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고글 > 유류오염과 해양생태계 복원
(사) 해양산업협회(KAMI)에서 발행하는 웹진 2015년 7월호에 김종성 교수님께서 기고하신 "유류오염과 해양생태계 복원"에 관한 글이 실렸습니다.
http://www.webzinesean.kr/html/main/view.php?idx=118&page=1&keyword=&keyfield=&s_category=13
유류오염과 해양생태계 복원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
※ 허베이스프리트호 유류유출사고 초기 해수욕장으로 밀려든 원유 (출처 :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내의 해양 유류오염사고는 연간 약 300여 건에 달한다고 한다. 유류사고는 자연재해라기보다는 사람의 실수로 인한 인재의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하지만 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잊혀질 만 하면 한번씩 대형 유류사고가 찾아온다. 1995년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 2007년 태안 허베이스프리트릿호 사고, 그리고 최근 2014년 여수 우이산호 사고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유출된 유류성분은 짧게는 수년부터 길게는 수십 년간 연안환경 내에 잔류하며 해양생태계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친다. 대게 엄청난 금액의 방제비용이 발생하고, 어업, 관광업, 숙박업, 요식업 등의 사회∙경제적 피해보상비용이 발생하기에 그 파급효과 또한 크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유류사고 발생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무엇보다 신속∙정확하고 보다 효과적인 방제작업이 요구된다. 또한 피해 범위 및 규모 산정과 생태위해성 평가를 위한 꾸준한 환경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러 대규모 유류사고를 겪으면서 국내의 유류관련 연구수준은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허베이스프릿호 유류사고 이후 해양수산부에서는 8년째 대형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의 결과물로 2012년에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된 해양 유류오염 신속 모니터링 및 감식기술이 세계적인 저명학술지인 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환경 과학과 기술)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되기도 하여 국내 유류관련 연구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바 있다.
사고 후 약 8년이 지난 현재 SCOPUS(과학저널 검색엔진)에서 ‘Hebei Spirit oil spill’ (허베이스프릿 유류 유출)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총 80여편의 논문이 검색된다. 환경 내 잔류 유류성분의 특성 및 거동, 서식생물에 미치는 영향, 생태군집에 미치는 영향 및 회복특성, 인체 위해성 등 다양한 분야의 복합적인 연구를 망라한다.
이는 19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Exxon Valdez oil spill’(엑슨발데즈 유류 유출) 이후 수행된 연구와 견주어도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대규모 유류오염사고에 대한 국내 관련 연구자들의 고민과 노력의 결과물이며 지속적인 대형 연구개발사업 지원의 성과라 하겠다. 이전까지는 대형사고 발생시에만 간헐적으로 연구과제가 지원되어 단기연구에 그치는 경향을 보였고, 따라서 핵심기술을 개발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류오염 방제체제 또한 대형사고 이후 점차 정비가 되어 유류사고에 비교적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사고초기 해상 긴급방제 시에는 사고지역의 물리, 지화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적합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해안가 방제에 있어서 자연회복을 중시하여 우선적으로 장기간 방치 하는 것을 고려한다.
한편,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해안가를 수산, 관광 및 여가의 용도로 활용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 재산권을 위협하는 바 생태적 방치보다는 방제 요구강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한국형 해안방제 시스템의 개발 및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어떤 방제방법으로 어느 수준까지 방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화두는 생태복원에 있다. 생태복원이라 함은 유류사고로 인해 영향을 받은 해양생태계를 사고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수행된 사례가 극히 드물며 아직 기술개발 초기단계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수행된 “해양생태계 복원기술 개발 기획연구”의 전문가 설문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복원기술의 수준은 5대 선진국에 비해 약 9년 정도 뒤쳐진 것으로 확인되었다(해양수산부, 2013).
유류사고로 인해 훼손된 해양생태계를 최신의 복원기술로 자연회복 속도보다 앞당길 수 있고, 회복될 생태계서비스의 가치가 복원에 소요되는 경비보다 클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점을 고려해보면 복원기술의 개발은 시대적 요구로 이해된다. 유류오염지역의 생태복원은 해당 복원기술의 개발이라는 단기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가치 제고, 지역산업의 활성화, 일자리 창출, 생태관광의 수요 증대 등 다양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생태복원을 통한 환경적 가치의 제고는 해양개발 및 이용에 대한 대국민 인식과 사회적 중요성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미래 해양시대를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방제, 모니터링, 그리고 생태복원, 이 세 가지 핵심기술을 갖추어 향후에 있을지 모르는 대형유류사고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 해양수산부, 2013. 해양생태계복원기술개발 기획연구 최종보고서. pp. 296.>
김종성 (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