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거미불가사리
어릴적 바닷가에서 놀던 중 조그마한 바윗돌을 들쳐보다가 깜짝 놀란적이 있다. 혐오스럽게 생긴 정체불명의 괴기 생명체가 꿈틀꿈틀 거리는 장면에 소스라치게 놀랐던 것이다. 바닷가 근처에서 자랐던 터라 해삼, 멍게, 말미잘과 같은 바다생물들은 그저 친근한 장난감들이었는데, 이 녀석은 차원이 달랐다. 나는... 줄행랑을 쳤다. 거미불가사리(Ophioplocus sp.) 지금 생각해보면 그 정체불명의 괴기 생명체는 바로 '거미불가사리' 였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불가사리들은 반짝반짝 작은별을 닮은 알록달록 친근한 친구들이다. 그러나 처음 만난 거미불가사리는 삐죽삐죽 꿈틀꿈틀 흉즉한 모습의 소유자였다. 게다가 다른 불가사리들과는 다르게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이었다. 빠르게 움직이는 혐오스러운 생물!!! 이름에서 드러나듯 마치 '거미' 처럼 스물스물 기어다니는 이 해양생물에 대해 오늘 소개해보려 한다. 곧 여름이 다가오니 남량특집 해양생물로는 적격인 녀석이다. 모두들 집중! 집중! <생태적 특징> 극피동물에 속하는 거미불가사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불가사리의 한 종류이다. 몸은 편평하고 표면에 작은 비늘, 돌기 등이 빽빽하게 덮여 있다. 종에 따라서 털이 빼곡하게 나 있기도 한다. 몸통 주위로는 보통 5개의 팔을 가지고 있고 불가사리들에 비해 가늘고 긴 편이다. 몸통 아랫면에 촉수로 된 관족들이 있고 양쪽 가시로 걷는다. 몸통 아랫면 가운데에 입이 있고 입가에는 이빨이 돌려나는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이녀석들은 항문이 없어서 찌꺼기를 입으로 배출한다고 한다. 조간대나 깊은 바다의 바닥에 주로 서식한다. 바닥에 떨어진 유기물들을 주로 찾아 섭식하며 알을 낳는 난생이며 자웅이체이다. <크기, 재생력> 개체의 크기는 다양한 편인데, 대게 우리나라 바다에서 발견되는 종들은 대게 어른 손바닥 보다 작은 편이다. 영명으로는 "brittle star" 라고 불리운다. 말그대로 바삭바삭한 불가사리인데, 아마도 불가사리의 팔과 가시가 쉽게 부러지는 특성 탓인듯 하다. 부러지기 쉬우나 재생력은 강해서 팔의 대부분을 잃어도 곧 재생이 된다. 포식자들이 거미불가사리를 노릴 때에 다리를 주고 중요한 내장기관은 살리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마치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다리쯤은... 다시 재생되니까요!! <화려한 체색변이> 전세계적으로 보면 거미불가사리들의 체형과 색상은 상당히 화려하고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녀석들은 주로 주변 환경 탓에 몸체의 색과 무늬가 단조로운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류가 분포하는 종으로 위 사진과도 같이 다양한 색깔과 형태를 자랑한다. 꿈틀꿈틀 혐오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녀석들의 다체로운 색상과 자태들은 스쿠버다이버들과 수중사진가들을 유혹하는 필살 무기이기도 하다! <우리 실험실의 연구> 징그럽기도 하면서 나름 매력도 있는 거미불가사리는 우리나라의 조간대와 갯벌 및 저서생태계에서 서식하는 중요한 종이다. 특히 몸체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바다가 점차 산성화가 된다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생물자원이다. 현재 해양분야에서는 해저지중이산화탄소 저장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저감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저지중에 저장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만약 이 저장된 이산화탄소가 누출이 되면 특정 해양생물들에게 해로운 피해를 입힐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 연구실에서는 현재 그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거미불가사리는 몸체의 대부분이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생물인데 만약, 고농도의 이산화탄소에 노출이 될 경우 어떻게 반응할 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아래의 사진을 보시라! 다양한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해수에 주입하고 이를 거미불가사리에 노출시킨 후 관찰하였다(사진이 푸르게 나온 이유는 어두운 해저 환경을 맞춰주기 위해 실험실을 어둡게 유지했기 때문이다). 과연... 결과는? ...(결과에 앞서) 우리 연구실에서는 불가사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생물들을 이용하여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실험하고 있다. 그런데 거미불가사리는 기존 실험 했던 다른 생물들보다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낮은 농도의 이산화탄소에서도 많은 개체가 치사하는 것을 관찰 할 수 있었다. 오호 통재라...실험 중 많은 수가 치사하였다.. 연구를 위한 일...현재 생존한 (기특한)녀석들을 잘 배양하는 중이다. 실험실에서 배양 중인 불가사리들 거미불가사리 뿐만 아니라... 아직 더 실험하고 공부해야 하는 생물들이 많다^^. 우리 연구실에서는 앞으로 다양한 생물들을 배우고 알기 위한 다양한 동물실험들을 진행할 것이다. 언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한 분은 언제든지 물어보시라. 우리와 함께 바다 생물을 알고 공부할 사람...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길!!!! 바다 지킴이 - 해양저서생태학 연구실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