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혹등고래
안녕하세요!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9월, 바다의 수호천사라고 불리는 생물이 있습니다. 바로 혹등고래 Megaptera novaeangliae, 1781 입니다.
혹등고래는 분류학적으로 척삭동물문 > 포유동물강 > 고래목 > 수염고래과 > 혹등고래속에 속하는 해양 포유동물입니다. 평균 몸길이가 15 m, 체중은 약 30톤 정도이며 등 위에 혹 같은 등지느러미가 있어 혹등고래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위턱과 아래턱에 혹들이 산재하고 있으며, 가슴지느러미는 몸길이의 1/3에 이를 정도로 매우 길지만 등지느러미는 낮고 등과 접촉 부위가 넓습니다. 가슴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의 하얀 무늬가 개체마다 조금씩 달라 사람의 지문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전 세계의 바다를 여행하며 지내는 혹등고래는 날이 추운 겨울에는 수온이 따뜻한 적도 부분에 머무르지만, 여름에는 시원한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회유를 일 년 주기로 반복합니다. 먹이 활동은 극지방에서 소형 어류, 동물플랑크톤, 크릴 등을 섭취하며 이외 기간에는 먹이를 섭취하지 않는 간헐적 먹이 섭취를 합니다. 주로 태평양, 대서양에 분포하지만,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다니기 때문에 우리나라 전 해역에도 출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오호츠크해부터 태평양 서부를 따라서 일본 남부까지 회유하는 무리가 있어 2~3년에 한 번씩 우리나라에서 관찰되기도 합니다.
혹등고래는 독특한 방법을 사용하여 먹이를 사냥합니다. 바로 공기 방울로 그물을 만들어 가두는 방법입니다. 숨구멍에서 공기를 내뿜으며 원을 그리면서 물고기 떼의 주변을 돌아 가두기 시작합니다. 원의 크기를 점차 줄여 나가다가 물고기가 적당히 안에 갇히게 되면 무리가 다 같이 위로 올라오며 먹이를 삼키는 이러한 사냥 방법을 ‘Bubble net’이라고 합니다. 혹등고래는 다른 고래 종보다 협동으로 먹이를 모아 잡는 기술이 발달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1~3마리가 함께 회유하지만, 번식장에서는 큰 무리를 형성합니다. 보통 2~3년에 한 번 출산하며 수심이 얕은 열대해역 연안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종에 비해 비교적 쉽게 관찰되는 편입니다. 번식해역에서는 수컷이 짝짓기를 하기 위한 행동으로 ‘고래의 노래’라는 소리를 냅니다. 고래류 중에서 가장 다양한 음의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4~33분 동안 지속되는 ‘고래의 노래’라는 복잡한 노래로 암컷을 유혹합니다. 번식해역에서 짝짓기가 완료되면 열대와 아열대의 월동해역에서 새끼를 낳습니다.

혹등고래는 대형고래 중에 곡예가 가장 뛰어난 종으로 수면 위로 높게 뛰어오르는 breaching이나 지느러미로 수면을 때리는 등의 다양한 수면 동작을 선보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놀이 혹은 의사소통의 형태이거나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추정되나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이유는 없습니다.

또한, 혹등고래는 온순하고 활발하여 긴수염고래, 참고래, 병코돌고래와 같은 다른 고래목 종과의 상호작용 뿐만 아니라 다른 해양 생물종과도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이 많이 관찰되었습니다. 보호본능이 강하다는 특징이 있어 2009년, 범고래의 공격으로부터 새끼 물범을 배 위에 올려 구조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으며, 2017년에는 여성 다이버를 상어의 접근에서 보호해주는 모습도 관찰되었습니다. 또한 스쿠버 다이버들에게는 몸을 뒤집어 지느러미를 흔들면서 더 이상 이 밑으로 내려가면 안 된다는 신호를 보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인간 뿐만 아니라 다른 종들을 보호해주는 모습으로 인해 ‘바다의 구조대’, ‘바다의 수호자’와 같은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연안을 천천히 유영하는 습성 때문에 포획이 비교적 쉬워 포경산업에서 대표적인 표적이 되었습니다. 지속적인 포경으로 인해 1960년대에는 전 세계 개체수가 5,000마리까지 떨어졌으며 멸종 직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국제포경협회(IWC)에서 전 세계 모든 고래의 상업 포경을 금지하는 노력을 통해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낚시 장비나 선박과의 충돌, 소음 공해 등에 의해 지속적인 악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혹등고래는 해양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만큼,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해양 생태계의 기능을 유지하고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종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은 경이로움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바다의 수호자’인 혹등고래가 앞으로도 수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호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멋있게 수면 위로 뛰어오르는 혹등고래를 보는 그날까지! 이상 9월의 생물, 혹등고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