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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짱뚱어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25-05-01l 조회수 118
안녕하세요! 따뜻한 봄기운이 가득한 5월, 갯벌 위를 바라보면 유난히 눈길을 끄는 생물이 있습니다. 물고기이면서도 물 밖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심지어 진흙 위에서 점프하며 이동하기까지 하죠. 바로 우리나라 연안 갯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짱뚱어입니다. 분류학적으로 짱뚱어(Boleophthalmus pectinirostris)는 동물계 > 척삭동물문 > 조기어강 > 망둑어목 > 망둑어과 > 짱뚱어속에 속합니다.

<짱뚱어;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10월 초부터 이듬해 4월까지 겨울잠을 자는 드문 습성 때문에 ‘잠퉁이’라 불리기도 했던 짱뚱어는, 서해와 남해 조간대의 갯벌에서 흔히 서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 시화호, 순천만, 남해안 일대에서 자주 관찰되며, 중국, 일본, 타이완, 베트남 등 동아시아 해안 지역에도 널리 분포합니다. 동해처럼 사질이 많은 해안에서는 잘 출현하지 않으며, 진흙이 풍부한 조간대를 선호합니다.

짱뚱어는 몸길이 약 10~15cm, 회갈색 몸통에 등 쪽으로 얼룩무늬가 있으며, 머리 위쪽에 위치한 돌출된 큰 눈이 특징입니다. 이 눈은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주변을 넓게 살필 수 있습니다. 가슴지느러미는 땅을 짚으며 이동할 수 있을 만큼 발달해 있으며, 꼬리지느러미를 이용해 짧은 거리 점프도 가능합니다. 이런 이동 방식 때문에 ‘걷는 물고기’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날으는 짱뚱어; 출처: BRIC>

짱뚱어는 물 밖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어류입니다. 이는 아가미 외에도 입안과 인두의 점막, 피부를 통해 산소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피부를 통한 산소 흡수는 표면이 젖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갯벌처럼 습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활동 중에도 몸을 물에 적시는 행동이 자주 관찰됩니다.

5월부터 7월까지는 짱뚱어의 번식기입니다. 수컷은 진흙 속에 굴을 파고, 굴 입구 근처에서 지느러미를 세우거나 몸을 흔들어 암컷을 유인합니다. 짝짓기 후 암컷은 굴 안에 알을 낳으며, 수컷은 굴 내부로 공기를 운반해 저산소 환경에서도 알이 부화할 수 있도록 관리합니다. 이러한 번식 행동은 짱뚱어의 대표적인 생태 특성 중 하나입니다.

<굴에서 나오는 짱뚱어; 출처: 뉴스사천>

짱뚱어는 그 독특한 외형과 생태뿐 아니라, 갯벌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갯벌 표면을 파헤치며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토양을 섞고 산소를 공급하는 데 기여하며, 유기물을 섭취해 물질순환을 도와줍니다. 동시에 새, 게, 대형 어류의 먹이가 되며 먹이망의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또한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 덕분에, 짱뚱어는 갯벌 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짱뚱어는 생태적 가치뿐만 아니라 식용으로도 이용되는 어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일부 서해안 지역에서는 보양식 재료나 탕, 구이용 식재료로 활용되며, 단백질이 풍부하고 육질이 담백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통적으로 짱뚱어탕이나 짱뚱어 구이는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원기 회복 음식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저희 벤토스 학생들도 증도 갯벌 조사를 갔다가 짱뚱어탕을 먹어보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은 맛에 모두 놀라며 식사를 즐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짱뚱어탕>

혹시라도 5월의 어느 날, 바닷가를 산책하게 된다면 조용히 갯벌 위를 살펴보세요. 어디선가 짱뚱어가 큰 눈을 깜빡이며 여러분을 올려다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