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거꾸로 해파리
안녕하세요! 따뜻한 열대 바다 얕은 곳, 햇살이 환히 비추는 해양 저서에 아주 독특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사는 해파리가 있습니다. 납작한 종을 바닥으로 향한 채, 화려하게 뻗은 팔을 하늘 위로 들어 올리고 있는 이 생물의 이름은 바로 거꾸로 해파리 Cassiopea spp.입니다.

<거꾸로 해파리1, 출처: Australian Geograhpic>
거꾸로 해파리는 자포동물문(Cnidaria) 해파리강(Scyphozoa)에 속하며, 이는 동물계에서 가장 오래된 계통 중 하나입니다. 거꾸로 해파리라는 이름처럼, 대부분의 해파리가 종 부분을 위로 향한 채 바다를 유영하는 것과는 달리, 이 해파리는 종을 바닥에 붙이고 구강완(oral arms)을 위로 뻗은 자세를 유지합니다. 카리브해의 맹그로브 석호부터 인도·태평양의 해초 군락까지, 열대와 아열대의 따뜻하고 얕은 연안에 넓게 분포하며, 주로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 단일 개체가 발견되는 일은 흔치 않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약 스무 종 이상이 기재되었으나, 분자생물학적 분류 연구에 따르면 유효 종은 약 열 종 내외로 추정됩니다.

<거꾸로 해파리2, 출처: Hakai Magazine>
그렇다면 이 해파리들은 대체 왜 거꾸로 살아갈까요? 그 비밀은 바로 공생 조류에 있습니다. 거꾸로 해파리의 구강완에는 광합성 와편모류(dinoflagellate)인 Symbiodiniaceae과의 조류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이 조류는 산호와 공생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빛을 받아 광합성을 통해 당분과 영양분을 만들어 숙주 해파리에게 제공합니다. 해파리는 종을 바닥에 대고 팔을 햇빛 쪽으로 최대한 높이 뻗어, 공생 조류가 최대한 많은 빛을 받을 수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해파리가 완전히 태양에만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구강완의 자포세포(cnidocytes)로 동물플랑크톤과 어류 유생 같은 소형 먹이를 직접 포획하기도 합니다. 광합성과 포식이라는 이중 전략 덕분에 이 해파리들은 영양이 부족한 석호에서부터 혼탁한 맹그로브 수역까지 다양한 서식지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거꾸로 해파리3, 출처: Australian Geographic>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거꾸로 해파리는 계속해서 납작한 종을 리드미컬하게 수축하며 맥동합니다. 이 맥동 하나하나가 물을 구강완 방향으로 밀어 올려 가스와 영양분의 교환을 돕고 플랑크톤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합니다. 성체 한 마리가 시간당 수백 리터의 물을 움직일 수 있으며, 대규모 군락에서는 그 합산 효과로 석호 수층 전체가 순식간에 뒤바뀔 만큼 강력한 수류가 형성됩니다. 더불어 그 맥동이 해저 퇴적물 내의 영양염류를 수층으로 방출하여 해초와 조류의 성장을 촉진하고 산호초의 일차생산을 지원하기에 거꾸로 해파리를 열대 연안 생태계의 '생태계 엔지니어'로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 거꾸로 해파리는 닿지 않아도 쏠 수 있는 독특한 침샘 능력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극을 받거나 먹이를 포획할 때, '카시오솜(cassisome)'이라는 작은 점액 덩어리를 물속으로 방출하는데, 이 구조물은 자포세포와 섬모세포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해파리 몸에서 떨어진 상태에서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독을 방출할 수 있습니다. 다이버나 연구자들이 물속에서 따끔거림과 가려움, 심하면 두드러기를 경험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거꾸로 해파리4, 출처: BBC>
거꾸로 해파리는 뇌나 중앙 신경계 없이도 수면 유사 행동을 보이는 가장 단순한 동물 중 하나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공생 연구와 독소의 의생명과학적 활용 가능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따뜻한 바다를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얕은 해저를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거꾸로 앉은 채 팔을 하늘로 뻗고 조용히 맥동하는 이 작은 생물이 사실은 바다 생태계를 움직이는 숨은 주인공일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