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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바다새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8-02-01l 조회수 1
생물 채집을 위해 갈쿠리나 삽으로 갯벌 바닥을 긁어놓으면, 뻘 아래 살던 생물들이 밖으로 기어나와 우왕좌왕하곤 합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갈매기들이 날아와 저희를 졸졸 따라다니기 시작합니다. 저희가 지나간 자리에서 방황하는 갯지렁이 같은 저서생물을 얻어먹으려는 심산이지요. 갈매기들이 어선을 따라 나는 이유와 같습니다. 저희는 무릎까지 빠지는 뻘에 서서 땀을 뻘뻘 흘리고 일하는데, 갈매기들이 날아와 거들먹거리며 편안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걸 보면 가끔 얄미운 마음에 녀석들을 바짝 노려보게 됩니다.   갈매기   하지만 사소한 개인적 감정과는 상관없이, 바다새는 사실 바다 생태계에서 무척 중요한 구성원입니다.이들은 비교적 쉽게 눈에 띄고, 다른 동물군에 비해 비교적 동정이 쉽기 때문에 환경지표생물로 널리 활용되지요. 또한 갯지렁이류, 고둥류, 게류 등 수많은 저서생물을 섭식하는 생태계 먹이 단계의 최상위 분류군으로 생물 다양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하지요. 다른 측면으로는 비교적 수명이 길어 환경 건강성을 평가할 때, 장기간에 걸친 오염물질 축적 등을 분석하는데에도 많이 활용됩니다.   최근 국제 저명한 저널인 '네이처커뮤니케이션스'에 바다철새가 북극의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Croft et al., 2016). 바다새의 배설물로부터 배출되는 암모니아가 북극의 구름방울(cloud-droplet) 형성을 촉진한다는 것이지요. 이를 통해 구름이 형성되어 온난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북극권에 국한된 결과라고는 하지만, 바다새의 배설물이 이러한 역할도 한다니 신기한 일이지요.   바다새와 북극 온난화 <북극 바다새 집단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Croft et al., 2016)>   북극 이야기가 나왔으니 남극 이야기도 잠깐 꺼내보자면, 펭귄이나 도둑갈매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네요. 펭귄은 귀여운 외모와는 달리 상위포식자에 속하는 새입니다. 한국 최초의 남극 과학기지인 세종기지 주변에는 젠투펭귄, 턱끈펭귄이 서식하고 있어 중요한 연구대상이 되지요. 이 새끼펭귄들의 큰 천적은 같은 조류인 도둑갈매기(Skua)입니다. 세종과학기지 주변에는 도둑갈매기 역시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두 종류의 도둑갈매기가 있는데,  갈색도둑갈매기 (Stercorarius antarcticus), 남극도둑갈매기 (Stercorarius maccormicki) 입니다.  이들은 종 또는 시기에 따라 어린 펭귄 개체들 또는 바닷가의 단각류 같은 작은 저서동물들을 섭식합니다. 바다새들이 가지는 생태적 중요성을 인지한 국내 과학자들은 이 멀고 추운 남극 땅에서도 활발히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번식생태나, 먹이활동, 조류의 분포 및 현황 등을 조사합니다. 캡처   다시 우리나라 바다새로 돌아가볼까요? 생물다양성이 높아 먹이생물이 무척 풍부한 우리나라 연안은 텃새 뿐만 아니라 철새들이 머무를 수 있는 천혜의 쉼터입니다.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많은 수의 철새들이 찾아온다는 것은 이 곳의 생태계가 안정되어 있음을 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양수산부는 2015년 우리나라 전국 갯벌에 서식하는 바다새가 무려 126종이나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중에는 천연기념물인 큰고니, 흑기러기 등 법정보호종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탐조(bird-watching) 활동을 하시는 분들께서 탐조를 보물찾기에 비유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자유롭고 우아한 이 생물들을 보고 있자면 바쁘고 고단한 일상이 잊혀질 뿐만 아니라, 못보던 새들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가슴이 벅차오른 나타나면 그야말로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합니다. birdwatching   저도 갯벌에서 보이는 갈매기들이 얄밉다고 투덜대기만 할게 아니라, 다음번엔 관심을 가지고 바다새들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좋은 연구대상이기 전에, 드넓은 자연을 누비며 살아가는 멋진 동물이니까요. 사람들의 터전이기도 하고, 그들의 터전이기도 한 바다의 소중함도 함께 되새기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