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r Benthos

[동물] 농게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6-10-01l 조회수 1
저희 실험실에서 유부도 갯벌(http://benthos.snu.ac.kr/?p=9422 참고)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저희가 갯벌 안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갯벌 초입부에서 집게발을 번쩍 들고 ‘저요!’ 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녀석들을 발견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손바닥을 마주치며 반가움에 활짝 웃었습니다. ‘너희 여기에 살고 있었구나?’ 바로 농게(Uca arcuata)였습니다.  때때로 붉은발농게라는 명칭으로도 불리지요. 여러분은 이 농게친구들을 만나보신 일이 있나요? 1
<사질과 니질이 혼합된 갯벌에서 서식하고 있는 농게>
농게는 달랑게 과(Ocypodidae)에 속해있습니다. 농게의 큰 집게발이 마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것 같기 때문이죠. 담수의 영향을 받는 하구갯벌 상부 또는 염습지 주 변에서 주로 서식하는 생물입니다. 물이 고여있는 곳보다는 땅이 마른 곳에서 발견되지요. 저희가 농게를 만난 곳도 금강하구의 영향을 받으며, 폐염전 부근 염생식물이 자라난 곳 주변부였습니다. 농게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동아시아 지역 조간대에서도 발견됩니다. 각국에서는 심지어 우표모델로도 등장합니다. 꽤 유명인사이지요?

%ea%b7%b8%eb%a6%bc1<농게가 그려진 각국 우표. 왼쪽부터 북한, 중국, 대만>

2 <농게 수컷. 크고 늠름한 집게발>

위 사진 중 수컷 농게의 위엄있는 집게발이 보이시나요? 농게 수컷은 한쪽 집게발이 비대칭적으로 커서, 굉장히 구별하기 쉽습니다. 다만 이는 수컷에만 해당되는 특징입니다. 다시 한번 위 사진을 확인해보세요. 그러나 수컷에 반해 암컷은 비슷한 모양의 양 집게발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린 수컷개체의 경우 집게발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린 개체의 암수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합니다.  성장을 하면서 외형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이때 재미있게도 수컷의 집게발은 오른쪽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고, 왼쪽이 발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거의 같은 비율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Yamaguchi & Henmi, 2001).

물론 크고 멋진 집게발부터 눈에 띄긴 하지만, 작은 집게발도 매우 중요한 부속지입니다.  농게의 작은 발은 먹이활동에 쓰입니다. 퇴적물에 있던 조류, 미생물 등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건 다 먹지요. 그리고 농게들은 섭식한 유기물을 다시 내보냅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갯벌을 살아숨쉬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보니 큰 집게발은 어디다 쓰냐구요? 물론 멋있기만 한 장식품은 아닙니다. 짝짓기 시기가 되면 수컷은 큰 집게발을 흔들며 암컷에게 구애를 합니다. 수컷들의 큰 집게발은 사랑의 쟁탈을 위한 것이지요! 4

<농게 서식지>

위 사진의 농게 서식지가 보이시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염생식물이 자라나는 염습지 사이사이로 농게들이 살고 있습니다. 조금 특이한 것은, 굴뚝 모양의 농게 굴이 드문드문 발견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농게 굴은 수컷보다는 암컷이 지은 경우가 더 많고, 큰 개체보다는 작은 개체가 이런 집을 더 많이 짓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Wada & Murata, 2000). 이는 조수의 영향이나 천적들로부터 몸과 집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집을 지을 줄 아는 똑똑한 녀석들인 것이지요. 갯벌이 숨쉬게 만들어주는 엔지니어이자 멋진 집도 지을 줄 아는 건축가인 농게들! 갯벌 어딘가에서 농게와 조우하게 된다면 엄지손가락 한번 치켜세워주시고, 녀석들의 보금자리가 오래 보전될 수 있길 함께해주세요.

참고문헌: Yamaguchi T and Henmi Y (2001) Studies on thedifferentiation of handness in the fiddler crab, Uca arcuata. Crustaceana 74: 735-747. Wada K and Murata I (2000) Chimney Building in the Fiddler Crab. Journal of Crustacean Biology 20: 505-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