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병어
안녕하세요! 여름 햇살이 바다 위에 부서지는 6월, 수산시장에 방문한다면 한눈에 들어오는 은빛의 물고기가 있습니다. 둥글고 납작한 몸에 미끄러운 느낌을 주는 이 물고기는 바로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병어 Pampus punctatissimus (Euphrasen, 1788) 입니다.
<수산시장 매대에 놓인 병어; 출처: 연합뉴스>
병어는 몸길이 약 20~30cm, 옆으로 납작하고 타원형인 체형을 가지고 있으며 머리와 꼬리 끝이 뾰족하고 중앙부는 넓게 퍼진 마름모 꼴의 형상을 띱니다. 전체적으로 작고 매끈한 은백색 비늘은 햇빛을 받으면 유난히 반짝여 마치 거울처럼 빛나는 외형을 보입니다.

<병어; 출처: 네이버 블로그>
병어는 같은 병어과의 어종인 덕대 Pampus argenteus (Basilewsky, 1855)와 외형적으로 매우 유사하여 많이 혼동되기도 합니다. 수산시장과 어획량 조사 시에도 구분되지 않고, 학명을 오표기 하는 사례도 많아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병어는 꼬리 지느러미의 길이가 일치하지만 덕대는 밑 꼬리 지느러미가 더 긴 것을 확인할 수 있고, 머리 부분의 파상물결무늬, 지느러미의 형태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획 후 쉽게 손상되는 비늘과 지느러미로 인해 전문가가 아니라면 구별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덕대;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병어와 덕대의 형태적 차이; 출처: 에코저널>
병어는 수심 15~60m 이내의 얕은 연안 바다를 주로 서식지로 삼으며, 연안의 모래와 진흙이 섞인 환경을 선호합니다. 조류의 흐름이 비교적 잔잔한 내만이나 반폐쇄성 해역에서도 자주 발견됩니다. 주로 작은 갑각류나 동물성 플랑크톤, 어류의 알이나 유생 등을 먹고 성장하며, 여과섭식보다는 시각에 의존한 포식 활동을 합니다. 이 때문에 물의 탁도가 높을 경우에는 포식 활동이 저하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병어는 소규모의 무리를 이루어 유영하는 습성이 강하고, 일정한 수온과 염분 농도를 유지하는 해역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어 환경 변화에 다소 민감한 종으로 분류됩니다. 계절에 따라 회유하는 특성도 보이며, 여름철 수온이 상승하는 시기에 연안으로 가까이 이동해 어획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게 됩니다.

생태적으로 병어는 중간 포식자로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먹이사슬 상에서는 하위 영양 단계의 무척추 동물을 섭취하고, 동시에 상위 포식자인 참치, 갈치, 대형 어류, 바닷새 등의 먹이가 되어 해양 먹이망 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병어의 산란기는 여름철(6~8월)로 추정되며, 알은 부유성으로 물 속을 떠다니다 부화하게 됩니다.
병어는 생태적으로는 물론 외형적으로도 흥미로운 해양 생물이며, 덕대와 비교되는 형태학적 차이와 생태적 역할, 연안 생물 다양성 유지에 기여하는 기능 등을 통해 해양 생태계 내에서 주목할 만한 어종입니다. 해안 생태계의 조화로운 균형 속에서 병어는 단순한 먹거리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가 바다를 이해하고 보호하는 데 있어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해주는 소중한 생물입니다. 바다 어류에 관심이 있다면, 병어만의 형태와 생태를 한 번쯤 들여다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