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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해산송사리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4-03-01l 조회수 1
2469273730_oJBnjTXc_ED919CECA780EC82ACECA784 ‘송사리’라는 물고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작은 개울에서부터, 큰 강가의 얕은 물에서 흔히 서식하는 새끼손가락 절반만한 작은 물고기 들이지요. 치밀한 그물코도 통과할 작은 크기 탓에, 그물로는 잡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종이컵을 들고 다니면서, 송사리들을 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46dabc55c21ec153b6ea0bcc370fa193_QnDQcZeGZIfqxrtxovGXKsn1wO6IorAm 그렇다면, ‘해산송사리’는 어떤가요? 들어 보신적이 있나요? ‘해산송사리 (Oryzias melastigma)’는 말 그대로, 바다에서 나는 송사리 입니다. 인도,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권역의 기수역과 연안에 서식합니다. 국내의 민물에 서식하는 송사리들 (Oryzias latipes, Oryzias sinensis)과는 같은 속(genus)에 들어가니 국내에 서식하는 송사리들과는 매우 가까운 친척관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송사리 종류는 아시아권 전역의 담수와 해수에 퍼져 사는 어류로 해수어가 담수어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지역별로 격리된 송사리들이 각각의 종으로 진화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송사리 친척들의 공통조상이 해수어에서 담수어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담수지역에 완전히 적응하고 진화한 송사리들은 국내에 서식하는 송사리처럼 담수에만 서식하게 되었고, 담수환경까지 올라가지 않거나 올라가다가 기수역에 적응한 송사리들은 ‘해산송사리’로 남게 된 것입니다. 연구자들에게서 가장 유명한 송사리는 국내에서도 서식하는 Oryzias latipes라는 담수송사리 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실에서 ‘제브라피쉬’와 함께 담수실험종으로 널리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실험종은 생물실험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생물종들을 의미합니다. 실험종은 연구실에서 배양과 환경적응이 수월해야 하며, 실험에 의한 환경변화에 대해 다양하고 객관적인 반응을 나타내어야만 합니다. ‘제브라피쉬’와 ‘담수송사리 (Oryzias latipes)’가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담수실험종인 셈이지요. 반면에, 해산송사리 (Oryzias melastigma)는 해수실험종으로서 현재에서야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종입니다. 해수에 서식하는 생물로 실험을 진행하려면, 염분이라는 조건이 추가적으로 조절되어야 하고, 특히 해양어류는 대부분이 실내에서 배양하기에는 크기가 커서 실험하기가 까다롭습니다. 따라서 해양의 대형생물을 이용하여 실험하는 것은 담수생물에 비해 연구의 역사가 짧고, 담수송사리나 제브라피쉬에 비해 연구가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하지만 해산송사리는 염분변화에 대해 내성을 갖고 있고, 성체의 크기가 엄지손가락크기보다 작아 해양어류실험 종으로서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실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수환경의 변화에 대한 어류의 반응을 연구하기 위해 해산송사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46dabc55c21ec153b6ea0bcc370fa193_InwaojgyHH 해산송사리는 열대지방에서 서식하는 종이기 때문에, 23-25℃의 수온만 맞추어 주고, 20-35psu의 염도만 맞추어 준다면, 배양이 어렵지 않습니다. 성체 해산송사리들은 위와 같은 조건에서, 먹이를 충분이 공급하면 이틀에 1~2회정도 10~30개정도의 알을 산란합니다. 산란된 알들은 14-16일 이후, 3-4 mm정도의 치어가 부화합니다. 산란된 알은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안구와 심장등의 기관이 발달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부화한 치어는 이틀 정도는 난황을 통해 먹이를 공급받고, 이틀 이상이 경과하여 난황이 사라지면 먹이를 매우 곱게 갈아 공급합니다. 이후 2~3개월간 성장을 하면서, 청소년기를 거치고 나서, 성체크기의 2/3크기에 이르면 2차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2차성징은 배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를 보면 확실히 할 수 있습니다. 암컷은 지느러미의 변화가 없는 반면, 수컷은 지느러미의 끝부분이 길게 자라납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는 산란한 알들이 수조 바닥에 보이기 시작하고, 한달 정도를 더 성숙하면, 성체의 크기에 다다릅니다. 즉 알에서부터 약 4-5개월안에 성체로 성장하여 1세대를 완성하게 됩니다. 46dabc55c21ec153b6ea0bcc370fa193_9NgBT7iRbN1W2UzZau 우리 해양저서생태학 연구실에서는 현재 해산송사리의 배아시기에 대한 환경변화의 영향을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산송사리 알을 산란 직후부터, 부화할 때까지 촬영하며, 배아발달을 관찰해 왔습니다. 산란 직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알에서, 척추가 생기고, 눈이 생기고, 이석이 보이기 시작하고, 지느러미가 자라나고, 현미경 빛에 반응하는 알 속의 배아를 관찰하는 일의 경이로움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어느 순간부터 관찰되는 뛰는 심장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생물이 발생하는 것은, 정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더군요. 이 것으로 우리 실험실의 ‘해산송사리’ 소개를 마치고자 합니다. 지금의 저는 해산송사리의 움직임만 보아도 배가 고픈지, 아픈지 눈에 보이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배양을 처음 시작한 1년 전에는 현재 배양중인 개체의 몇 배에 이르는 치어들이 저의 미숙함으로 말미암아 희생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현재는 헤엄치는 모습만 보아도 개체들의 상태를 판별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현재 3세대의 해산송사리가 공존하는 우리 연구실에 들르시게 된다면, 할머니 할아버지와 옆 수조에 살아가는 손자 손녀 해산송사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1세대 해산송사리는 현재 1마리 밖에 남지 않았으니, 늦으시면 1세대를 못 보실 수 도 있겠군요. ^^ <by Benth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