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황해 광역해양생태계
이번 달에는 평소보다 조금 큰 규모의 바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황해 광역해양생태계(Yellow Sea Large Marine Ecosystem)입니다. 광역해양생태계란 1986년에 처음 도입된 개념으로 미국의 Kenneth Sherman이 전 세계 해역을 수심, 수계지리, 생산력, 인구 등을 고려하여 물리/생물학적 특성이 비슷한 해역으로 구분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중 우리나라 서해 연안은 북한 및 중국 동해 연안과 함께 황해 광역해양생태계(YSLME)에 속합니다. YSLME는 평균 수심 약 40 m의 매우 얕고 남쪽만이 태평양을 향해 열려있는 반 폐쇄성 연안으로 조차가 매우 큽니다다. 따라서 갯벌이 넓게 형성되어 철새에서 다양한 어류와 패류에 이르기 까지 많은 동식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으며, 그 결과 높은 생산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조기를 비롯해 민어, 갈치, 숭어 등 다양한 어종의 어장이 형성되었으며 새우, 전복, 백합, 맛조개, 가리비와 같은 수산 생물의 수확량도 풍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과 같은 해조류와 패류의 양식 및 염전을 이용한 소금 생산에 이르기까지 인간에게 많은 자원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무분별한 남획과 간척, 연안개발, 산업화에 따른 오염은 해양생태계에 큰 변화를 주었습니다. 특히 간척과 연안개발로 인해 1900년대 초 이래로 한국연안 갯벌의 40% 이상과 중국연안 갯벌의 60% 이상이 소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변화들은 연안의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현재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와 같은 인간활동에 의한 연안 생산량 변화를 파악코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갯벌 면적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위의 자료를 보면 붉은 색으로 표시된 갯벌이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된 1990년대 이후 급격하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새만금 갯벌을 중간 기점으로 이용하던 철새들이 자취를 감추었고, 평방미터당 백여 개체에 이르던 패류도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이로인해 갯벌에서 이뤄지던 어업 활동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갯벌이 우리에게 주던 생태계 서비스를 모두 잃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연안개발로 인해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이자 열대우림과 맞먹는 생산력을 가졌다고 평가되고 있는 갯벌이 사라진 결과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황해는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해역입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급격한 연안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간척과 같은 연안개발은 인간활동에 있어 불가피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충분한 연구와 조사없이 단기적 안목에 의해 이런 개발이 수행된다면 인간 삶의 질 증진을 위한 행위가 새만금 방조제에서와 같이 오히려 독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좀 더 심도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