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제주도 종달리 해안의 4월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3-05-22l 조회수 1

이달의 바다/갯벌 코너에서 찾아간 곳은 제주도 동쪽에 위치한 서귀포시 종달리 해안입니다.

2013년 4월 27일, 생물해양학 및 실험을 수강하는 학부생들과 교외교육 일환으로 종달리 해안을 찾았습니다. 종달리해안은 제주도 동쪽에 위치해있고, 동쪽으로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곳입니다. 4월의 제주바다는 아직 여름이 찾아오기에는 이른 듯 선선한 봄바람이 불었습니다. 종달리 해변은 서울에서 가까운 서해와는 달리 뻘보다는 모래와 자갈이 주를 이루는 해변입니다. 모래해변은 갯벌처럼 빠지지 않아, 한 손에는 생물들을 걸러낼 체를 들고 한 손에는 생물을 채집할 통을 들고 어렵지 않게 바닷물이 들어와 있는 곳까지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아… 이 화려한 바다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육지에서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봄을 알리듯, 붉고 푸른 해조류들이 우리를 맞이하였습니다. 아직 차가운 봄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들어간 제주바다는 눈으로 보이는 화려함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생물들이 모든 이의 탄성을 자아 내었습니다. 체를 암반이나 해조류 아래에 집어 넣고, 체를 털면서 물 밖으로 꺼낼 때마다 숨어있던 새우류, 불가사리류, 고둥류와 작은 물고기들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사진의 생물들이 어디선가 한번쯤 본적이 있는 생물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해양생물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을 제외한다면, 본인이 알고 있는 해양에 사는 생물이 얼마나 되든, 큰 물고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를 볼 수 있었던 제주 종달리 해변이었습니다. 사실 바다에는 눈에 보이는 생물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갖가지 동물 플랑크톤들은 해조류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조류를 지퍼백에 채집하여 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은 해조류이지만, 진짜 목적은 해조류 사이에 숨어사는 동물플랑크톤인 셈이지요.

이렇게 쉴새 없이 감탄을 자아내는 갖가지 생물들과 한참을 어울리다가, 모두들 배고픔에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바로 바비큐 파티를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채집한 생물들이 상하지 않고 연구실까지 가져 가려면 생물들을 알코올에 고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험실의 알코올을 가지고는 비행기를 탈 수 없었기에, 약국에서 구해온 소독용 알코올로 일단 잡아온 생물을 모두 알코올 속에 임시 보관해 두었습니다. 해변에서 흩어져서 잡았던 모든 생물들을 서로 자랑하며, 다시 한번 종달리 해변의 생물다양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채집은 끝이 나고,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해양생물을 현장에서 관찰해오신 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바다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100이라면, 오늘 종달리 해변이 보여준 것은 충분히 100이라 할 만하다.’ (Dr. Song)

저희가 갔던 제주 종달리 해변은 참으로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그리고 자연의 일부로서 이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해녀들의 일터이기도 한 귀중한 공간이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외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듯, 제주도의 다른 관광지에 비하면 관광객들이 거의 없었지만 일부 관광객들이 생물을 잡아다 페트병 안에 넣어둔 채로 바닥에 버리고 가는 등 보기 좋지 않은 장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름이 오고, 더 많은 생물들이 산란기를 지나 성숙하기 시작하면 이 곳 종달리 해변은 더 많은, 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처로 살아가겠지요. 저희는 종달리 해변이 관광객의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해변이기 보다는 다양한 생물들이 떠나지 않고 오래오래 서식처로 삼을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 속의 일부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