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산호 2
이번 달 들려드릴 바다 생물 이야기의 주인공은 산호입니다. 산호는 이전에 한 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었습니다만(http://benthos.snu.ac.kr/?p=8177), 이번에는 그 때보다 좀 더 자세하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해요.
<사진: 둔한진총산호, Euplexaura crassa>
지난 이야기를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산호(珊瑚, coral)는 동물계에 속하는 저서생물입니다. 분류학상으로는 자포동물문 산호충강 산호속에 속하는 생물을 일컬으며, 암수가 한 몸에 있지 않고 따로 존재하는 자웅이체 생물입니다. 동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양분을 만들 수 없고, 촉수를 쏴서 작은 생물들이나 떠다니는 유기물을 잡아 질소원으로써 이용합니다. 특히, 일반적인 동물과 다른 신기한 점은 산호 안에 공생조류(zooxanthellae)를 살게 해서 이들에게 서식처를 주고 대신 이들에게서 산소와 영양분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산호는 다시 연산호와 경산호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들 두 분류군은 외골격의 유무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촉수의 개수가 8개인 것이 팔방산호라고 불리는 연산호, 6개인 것이 육방산호라고 불리는 경산호랍니다. 한 가지 참고하실 점은 산호말은 산호가 아니라는 점인데요, 산호말은 김이나 우뭇가사리처럼 홍조류의 일종이기 때문에 두 생물은 완전히 다른 생물입니다. 산호 각각의 색은 조류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 본연의 형광 단백질 또는 형광 단백질과 반사 단백질의 작용으로 나타납니다. 이 단백질을 통해 자외선과 산화 물질로부터 산호 자신과 공생조류를 보호하거나, 형광으로 방출시키는 빛이 공생조류의 광합성을 돕는다는 가설이 제시되어 있지만 아직까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사진: 해송, Antipathes japonica >
산호는 아름다운 모습만큼이나 자연과 사람에게 많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복잡한 구조 덕택에 다양한 생물에게 서식처와 피난처를 제공하기도 하고, 산란지로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산호초 생태계에서 무려 전 세계 해양 생물 종류 중 25%나 발견되고 있다고 하니 산호의 역할이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산호초에서의 높은 생물다양성은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에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산호초에 존재하는 생물로부터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단순하게는 관상용으로 기르는 생물부터 식탁에 오르는 생물까지, 또는 생물들의 유전자나 생산물을 의약품이나 상품으로써 이용하고 있는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반도 해역에 서식하는 큰수지맨드라미의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해양 산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했다고 하네요. 산호가 해양 생물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중에는 온실가스를 감소시키는 역할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공생조류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생물인데요, 이들 덕분에 산호초에서는 매년 1,500~3,700 g/m2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고 하고, 이 수치는 같은 면적의 열대우림에서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보다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1,000~3,300 g/m2). 자연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역할 외에도 산호는 사람에게 많은 이익을 주고 있습니다. 산호초가 발달된 곳은 바닷가로부터 밀려오는 해일이나 쓰나미의 피해가 약화된다고 합니다. 또한 아름다운 산호초를 보기 위해, 또는 산호초로 인해 생성된 새하얀 백사장에서 휴가를 즐기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주변 지역의 관광 산업이 발달하기도 합니다.<사진: 밤수지맨드라미, Dendronephthya castanea>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 해역 수온이 높아지면서 점점 아열대성, 열대성 산호가 한반도로 북상해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해역에는 지금까지 약 160여종의 산호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면 제주도뿐만 아니라 다른 해역에서도 심심치 않게, 그리고 이전에는 한반도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새로운 산호가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사진: 금빛나팔돌산호, Tubastraea coccinea>
산호초가 한반도 해역에 유입되면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더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 산호가 유입된다는 것은 기존의 생태계가 교란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환경이 변하면서 새로이 유입된 산호에게 기존에 살고 있던 저서생물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만약 기존에 살던 저서생물의 경쟁력이 약하여 유입된 산호가 이들을 밀어낸다면, 해당 환경에서는 밀려난 생물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태계 구조가 바뀔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아열대, 열대성 산호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해양의 수온이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산호 내 공생조류의 엽록체가 손상되면,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배출되게 되면서 산호를 손상시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산호는 공생조류를 밖으로 배출시키게 되는데, 산호는 많은 양의 영양분을 공생조류로부터 얻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이 조류를 다시 들여오지 못하면 산호가 죽게 됩니다. 여러분들께서 상상하시는 산호가 하얗게 변한 모습, 백화현상은 산호가 조류를 방출한 후 다시 받아들이지 못해 사멸한 모습입니다. 세 번째로,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는 근본적 원인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곧 해수 내 용존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의미하므로 산호 골격에 문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산호의 골격은 조개와 같은 탄산칼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골격의 재료인 탄산칼슘은 해수의 산성도(pH)의 영향을 받으며, pH가 낮아질수록, 바닷물이 점점 산성화될수록 골격이 쉽게 녹아버리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산호는 자신을 성장시키지 못하거나 골격이 약해져 최후에는 자신도 지탱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사진: 별혹산호, Verrucella stellata>
눈치채셨는지 모르겠지만 글 사이사이에 삽입된 산호 사진들은 전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산호들입니다. 그리고 이 산호 모두는 현재 보호대상해양생물로 지정된 종들이지요. 환경 변화로 인해 산호가 위협받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에 의해 이들이 위협받기도 한답니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산호를 관상용으로 자신의 수조에서 기르기 위해 몰래 이들을 채집하거나 훼손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열대 산호초에서는 관상어와 산호를 채집하기 위해 청산가리나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산호초가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손상 외에도 옥시벤존이라는 화합물질은 어린 산호의 DNA를 손상시켜 기형을 유발하거나 암수의 균형을 붕괴시킨다고 합니다. 이 물질은 자외선차단제와 샴푸와 같은 제품에 들어있어서 생활하수를 충분히 정화시키지 않고 바다로 흘려보낸다면 이들 뿐만 아니라 연관된 생물에게 미치는 피해가 얼마나 될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사진: 연수지맨드라미, Dendronephthya mollis>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을 살게 해주고 자연 재해도 막아주면서 더 건강한 지구가 될 수 있게 하는 산호는 단순히 수족관이나 열대 바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옆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사진: 측맵시산호, Plexauroides complexa>
저희 연구실에서는 저서생물의 생태적 구조와 기능, 건강성에 대해 공부하는 한편, 이들에게 닥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려고 합니다. 저희와 함께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문을 두드려주세요.<사진: 흰수지맨드라미, Dendronephthya alba>
사진 출처: 녹색연합, http://www.greenkorea.org/?p=35557 바다생태정보나라, http://www.ecosea.go.kr/inver/marineprotect/otp/marineprotect03.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