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고둥
조간대(intertidal zone)에는 놀랄 만큼 수많은 생명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갯벌은 물론이고, 단단해서 황량할 것만 같은 암반에도, 해수욕이나 할 것 같은 모래해변에도 생명이 꽉꽉 들어차 숨쉬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많은 생명들 중 고둥을 콕 집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바닷가에서 몸을 낮추고 가만히 바위틈이나 작은 조수 웅덩이(tidal pool), 돌 밑을 살펴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곳이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라면, 분명 다세대 주택처럼 여러 개체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고둥들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혹은 물이 얕은 모래해변에서 자신의 궤적으로 멋진 그림을 그리는 작은 고둥들을 만나보실 수도 있겠지요. 고둥이라면 아무래도 좀 친근한 해양생물일 듯 합니다.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다양하고 예쁜 외양(껍질 부분, shell)을 가지고 있고, 먹을 수 있는 고둥들이 많기 때문이죠! 많은 고둥들을 채집해 호기심 반 배고픔 반으로 먹어보면 맵싸리는 이름처럼 매운 맛이 나고, 눈알 고둥은 쌉싸름한 맛이 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종이라고 해서 맛까지도 다른게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죠? 우리실험실에서 지난 5월 다녀온 제주도 종달리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복족류부터 소라와 같이 큰 크기의 복족류까지 다양한 복족류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바로 고둥이 이 ‘복족류(gastropoda)’에 속하는 친구들입니다. 복족류는 연체동물문의 가장 큰 강(綱, class)입니다. 대부분 흔히들 알고 있는 나사 모양으로 된 껍데기를 가지지만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제주도이니만큼, 고둥 역시 다양한 종류로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특이하게 생긴 뱀고둥에서부터, 뿔두두럭고둥, 밤고둥…… 다양한 고둥들을 채집하여 실험실에 돌아와서는 위 그림과 같이 멋진 표본으로 만들었지요! 친척인 다른 연체동물들도 섞여 있지만, 고둥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네요. 날씨가 추워져 해수욕을 하러 갈순 없겠지만, 가을-겨울 바다의 경치도 굉장히 훌륭하죠! 혹시 바다를 보러 가신다면 잠깐 몸을 낮춰 발 밑이나 돌 아래를 살펴보세요. 숨어있는 고둥들을 발견할 지도 모릅니다! 수줍게 고개를 내민 고둥들의 이름이 궁금하다면 저희 연구실에 한번쯤 놀러오세요! 아마 똑같은 외양의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연체동물의 동정(identification), 쉬운 표현으로 ‘이름 찾기’는 전문가들에게도 까다로운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박사님들이나 교수님의 조언을 받으며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마 재미있고 흥미로운 배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