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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거머리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24-11-01l 조회수 41

안녕하세요! 형형색색 단풍이 물들고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이달의 생물로 소개할 종은 바로 일명 ‘잘피’라고 불리는 거머리말입니다.

< Zostera marina ; 출처: Marine species portal>

 

거머리말(Zostera marina)은 분류학적으로 식물계>피자식물문>단자엽식물강>소생식물목>거머리말과>거머리말속에 속하는 해양 식물을 말합니다.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이라면 미역, 다시마, 김과 같은 해조류를 떠올리기 쉽지만, 거머리말은 땅에서처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독특한 바다 식물입니다. 조간대의 사질이나 사니질에서 군락을 이루며 자라며, 물속에 완전히 잠겨 살아가는 침수성 식물입니다. 우리나라에만 7종이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약 60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조류가 바위 등에 붙어 몸 전체로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과 달리, 거머리말은 벼나 보리처럼 해저에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흡수하며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나라에 수심 5m 이내의 물살이 느린 얕은 바다나 강어귀에서 거머리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특히 2월에서 5월 사이에 꽃을 피우고, 7월에서 8월 사이에 성숙한 종자를 만들어 번식합니다.

 

거머리말은 해양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식물군으로, 해조류와 마찬가지로 얕은 바다의 숲을 이루어 많은 어류들이 산란하고 치어들이 자라는 서식지를 제공합니다. 이들 군락은 해양생물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며, 이곳에서 어린 어류들이 자라면서 플랑크톤을 잡아먹습니다. 뿐만 아니라, 거머리말 숲은 물의 흐름을 조절하고 침전물과 유기 폐기물 등 오염 물질을 흡수하여 수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거머리말 서식지 모습; 출처: 해양수산부>

 

그러나 최근 매립 사업과 해안 개발, 수질 오염 등의 문제로 인해 거머리말이 서식하는 지역이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도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거머리말의 보전과 복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거머리말을 허가 없이 포획하거나 유통하는 행위는 최고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으며, 해양수산부는 2007년부터 거머리말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탄소중립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거머리말은 블루카본으로서의 생태적·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거머리말이 속해있는 잘피는 연안 또는 연안 습지에 분포하는 식물과 퇴적물을 포함하는 생태계에서 탄소를 격리하고 저장하는 대표적인 블루카본입니다. 저희 Benthos에서도 이러한 블루카본 연구를 위해 잘피 서식지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잘피는 바다 면적의 약 0.2%를 차지하지만, 바다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10%를 흡수하여 저장합니다. 전 세계 잘피에 저장된 유기 탄소는 약 19.9기가톤으로 추정되며, 이는 상당한 양입니다. 최근 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자연 기반 해법이 각광받고 있으며, 잘피 서식지의 보호와 복원은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잘피 서식지를 조사중인 모습; 출처: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이처럼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하고 해양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11월 이달의 생물 거머리말 소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