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갯지렁이
갯지렁이류: 영어로는 Polychaeta라고 하며, 분류적으로 환형동물문-다모강에 속한다.
2009년, 영국 콘웰에 있는 Newquay’s Blue Reef 수족관에서는 갑자기 물고기가 사라지거나 상처를 입은 채로 돌아다니고, 산호가 반으로 잘린 채 파괴되어 있는 괴이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그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그 범인은 수족관 바닥에 숨어살고 있던 Bobbit worm이라고 불리는 왕털갯지렁이임이 밝혀졌다. 이 갯지렁이는 강력한 턱으로 물고기 등을 사냥하는 포식자로서, 이 수조에서 발견된 갯지렁이는 1.2미터에 달하는 몸 길이를 가지고 있었다. 이 왕털갯지렁이는 개체에 따라서 심지어 3미터의 길이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반면, 갯지렁이 중에는 현미경으로 보아야만 그 형태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크기의 종들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1cm에서 30cm정도의 길이를 갖는 종들이 흔하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낚시 미끼로써의 갯지렁이가 이에 해당된다.
갯지렁이를 생각하면 낚시미끼로 사용되는 징그럽게 생긴 벌레의 이미지만 떠올리는 경우가 흔할 것이다. 하지만 엄청나게 다양한 갯지렁이 종들이 존재하며, 이들 중에는 매우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는 녀석들도 많다. 갯지렁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지, 어떠한 환경에 서식하는지, 또한 생태적으로는 어떠한 중요성을 갖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보자.
갯지렁이의 형태
흔히 갯지렁이라고 하면 가늘고 긴 지렁이 모양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 이외에도 고슴도치 모양, 오뚜기 모양, 꽃 모양 등 매우 다양한 형태를 가진다. 위쪽에 보여지는 다양한 형태의 동물들 역시 모두 갯지렁이이다. 색깔 역시 다양해서 붉은색, 분홍색, 갈색, 녹색, 오렌지색 또는 복합적인 색깔의 무늬를 띠기도 하며, 무지개빛 혹은 진주빛을 띠는 것도 있다. 이중 몇몇 종들은 매우 화려한 외양을 자랑하기도 한다.
갯지렁이의 섭식 전략
갯지렁이는 다양한 형태만큼이나 다양한 섭식 전략을 가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왕털갯지렁이처럼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 갯지렁이가 있는 반면 초식성의 갯지렁이들도 있다. 턱을 사용하여 직접 먹이를 낚아채는가 하면, 위쪽 그림에서와 같은 화려한 방사관을 이용해 수중에 떠 있는 먹이를 걸러 먹기도 한다. 또는 다른 생물에 기생 혹은 공생을 하는 갯지렁이 종류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섭식 전략을 선택한 결과 갯지렁이류는 매우 넓은 범위의 생태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해양 환경과 갯지렁이
갯지렁이는 서식지의 건강성을 지시하는 환경지표종으로 유용한 생물이기도 하다. 특정 갯지렁이 종들의 경우 뚜렷한 기회종으로서 오염이 심한 곳에 우점하며 그에 따라 환경지표종으로 이용될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일부 종들은 PCBs, PAHs와 같은 난분해성 유기오염물질을 몸에 축적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특정 서식지의 환경(특히, 퇴적물)에 존재하는 독성유해물질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갯지렁이의 서식처
이러한 갯지렁이들은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을까? 대개의 종들은 바다에 터전을 잡고 있지만 극히 소수의 종들은 민물이나 기수역(바다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 예를 들면 하구)에서 살기도 한다.
만약 갯지렁이를 관찰하고 싶다면 갯벌의 뻘 속이나 바닷가 바위의 틈 사이 또는 해조류의 뿌리 사이를 잘 살펴보기를. 깜짝 놀랄 만큼 예쁘게 생긴 갯지렁이도 있지만, 길쭉하고 흉한 몸체를 가진 보통의 갯지렁이라고 해서 징그럽다고 미워할 필요는 없다. 오염 정화에도 기여하고, 오염 분석에도 중요하며, 먹이 사슬 속에서도 빠져서는 안되는 아주 중요한 해양생물의 한 부분을 차지하므로...
by Benth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