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맹그로브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간혹 해안가를 따라 형성되어 있는 숲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국적이다”, “아름답다” 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곧 이런 의문이 듭니다. ‘짠 바닷물이 드나드는데, 저 나무는 어떻게 살 수 있지?.’
먼저 소금기 가득한 환경에서 맹그로브가 어떻게 살 수 있는지 알아볼까요? 일부 종은 수분이 스며들지 않는 뿌리를 가지고 있어 염의 흡수를 차단하기도 하고, 일부는 오래된 잎이나 나무 껍질에 염을 축적시킨 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액포에 염을 저장하거나, 아래 사진과 같이 잎을 통해 직접 염을 배출시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기작은 맹그로브가 염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줍니다.
<맹그로브 잎을 통해 배출된 염 (호주, David Fleay Wildlife Park)>
그나저나, 잎만 봐서는 산속에 있는 나무인지 맹그로브인지 구분이 가지 않으시죠? 그렇다면 맹그로브의 뿌리는 어떻게 생겼는지 볼까요? 우연히 호주 퀸즐랜드주 Cabbage Tree Point에서 뿌리가 노출된 맹그로브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나무의 뿌리와 달리, 주 뿌리들이 사방으로 넓게 퍼져있습니다. 이러한 형태 덕분에 맹그로브는 강한 파도나 조류, 태풍에도 버틸 수 있으며, 해안 침식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뿌리가 노출된 맹그로브 (호주, Cabbage Tree Point)>
혹시 맹그로브 뿌리에서 한가지 더 특이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자세히 보시면 사방으로 퍼져있는 뿌리에 수직방향으로 솟아나있는 뿌리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한번 알아볼까요? 맹그로브가 살고 있는 토양이나 진흙 속에는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은 발달된 뿌리를 통해 대기 중 산소를 흡수합니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물 위로 솟아있는 호흡근(pneumatophore)이나 수면 위로 노출되어있는 지주근(stilt root)이 대기 중 산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기작은 맹그로브가 바닷물 속이나 조간대에서 살 수 있게 합니다.
이렇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극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는 맹그로브는 인간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광합성을 통해 막대한 양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도 하고,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에너지원을 공급하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은 맹그로브에서 시작되는 에너지원이 먹이사슬을 통해 어떻게 이동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생성된 맹그로브기원 유기물은 부식된 후 먹이사슬을 통해 박테리아나 균류, 새우, 게, 치어를 통해 새나 큰 물고기, 게, 새우 등에게 전달됩니다. 인간은 맹그로브 서식처에서 성장한 수산자원을 섭식함으로써 맹그로브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맹그로브 서식처에서의 먹이사슬 구조 (호주, David Fleay Wildlife Park)>
<FMM을 이용한 저서미세조류 일차생산력 측정 (호주, David Fleay Wildlife Park)>
최근 우리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은 호주 Griffith University Joe Lee 교수님과의 공동연구를 통하여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맹그로브 서식처에서의 저서미세조류 일차생산력과 먹이망 구조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좋은 연구결과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