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퉁퉁마디
안녕하세요. 2023년 두 번째 이 달의 생물은 퉁퉁마디(Salicornia europaea)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퉁퉁마디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갯벌이나 식물에 관심이 많다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 이름일텐데요. 생김새를 본다면 왜 저런 이름이 붙었는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겁니다. 마디 사이가 퉁퉁하게 볼록볼록 나와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모습은 짠 바닷물로부터 체내의 수분을 지키기 위해 환경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그림 1. 퉁퉁마디 외형.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퉁퉁마디는 1년 안에 생활사를 마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조건이 괜찮으면 30-40 c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의 식물과는 달리 잎이 보이지 않고 줄기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특징이 있습니다. 자라면서 줄기 밑 부분부터 나무 줄기처럼 보이는 목질화가 진행됩니다. 봄철과 여름철에는 초록색이던 개체가 가을에는 붉게 색이 바뀝니다. 8-9월에 마디와 마디 사이에서 작은 꽃이 피며, 그 자리에 작고 검은 점 같은 씨앗이 생기면 내년을 위한 퉁퉁마디의 마지막 준비는 다 끝난 것입니다. 퉁퉁마디는 명아주과(Chenopodiaceae)에 속하는 식물로, 맛이 짠 풀이라는 의미를 가진 함초(鹹草)라고 부른답니다. 영어로는 Glasswort라고 부르는데, 퉁퉁마디와 유리(glass)와는 무슨 상관이 있던 걸까요? 옛날에는 유리를 만드는 재료인 탄산소듐(Na2CO3), 흔히 말하는 소다를 얻기 위해 함초를 태운 재를 사용하였고, 이러한 내력으로 인해 이름에 유리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주로 서남해의 니질 갯벌이나 사니질 갯벌 조간대 상부, 간척지, 염전 등에서 퉁퉁마디를 볼 수 있고, 동해안의 모래 해변이나 암반 조간대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토양에 수분이 많은 곳을 선호하지만, 정작 침수에는 약해서 갯벌에선 잘 침수되지 않는 만조선 윗부분을 터전으로 삼는답니다. 다른 종과의 경쟁에서는 쉽게 밀리는 편이라 아무도 없는 간척지에 개척자 생물로 들어왔다가 다른 염생식물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지는 종입니다.<그림 2. 퉁퉁마디 분포지. 출처: 한국의 염생식물>
<그림 3. 갯벌에서의 퉁퉁마디. 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이 잘 팔리던 시절에는 퉁퉁마디가 소금 생산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여겨지곤 했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폐염전에 퉁퉁마디를 대량으로 재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재배된 퉁퉁마디는 그 자체를 조리해서 무침으로 먹거나 가루로 내어 소금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한의학에서는 약재로도 사용하기도 합니다. 퉁퉁마디를 우리나라만 먹는다고 생각하면 오산!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퉁퉁마디를 식용하고 있다니 한번쯤 그곳에 가게 된다면 유심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최근에는 블루카본으로써의 퉁퉁마디 활용성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퉁퉁마디가 잎은 보이지 않아도 햇빛을 받으며 광합성을 하게 되면 대기 중의 탄소를 자신의 몸에 저장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떠한 이유로 퉁퉁마디의 생활사가 끝나고 그대로 갯벌에 묻히게 된다면, 퉁퉁마디 체내에 저장된 탄소는 다시 대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갯벌에 오랜 기간 갇히게 됩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렇게 갯벌로 탄소가 저장되는 과정과 갯벌 내에 탄소가 얼마나 저장되는지를 밝혀내려는 연구를 한창 진행중이랍니다. 오래 전부터 매립으로 인해 갯벌이 많이 사라지면서 퉁퉁마디의 서식지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퉁퉁마디의 가치가 재조명받게 되었고, 퉁퉁마디뿐만 아니라 이들의 서식지인 갯벌도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드넓은 갯벌 위 붉은 물결을 기대해봅니다. 글 by Benth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