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크릴
6월에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이달의 생물은 바로 난바다곤쟁이(크릴, Krill)입니다.
1. 크릴의 분류
난바다곤쟁이(크릴)는 절지동물문 (Arthropoda) > 연갑강(Malacostraca) >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에 속하는 갑각류를 통칭합니다(그림 1).
그림 1. Meganyctiphanes norvegica(출처: 구글 이미지)
2. 크릴의 생태학적 특징
크릴은 여과섭식자(filter feeder)로 알려져 있으며, 이들은 가장 앞 부속지(thoracopods)를 활용하여 해수 중 작은 입자를 여과하여 섭취합니다(그림 2).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크릴은 혼합섭식자(omnivore)이며 작은 동물플랑크톤과 어류 유생을 함께 섭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양한 위도에서 서식하는 크릴은 일차 생산자의 에너지를 상위영양단계로 전달하는 중간 전달자로서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단순한 먹이사슬을 가진 남극 생태계에서 크릴은 핵심종(keystone species)으로, 먹이사슬 전체를 지탱하며 더욱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남극의 많은 해양생물(알바트로스, 아델리펭귄, 턱끈펭귄, 마카로니펭귄, 젠투펭귄, 황제펭귄, 킹펭귄, 바위뛰기펭귄, 남극물개, 게잡이바다표범, 웨델바다표범, 코끼리물범, 대왕고래, 참고래, 보리고래, 남극밍크고래, 혹등고래 등.)은 직접적으로 크릴을 먹이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펭귄을 잡아먹는 레오파드바다표범과 같이 먹이사슬의 상위에 있는 종에게도 크릴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따라서, 남극 해양생태계 내 크릴 개체군의 감소는 먹이망 내 다양한 생물들의 존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림 2. 해부학적 구조(왼쪽) 여과섭식 부속지, thoracopods(오른쪽) (출처: 구글 이미지)
3. 크릴의 생식
크릴의 산란시기는 먹이원인 일차생산자들(phytoplankton, ice algae)의 번무시기와 유사하게 나타나며, 이는 자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식시기 수컷 크릴은 암컷의 생식공(thelycum)에 정협(sperm sack)을 전달합니다. 암컷 크릴은 수컷의 정협을 보관하였다가 생식소가 성숙하였을 때 수정시켜 수정난을 수중으로 배출, 또는 종에 따라 알주머니(brood sac)을 부착시켜 난이 유생으로 부화할 때까지 보호합니다(그림 3).
크릴은 산란기에 반복 산란(multiple broods)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림 3. 크릴 난소 및 생식공 성숙(Cuzin-Roudy and Amsler, 1991)
A, 성숙 전; B, 성숙; C, 생식공(thelycum) 성숙 전·후
4. 크릴의 생활사
난바다곤쟁이류(크릴)의 수명은 위도에 따라 다르게 보고되고 있습니다.
고위도: 약 6년 이상
중위도: 약 2년
저위도: 약 6 – 8개월
5. 크릴의 수직회유
크릴은 일주기 수직운동(diurnal vertical migration)을 합니다. 낮에는 깊은 수층에서 보내고, 밤이 되면 해수 표면을 향해 올라옵니다. 수직 회유는 크릴의 생존 전략과 관련이 있습니다. 크릴은 낮에 깊은 수층에 머무르면서 활동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으며, 또한 포식자의 공격을 피할 수 있습니다.
수직회유는 크릴의 유영능력 역시 영향을 줍니다. 크릴의 수직 이동 정도는 그들이 섭취한먹이 양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먹이를 많이 섭취한 크릴은 혼합층에 머무르며, 이 수층에서 발생한 크릴의 배설물 및 탈피각은 혼합층 아래로 가라앉아 해양의 탄소 순환에 기여하게 됩니다.
6. 알고 있으면 유익한 지식
최근 건강 보조제로 크릴 오일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크릴 오일은 정말 다른 오메가3 영양제(식물 및 동물 추출) 보다 기능이 훨씬 좋을까요?
시판되는 오메가3는 다양한 동물의 기름에서 추출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크릴 오일을 비롯하여 동물성 오일에 함유된 오메가3는 그들이 섭취한 미세조류(식물플랑크톤 등.)에서 기원됩니다. 따라서, 사실은 동물에서 추출한 오메가3를 섭취할 필요 없이, 식물성 오메가3를 섭취하면 되는 것입니다.
크릴은 남극에서도 풍부한 자원이 아닙니다. 단순한 먹이망 구조를 가지고 있는 남극 생태계에서 많은 해양생물들이 크릴을 주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크릴 소비자들 중 잡식성 생물의 경우, 크릴을 꼭 먹이로 삼지 않더라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 종의 경우 선택적으로 크릴을 먹이로 삼기 때문에 크릴 개체 수 감소는 그들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게 됩니다.
예를 들자면, 남극의 아델리펭귄은 식성이 까다로워 크릴만 먹고살기 때문에, 상업적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크릴 자원의 감소는 아델리펭귄의 생존에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전체 크릴 자원의 70%가 감소하였습니다. 앞으로의 남극 해양생태계는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연결되어 있으며,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인간에게도 위기로 다가올 것입니다.
크릴 오일은 식품 의약처가 인정한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며, 인지질 함량이 높아 다른 오메가3 공급원보다 몸에 좋다는 것 역시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닙니다.
이 글을 보신 해양 환경에 관심이 많으신 모든 분들이 당신의 작은 소비 습관이 지구상에 다른 생명체를 멸종시키거나 살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이달의 생물 크릴(난바다곤쟁이)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그림 by Benthos>
<참고문헌>
Cuzin-Roudy, J. and Amsler, M. O., 1991. Ovarian development and sexual maturity staging in Antarctic krill, Euphausia superba. Journal of Crustacean Biology 11(2): 236-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