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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멍게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26-02-01l 조회수 14

 안녕하세요! 차가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2월, 겨울 바다는 고요해 보이지만 그 속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생명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추운 이 계절, 남해와 동해 연안의 바다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해양 생물이 존재합니다. 울퉁불퉁한 외형으로 Sea pineapple이라고도 불리는 우렁쉥이 Halocynthia roretzi (v. Drasche, 1884)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멍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멍게; 출처: 농수축산신문>

 멍게는 분류학적으로 Animalia > Chordata (척삭동물문) > Tunicata > Ascidiacea (해초강) > Stolidobranchia (강새목) > Pyuridae (멍게과) > Halocynthia (멍게속)에 속합니다. 성체의 외형만 보면 해면동물과 비슷해 보이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어류를 포함한 척추동물과 같은 척삭동물에 속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생물입니다. 이러한 분류학적 특징은 멍게의 유생 시기에 더욱 분명하게 나타나는데, 유생은 척삭과 등쪽 신경삭을 지닌 형태를 보여 척추동물과의 진화적 연관성을 잘 드러냅니다.

<피낭류 유생의 구조; 출처: Van Name(1945)>

 멍게의 유생은 올챙이와 유사한 형태를 가지며, 꼬리 부분에 척삭과 등쪽 신경삭이 발달해 있습니다. 이 구조들은 어류, 양서류, 포유류를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의 발생 초기에 나타나는 핵심 형질로, 멍게가 척추동물의 진화적 기원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여겨집니다. 즉, 멍게는 겉모습은 단순하지만 진화적으로는 ‘척추동물의 먼 친척’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발생학과 진화생물학 연구에서 중요한 모델 생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멍게의 구조: 출처: 국립수산과학원>

 멍게의 몸은 두꺼운 피낭에 싸여 있으며, 전체적으로 붉은색에서 주황색을 띠고 표면에는 불규칙한 돌기 구조가 발달해 있습니다. 주로 수심 5~30 m 이내의 암반이나 양식 시설물과 같은 단단한 기질에 부착하여 서식하는 고착성 생물로 스스로 이동하는 능력은 거의 없습니다. 성체의 크기는 보통 8~15 cm 정도이며, 몸 위쪽에는 입수공과 출수공이 있습니다. 멍게는 이 두 구멍을 통해 해수를 체내로 들여보내고 다시 배출하면서 먹이 섭취와 호흡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해수 중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미세 유기물을 여과섭식하며 성장합니다. 이러한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멍게는 연안 해역의 부유물 제거와 물질 순환 과정에 기여하는 생물로 평가됩니다. 반면, 환경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쉬워 수온 변화나 수질 악화에 민감한 종이기도 합니다. 최근 해수 온도 상승과 질병 발생, 양식 환경 변화로 인해 생산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어, 지속 가능한 관리와 과학적 이해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암초에 붙어있는 멍게들; 출처: 국제신문>

 멍게의 번식기는 주로 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로, 2월은 멍게의 생식 활동이 활발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산란된 알에서 부화한 유생은 짧은 기간 동안 부유생활을 하며, 이 시기에는 능동적으로 꼬리를 움직여 수중을 헤엄칠 수 있습니다.

<멍게 유생이 어린 개체로 바뀌는 과정;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그러나 이러한 ‘이동성 있는 생활’은 멍게의 일생에서 매우 짧은 단계입니다. 유생은 적절한 기질, 주로 암반이나 인공 구조물, 양식 시설물 등을 발견하면 머리 부분을 먼저 부착한 뒤 변태를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유생의 꼬리는 흡수되어 사라지고, 척삭과 신경삭 역시 퇴화합니다. 이후 소화관과 여과섭식 기관이 발달하며 완전히 고착된 형태로 전환됩니다. 이 전환 과정은 멍게 생활사의 가장 극적인 특징입니다.
 
 멍게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멍게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환경이 악화되면 체내 성분 변화로 인해 특유의 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멍게의 향은 단순한 ‘맛의 특징’을 넘어, 서식 환경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또한 일부 멍게류에서는 체내에 바나듐(vanadium)과 같은 금속 성분이 고농도로 축적되는 형상이 보고되어 연구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멍게는 우리나라 연안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수산 자원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남해안을 중심으로 양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역 어업과 겨울철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해산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멍게는 생애 초기에 친근하고 흥미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멍게의 한 종류인 푸른테곤봉멍게의 유생은 흔히 애니메이션 캐릭터 ‘포뇨’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으로, 단순한 수산 자원을 넘어 하나의 생명체로서 멍게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푸른테곤봉멍게의 유생; Brian Skerry>

 차가운 바다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 멍게는, 겨울 바다 생태계의 조용하지만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복잡한 진화적 역사와 발생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차가운 계절의 바다 속에서 이어지는 멍게의 삶을 떠올리며 이것으로 2월 이달의 생물, 멍게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Van Name, W. G. (1945). The North and South American ascidians. Bulletin of the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84, 1–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