 온몸으로 갯벌을 돌아다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갯벌에 빠져버린 학생들
발을 디디면 허벅지 위, 아니 상체까지 빠지는 갯벌 탓에 걷기 힘들었지만 이런 경험 또한 갯벌이 주는 즐거움이라 생각하며 재밌게 그리고 진지하게 조사에 임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이렇게 아름다운 시흥 갯벌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고 미래 보존을 위한 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매주 아침 일찍 조사를 나가고 있습니다. 갯벌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채집을 진행합니다. 이 전 이 달의 바다에서 말씀 드렸듯이 갯벌 내의 유기물, 저서미세조류 양을 파악하고 또 이를 먹고 사는 규조류와 중형저서동물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채집을 합니다.
시흥 갯벌 퇴적물 채집 중
갯벌 안에서 총 5개의 지역을 조사하였고 걷는 중에 새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여러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갯벌이 단지 갯벌 속에 사는 생물들을 위한 보금자리가 아닌 전반적인 생태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갯벌을 사뿐히 밟고 지나간 듯한 얄미운 새 발자국
걷기 힘든 갯벌에서 무사히 조사를 마치게 되면 각 항목들에 대해 세부적인 실험을 진행합니다.
비록 겨울이라 시흥 갯벌이 지니고 있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드리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아름다운 시흥 갯벌을 소개해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희 연구실의 노력이 앞으로 시흥 갯벌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갯벌 생태계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나아가 소중한 가치라는 것을 퍼트릴 수 있는 디딤발이 되었으면 합니다.
유독 다사다난했던 2016년, 저희 Benthos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2017년 새해에는 더 많고, 다양한 바다의 이야기와 연구를 가지고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Benthos의 갯벌 연구는 계속 될 것이고 갯벌의 무한한 가치와 소중함은 널리 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