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저서미세조류
4월의 생물로 소개해드릴 주인공은 저서미세조류(microphytobenthos, MPB)입니다. 사실, 저서미세조류는 생물 이름이 아니라 저서에 살면서 광합성을 하는 작은 생물들을 총칭하여 부르는 인위적인 그룹이랍니다. 지역에 따라 종 조성에 차이는 있지만 이 그룹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생물군은 규조류(diatom)이며, 유글레나류(euglenoid), 남세균(cyanobacteria), 와편모류(dinoflagellate) 등이 포함됩니다.
<현장 퇴적물에서의 저서미세조류 사진> <갯벌 표면의 저서미세조류 패치 및 발생된 산소 기포> <저서미세조류 패치와 저서동물의 섭식 흔적>
저서미세조류는 사실 갯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룹입니다. 갯벌 표면을 보고 있으면 뻘 색은 아닌데 초록색이나 갈색 비슷한 색이 갯벌을 덮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겁니다. 혹자는 갯벌 색이 변한 것을 보고 갯벌이 썩었거나 오염 물질에 더럽혀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이는 색색의 패치들은 사실 오염된 갯벌의 모습이 아니라 저서미세조류가 가지고 있는 색소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뭔가가 파먹은 흔적 역시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 흔적들은 게나 갯지렁이가 저서미세조류 식사를 마친 흔적입니다. 인근에 거주하시는 주민분들의 제보에 의하면 숭어도 저서미세조류를 뻘과 함께 한 움큼씩 섭취하기도 한답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저서미세조류는 갯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앞에서도 소개해드렸듯이 이들 저서미세조류는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엽록소라는 색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엽록소는 빛 에너지를 지구의 생물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학 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색소로, 쉽게 생각한다면 갯벌에서 쌀 농사를 짓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렇게 자신의 몸에 영양분을 비축해놓고 자신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다른 생물에게 잡아먹힘으로써 영양분이 되기도 한답니다. 또한 광합성을 한다는 것은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고 산소(O2)를 발생시킨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산화탄소는 최근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으니 갯벌에서 저서미세조류가 광합성을 많이 해준다면 지구 온난화도 조금은 완화되지 않을까요?그렇다면 저서미세조류가 광합성을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아래 그림에서도 잘 나타나있지만 태양 빛 정도의 강한 빛을 쬐어주면 갯벌 표면에서 공기 방울이 뽀글뽀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이 공기 방울을 산소 측정 장치로 측정해보면 주변보다 높은 산소 농도가 측정되는데, 이를 통해 저서미세조류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답니다. <광합성 중인 저서미세조류>
이 외에도 이들이 만들어내는 세포외 중합 물질(Extracellular polymeric substance, EPS)이 붙은 갯벌 표면은 쉽게 침식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니, 눈으로 보이지 않는 녀석들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네요.
<저서미세조류 시료를 채집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