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충청남도 서산시 고파도
이 달의 바다에서 소개해드리는 10월의 바다는 서산 가로림만에 위치한 고파도입니다. 이 섬은 서산에 위치한 구도 선착장에서 하루 3번 정도 운항되는 여객선을 타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고파도는 그 면적이 1.23 km2 정도로, 저희 연구실이 위치한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4.11 km2)보다 작습니다. 하지만 이 섬에 거주하시는 40여 가구의 주민들은 누구보다도 활기 넘치고 화목한 생활을 이어가고 계셨습니다. 저희 연구진이 찾아갔을 때에는 바닷일을 하러 나가신 주민들을 대신해 푸른 잎만이 살랑살랑 흔들리며 저희를 반겨주었습니다. 사실, 제목과는 달리 이 섬의 이름이 고파도인 것은 무엇인가가 ‘고팠기’ 때문이 아니라 예전(古)에 방어 시설인 파지도수(波知島戍)가 위치해있었다는 의미랍니다. 아쉽게도 파지도수가 설치되었던 고려 시대의 흔적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 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바다의 모습을 눈에 담고 올 수 있었습니다. 맑은 물결이 일렁거리는 해수욕장과 어민들의 터전이 되어왔을 갯벌까지. 마치 서해 바다를 미니어처로 압축시켜놓은 모습이었습니다. 저희 연구진이 고파도에 찾아온 이유는 이 곳에 위치한 갯벌과 그 주변 환경의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지난 9월에 소개해드린 유부도에 이어 이번 조사에도 안양대학교 저서동물군집 조사팀, 서울대학교 해양퇴적학 연구팀, 고려대학교 미생물 연구팀과 함께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한 사람이 모든 부분을 감당하기에는 바다라는 환경이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렇게 다방면의 전공을 가진 사람들이 협력하여 조사를 하는 것이랍니다. 안양대학교 팀에서는 일정 면적(1x1 m2)의 갯벌 내에서 게나 갯지렁이 같은 대형저서동물이 얼마나 사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해양퇴적학 팀에서는 고파도 갯벌 지형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드론을 사용하여 항공사진을 촬영하였습니다. 미생물 연구팀은 산과 갯벌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생물을 찾는 일을 담당하였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조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자면, 우선은 조사를 진행할 곳에서 야장을 작성합니다. 몇 시에 어느 지점에서 조사를 했는지,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차례차례 기록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조사 후에도 이 순간의 모습을 그릴 수 있도록 꼼꼼하게 야장을 작성해야 한답니다. 그러면 다른 조사원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한 사람은 갯벌 표면에 얼마나 뻘이 많은지, 유기물은 얼마나 있는지 등을 알기 위해 표층의 퇴적물만을 한 움큼 채취합니다. 다른 사람은 갯벌 표면에 살고 있는 저서미세조류의 양을 확인하기 위해 일정 면적의 퇴적물을 채취합니다. 저서미세조류 생물량을 조사하는 이유는 저서미세조류가 많아질수록 이들을 먹고 사는 저서동물은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갯벌의 생산성을 추정해볼 수 있답니다. 또한 저서미세조류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조류와 이들을 먹고 사는 중형저서동물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기 위한 관찰용 시료도 채취하게 됩니다. 저서미세조류의 생물량 뿐만 아니라 이들이 얼마나 광합성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에서 바로 광합성량을 측정하였습니다. 산소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미세전극을 사용하여 퇴적물에서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이 자료로 퇴적물에서 얼마나 광합성을 하는지 계산할 수 있답니다. 흐린 날씨였지만 이런 빛에서도 저서미세조류는 활발히 광합성을 하고 있는 것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갯벌 조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향한 곳은 바로 뒤에 위치한 폐염전이었습니다. 지금은 염전으로 사용하지 않고 바닷물만이 유입되도록 놔둔 이 곳이지만, 과연 생물이 살고 있었을까요? 답은 ‘그렇다’ 입니다. 짠 바닷물에서도 살 수 있는 퉁퉁마디 군락도 확인할 수 있었고,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면 갯고둥과 칠게까지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저서동물과 저서미세조류까지 이 곳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조사를 마치면 실험실로 돌아가 각 항목에 대한 세부적인 실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조사를 하는 순간에는 힘들기도 하고 지치기도 하지만 저희의 노력이 한국의 갯벌 환경을 이해하는 데에 보탬이 되고, 나아가 해양 과학의 발전을 이끌 것을 생각하면 금새 다시 기운이 난답니다. 한국 갯벌 환경을 이해할 수 있는 날까지 앞으로도 저희 연구원들의 노력을 계속 됩니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