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엽낭게
어린 시절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해변을 걷다 보면 제 눈을 사로잡던 모래경단 들이 있었습니다.모래갯벌에 수놓인 모래경단들은 저에겐 커다란 도화지에 그려진 하나의 작품 같았고, 이 멋진 작품들이 부셔질까 어린마음에 조심조심 걷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바로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엽낭게(Scopimera globosa)입니다.
<형태> 엽낭게는 조선시대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주머니, 엽낭(염낭)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입니다. 갑각은 매우 두꺼워서 콩알 모양이고 그 윤곽은 동그스름한 사다리꼴입니다. 갑각의 가장 넢은 곳(맨 뒷부분)이 갑각길이의 약 1.3배 이며 눈구멍은 누에고치 모양을 띄고 있습니다. 양 집게 다리는 대칭을 이루며 수컷이 암컷보다 훨씬 큽니다. 걷는다리는 제1걷는다리에서 제4걷는다리로 갈수록 점점 짧아지며 모서리에 검은 털이 나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구분> 엽낭게는 발콩게와 그 생김새가 매우 유사합니다. 따라서 구분하기도 매우 어려운데요, 엽낭게는 제1걷는다리가 제2걷는 다리보다 길고 엽통구역이 매끈하지만, 발콩게의 경우 제2걷는다리가 제1걷는다리보다 훨씬 길고, 염통구역에 작은 과립이 있습니다. <서식활동> 엽낭게는 주로 조간대의 모래사장에서 서식하며 수직으로 구멍을 판 후 서식 합니다. 간조 시에 나와 먹이활동을 하는데 양 집게다리를 교대로 사용하여 모래를 입으로 운반한 후 먹이를 골라 먹습니다. 이때 먹이를 섭취하고 남은 나머지 모래를 덩이로 뭉처 버리게 되는데 이것이 우리가 모래사장에서 볼 수 있는 '모래경단' 입니다. <실험> 저희 실험실에서는 기름 유출 시 유류 및 퇴적물에 진존하는 유류 성분이 엽낭게에 어떠한 독성을 나타낼 수 있는 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류오염 환경 복원 기술개발을 위하여 각각의 유류물질을 처리하였을때 어떠한 조건에서 엽낭게의 회복조건이 가장 빠른지 알아보고 있는데요. 엽낭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들의 회복조건을 최적화 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되고 있으니 저희 연구실을 방문하셔서 다양한 저서생물들을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by Benth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