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태안해안국립공원의 6월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3-07-04l 조회수 1
이달의 바다/갯벌 코너에서 네 번째로 찾아간 곳은 서해안에 위치한 태안 해안국립공원입니다.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에서는 2007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한국 서해의 주요 하구 및 만을 대상으로 5개 지역, 약 15개 정점을 대상으로 연안생태조사(퇴적물, 토양, 수질, 생물상 포함)를 수행해오고 있습니다. 중국과학원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황해 조사의 한 축인 국내 서해 조사는 가능한 실험실 전원이 모두 참석하는 뜻깊은 년간행사이기도 합니다. 올해 다녀온 곳 중에 이번에 소개할 곳은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한 꽃지, 만리포, 신두리 해수욕장입니다. 서해안 조사 이틀째(6월 20일) 들른 태안의 첫 조사지역인 꽃지 해수욕장에는 시샘하는 듯 내리쬐는 따가운 초여름의 햇살과 눈부시게 반짝이는 모래알, 그리고 따뜻하면서도 힘찬 파도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더욱 들뜨도록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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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신속하게 필요한 채집 도구를 들고 해안가를 향해 출동했습니다. 수질 측정팀은 발가락 사이를 간질이는 차가운 바닷물에 수질측정기를 담그고 수온과 염분, 용존 산소를 측정하고, 토양과 해수시료 채취팀은 채수병에는 맑은 바닷물과 다른 시료병에는 삽으로 채취한 저토(모래)를 담았습니다. 그리고는 생물 채취팀은 신나게 모래를 들추면서 갯지렁이와 숨바꼭질을 하기도 하고, 체를 들고 끈질기게 따라붙어 복섬을 건지기도 하였답니다. 돌을 뒤집을 때마다 도망치기 바쁜 게와 갯강구들, 꼼짝 않고 붙어있는 고둥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꽃지 해수욕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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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 정도 꽃지 해수욕장 조사를 마치고, 다음으로 향한 곳은 만리포 해수욕장이었습니다. 주변 해안의 길이가 만 리에 이른다 하여 이름 붙여진 만리포. 수치적으로 따지자면 해안 길이만 약 4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광대한 백사장이랍니다. 이전부터 서해 3대 해수욕장으로 불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피서하기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곳은 기름 유출이라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만리포 북쪽으로는 천리포, 백리포 해수욕장도 있답니다. 좀 떨어져 있지만 인천 영흥도에 십리포도 있답니다. 만리포 해안은 지난 2007년 태안 유류사고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은 해안으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유류사고 후 이제 5년째인데, 역시 자연은 너그럽고 위대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왜냐... 한두해 전까지만 해도 눈으로 볼 수 있던 검은 기름띠가 이번 조사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새하얀 모래와 그 위를 뛰노는 듯한 맑은 바닷물이 자연의 건강함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 맑은 바다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집게와 물고기는 어찌나 많은지 채집을 하다 지칠 정도였으니, 어쩌면 태안바다는 유류사고때 잃었던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고 자랑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여간 자연은 본래의 모습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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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의 마지막 조사 장소는 신두리 해수욕장이었습니다. 모래사장 앞에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사구가 있어 사막의 언덕을 보는 듯 했답니다. 조사 중간중간에 모래사장에서 두꺼비집도 지어보고 동료, 선배들과 함께 바닷물에서 첨벙첨벙 뛰어놀면서 약간은 동심으로 돌아가... 태안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 즐겼답니다. 되살아난 태안의 바다를 충분히 음미하기에는 부족했던 시간이었지만 아쉬움을 뒤로 할 수 밖에... 다음 조사 지역인 시화호로 이동하여 그 곳에서의 환경 또한 조사해야 했기 때문에... 채집한 토양은 밀폐용기에, 생물들은 지퍼백에 담아 가져온 아이스박스에 잘 넣어두고, 사용한 도구들은 잘 씻은 후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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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조사하고 열심히 잡으러 다녔던 우리에게 주어진 꿀맛 같은 시간! 알이 꽉 찬 간장게장에 밥을 쓱쓱 비벼 먹는지 마시는지도 모르는 채로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웠답니다. 조사할 당시에는 해안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겠지요. 한바탕 시원하게 노닌 후에 잠깐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도 가져보았습니다. 기회가 되면 태안의 아름다운 바다로 함께 떠나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무심코 지나쳤던 그 무언가를 우리가 당신이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신 교수님과 여러 선배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태안 기행 소감을 갈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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