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크리스마스트리벌레
안녕하세요! 반짝이는 불빛으로 가득한 12월, 따뜻한 바다 속에도 작은 크리스마스트리가 숨어 있습니다. 산호 위에 뾰족뾰족 색색의 트리를 세워 놓은 것처럼 보이는 이 생물의 이름은 바로 크리스마스트리벌레 Spirobranchus giganteus (Pallas, 1766)입니다.
<크리스마스트리벌레; 출처: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크리스마스트리벌레의 촉수; 출처: BBC Wildlife Magazine>
크리스마스트리벌레는 카리브해부터 인도·태평양까지 전 세계의 따뜻한 산호초에서 널리 발견됩니다. 특히 뇌산호나 혹산호처럼 단단한 산호 위에서 많이 보이는데, 노란색·파란색·주황색·줄무늬 등 색깔이 매우 다양해 다이버들이 가장 즐겨 찍는 피사체 중 하나입니다. 눈에 보이는 몸길이는 작지만, 산호가 자라면서 함께 자라 수십 년 이상 사는 개체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혹산호 위 크리스마스트리벌레; 출처: PADI>
<크리스마스트리벌레; 출처: 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크리스마스트리벌레는 환형동물문(Annelida) 다모강(Polychaeta), 꽃갯지렁이과에 속하며, 돌이나 모래가 아닌 산호속에 석회질 관을 만들어 평생 그 안에 머무르며 몸 일부만 산호 표면으로 내놓고 살아가는 정착성 무척추동물입니다. 수면 위로 보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사실 깃털 모양의 촉수(radioles)인데, 물 속에 떠다니는 먹이와 산소를 동시에 모으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촉수에 난 아주 작은 털들이 물을 휘저어 플랑크톤과 유기물 조각을 걸러 입으로 보내고, 그 과정에서 호흡도 함께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위협을 느끼면 순식간에 산호 속 석회질 관 안으로 몸을 숨기고, 뚜껑 역할을 하는 operculum으로 입구를 닫아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크리스마스트리벌레의 촉수; 출처: BBC Wildlife Magazine>
<혹산호 위 크리스마스트리벌레; 출처: PADI>이 작은 벌레는 산호와 미묘한 공생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산호 위에 정착해 보호를 받는 대신, 물을 걸러 먹이를 먹으면서 주변 물을 순환시키고, 때로는 관 주변에 붙는 조류가 산호 조직을 자극해 상처를 키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트리벌레가 많이 살고 있는 산호를 조사하면, 그 산호가 어떤 환경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올 겨울 혹시 따뜻한 바다로 여행을 떠날 계획이 있다면, 산호 위를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알록달록한 작은 트리들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면, 그곳에 12월의 주인공, 크리스마스트리벌레가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