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두드럭고둥
안녕하세요! 찬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11월, 바위 해안에서는 파도가 드나드는 사이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바위에 빼곡하게 붙은 따개비와 담치 사이를 살펴보면, 울퉁불퉁한 껍데기를 지고 천천히 움직이는 고둥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번 ‘이달의 생물’의 주인공은 둥근 돌기가 돋아난 껍데기와 독특한 사냥 방식이 인상적인 두드럭고둥입니다.

<두드럭고둥, 출처: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두드럭고둥의 학명은 Reishia bronni (Dunker, 1860)며, 연체동물문(Mollusca) > 복족강(Gastropoda) > 신복족목(Neogastropoda) > 뿔소라과(Muricidae) > 대수리속(Reishia)에 속합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연안에 분포하며, 조간대와 얕은 바다의 바위나 돌이 있는 곳에서 살아갑니다. 껍데기 높이는 약 5cm로,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작은 몸에 여러 가지 특징이 담겨 있습니다.

<두드럭고둥의 패각 형태; 출처: Wikimidia>
두드럭고둥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단서는 이름처럼 도드라진 껍데기 표면입니다. 전체적으로 가운데가 부풀고 양 끝이 좁아지는 방추형이며, 두껍고 단단한 껍데기 위에 둥근 혹 모양의 돌기가 여러 줄로 이어져 있습니다. 특히 껍데기에서 가장 크고 마지막에 만들어지는 나층인 ‘체층’에서 돌기가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껍데기 입구인 ‘각구’는 달걀 모양이고, 그 가장자리에는 작은 이빨처럼 생긴 돌기가 있습니다. 표면의 혹뿐 아니라 껍데기 입구까지 함께 살펴보면 두드럭고둥의 생김새를 더욱 자세히 관찰할 수 있습니다.
두드럭고둥이 살아가는 조간대는 밀물 때 물에 잠기고 썰물 때 공기 중에 드러나는 바다와 육지의 경계입니다. 같은 바위 해안이라도 바닷물에 잠겨 있는 시간과 파도를 받는 정도, 바위틈의 유무에 따라 생물들이 겪는 조건은 달라집니다. 두드럭고둥은 이러한 해안의 암반에서부터 얕은 조하대까지 서식합니다. 조하대는 썰물에도 물속에 잠겨 있는 구역을 뜻합니다. 따라서 두드럭고둥을 관찰할 때는 눈앞의 바위뿐 아니라 물속으로 이어지는 암반도 함께 떠올려보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두드럭고둥은 무엇을 먹고 살까요? 바위에 붙어 있는 고둥이라고 하면 해조류를 뜯어 먹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두드럭고둥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육식성 고둥입니다. 부착성 조개류와 따개비류, 움직임이 느린 다른 고둥류 등이 먹이가 됩니다. 이들 먹이는 단단한 껍데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기어 다니는 두드럭고둥은 어떻게 이 껍데기를 뚫고 안쪽의 연한 살을 먹을 수 있을까요?
그 비밀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관이 ‘치설(radula)’입니다. 치설은 작은 이빨들이 줄지어 배열된 띠 모양의 먹이 기관으로, 표면을 긁어내는 데 쓰입니다. 두드럭고둥이 속한 뿔소라과의 껍데기를 뚫는 고둥들은 치설로 표면을 긁는 작용과 분비물로 껍데기를 약하게 만드는 작용을 함께 이용합니다. 단단한 껍데기를 조금씩 뚫어 안쪽의 연한 조직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작은 몸 안에 먹이의 방어벽을 공략하는 정교한 도구가 갖춰져 있는 셈이지요.
두드럭고둥의 섭식과 관련된 국내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2022년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동해안의 두 항구에서 두드럭고둥과 지중해담치(Mytilus galloprovincialis)를 함께 넣은 실험용 우리를 설치하고, 18일 동안 섭식 활동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두드럭고둥이 지중해담치를 적극적으로 포식하며, 특히 껍데기의 가장자리를 뚫는 ‘가장자리 천공(marginal drilling)’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먹이의 껍데기를 뚫는다는 사실뿐 아니라, 어느 부위를 공략하는지까지 드러난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이러한 먹이 관계는 두드럭고둥의 생태적 역할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연구진은 국내에 정착한 외래종인 지중해담치의 확산을 억제하는 데 두드럭고둥을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두드럭고둥의 섭식은 고둥 한 마리의 식사인 동시에,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상호작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드럭고둥의 알, 출처; Wikimidia>
봄에는 두드럭고둥의 번식 활동도 이어집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두드럭고둥이 봄철에 산란하는 것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국립수산과학원의 독도 조사에서도 봄부터 여름 사이 바위 표면에서 두드럭고둥을 비롯한 여러 해양생물의 알덩이가 관찰되었습니다. 평소에는 단단한 껍데기를 지닌 성체가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계절에 따라 바위에 남겨진 알도 해안 생물들의 생활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이번에는 울퉁불퉁한 껍데기 속에 정교한 사냥 도구를 갖춘 두드럭고둥을 만나보았습니다. 다음에 바위 해안을 찾게 된다면 고둥의 생김새와 함께, 주변에 어떤 먹이가 있는지, 빈 껍데기에는 어떤 흔적이 남아 있는지도 살펴보세요. 작은 고둥 한 마리에서 시작한 관찰이 바위 해안의 먹이 관계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상으로 11월 ‘이달의 생물’, 두드럭고둥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