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캄보디아 맹그로브 현장조사
지난 8월 3일부터 11일까지 캄보디아 프레아 시하누크(Preah Sihanouk) 지방의 Kampong Smach 및 캄포트(Kampot) 지방의 Prek Tnout 지역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본 조사의 목적은 Core zone (274 ha), Buffer zone (1,100 ha), Multiple-use zone (1,641 ha)으로 나뉘어있는 Kampong Smach 지역 맹그로브 숲의 일차 생산량을 측정하고 각각을 비교하는 것이었습니다. 연안 생산량에 대한 연구는 캄보디아에서 이전에 수행한 적이 없는 조사였기에 첫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미지 원본: Google Earth> 캄보디아는 위도상 열대 기후의 영향을 받으며, 특히 연구지역이었던 캄보디아 남서쪽 지역은 열대 몬순 기후가 나타납니다. 일년 중 가장 더운 4월엔 최대 기온이 평균 36.6 ℃, 가장 추운 2월엔 평균 21.1 ℃를 기록하며, 5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는 비가 집중되는 우기 기간입니다. 특히, 6월과 9-10월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는 bi-modal 패턴을 보입니다. 조사 기간은 우기와 겹쳐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계획하기로는 현장에서 바로 잎의 일차 생산량을 측정하기로 하였지만 조사 시작 첫째 날부터 약하게 비가 내리는 바람에 시료를 채집해오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할 정도였으니까요. 채집 지점까지 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곳도 있었지만 길이 좁아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현지인들도 이용하던 방식으로, 조사가 있던 날이면 연구원들 모두 오토바이 뒤에 타고 목적지까지 1시간 정도 비포장 도로를 달렸습니다. 도로를 중심으로 한 쪽에는 맹그로브가 있는 숲이, 다른 한 쪽에는 벼농사를 짓고 있는 논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오토바이로 목적지까지 도착한 후 효율적인 조사를 위해 배를 타고 조사 지점까지 이동하였습니다. 맹그로브 숲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정글에 온 것처럼 수풀이 우거져있고, 더 안으로 들어가면 어디로 들어왔는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다행인 점은 생각보다 벌레가 많지 않아 조사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상류로 올라오면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드러난 강바닥에 벼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곳 하구는 바다와 연결되어 있어 조석의 영향을 받는데, 하루에 한 번 물이 빠지는 특징이 있어 물이 빠지면 바닥이 드러나고, 밀물 때가 되면 벼가 물에 잠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사 둘째 날에는 다행히 맑은 날씨에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전 날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갯벌처럼 푹푹 빠지는 땅을 딛고 들어가 실험에 사용할 건강한 맹그로브 나뭇잎을 채집하였습니다. 다음 연구 지역으로 이동하던 중에 맹그로브 숲 복원 지역을 지나가게 되었고, 이제 막 1년생이 된 어린 맹그로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허리까지밖에 크지 않은 이 나무들이 몇 년, 몇 십년이 지나고 울창한 숲을 이루어 이들만의 생태계를 만들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Kampong Smach에서 조사를 마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 곳은 Prek Tnout이라는 해안가였습니다. 이 곳은 정글이었던 Kampong Smach 지역의 하구와는 다른,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의 맹그로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마치 남극의 강한 눈보라 속에서 서로를 안고 있는 펭귄들처럼 짠 바닷물에서 서로를 지켜주려고 하는 것 같아 대견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군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곳에 구멍을 파고 살고 있는 게들도 볼 수 있고, 이 주위를 둘러보면 사람들이 고기를 잡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단순할 수 있었던 해안선에 맹그로브 나무가 있음으로 인해 더 다양한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Kampong Smach과 Prek Tnout 지역에서 채집해온 맹그로브 잎은 pulse amplitude-modulated (PAM) fluorometer라고 하는 형광측정기로 측정을 하였습니다. 본 조사에서 사용한 모델은 가장 단순하게 구성된 Junior PAM이었습니다. 원리를 잠깐 말씀드리자면, 장비에서 방출한 빛을 잎이 흡수하고, 남은 양은 잎에서 형광으로 재방출하는데, 이 양을 측정하여 일차 생산량을 계산해내는 장비랍니다. 이 외에도 Kampong Smach 강 퇴적물과 Prek Tnout 해변 퇴적물에서도 산소 미세전극을 사용하여 일차 생산량을 측정하였습니다. 맹그로브가 분포되어 있는 열대 지역은 대부분 개발 도상국이라 국가 발전과 경제적 이득을 위하여 숲을 갈아엎고 농지나 공업 단지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길지 않았던 연구 기간 동안 느꼈던 것은 맹그로브가 지역 주민들에게 분명히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맹그로브가 보이지 않게 주는 무궁무진한 혜택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없기에 오늘도 불을 켜며 공부하려고 합니다. 작은 씨앗이 하나의 숲을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