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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갯벌바다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라!
『Ocean & Coastal Management』의 한국갯벌 특집호 발간 의미
고철환 명예교수 (지도교수,81-12)세 걸음을 걷고 한 번 큰 절을 하는 행위는 불교적 발심의 최고형태를 보여주는 자기희생적 의식이다. 삼보일배, 이 지극히 종교적인 용어가 가장 전투적인 의사표현행위가 된 배경에는 새만금갯벌의 죽음을 막으려는 한국 시민사회의 ‘새만금갯벌 지키기 운동’이 있다. 시민들이 온 몸을 던져 지키려던 새만금갯벌을 비롯한 한국갯벌은 어떤 가치를 지닌 존재일까? 그 답을 세계 해양정책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SCI)가 밝혔다.
2014년 12월 『Ocean & Coastal Management』는 우리나라 갯벌을 연구한 논문 19편이 실린 ‘한국갯벌 특별호’를 온라인 발간했다. 이어 올해에는 양장된 하드커버 서적도 발간돼 특별호의 객원편집인이자 주요 필자로 참여한 고철환 환경연합 바다위원회 공동위원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에게 도착했다.
고철환 위원장에게 한국갯벌 특별호 편집 의뢰가 온 것은 지난 2010년의 일이었다. 그 뒤 작년까지 한중 해양, 생태학자들의 집필이 이어졌고 편집작업이 진행됐다. 이공학계 국제학술지 가운데 해양과 연안분야에 관한 『Ocean & Coastal Management』의 권위는 독보적이다. 『Ocean & Coastal Management』는 왜 한국갯벌에 주목해 특별호를 발간하게 되었을까?
이는 와덴해와 한국 서해갯벌을 비교한 특별호의 결론을 참고하면 알 수 있다. 네덜란드,덴마크, 독일 3국 연안에 걸쳐진 와덴해는 이들 국가 해양과 연안의 생태적 중심이다. 3개국은 오염과 파괴로부터 와덴해 갯벌을 지키기 위한 국가 단위의 협력사업을 벌여 갯벌생태계 보전을 위한 사무국을 두고 갯벌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와덴해 갯벌을 지키고 있다. 『Ocean & Coastal Management』가 고철환 위원장에게 한국갯벌 특별호 발간기획을 타전한 까닭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와덴해 갯벌에 비견할 한국 서해갯벌의 현실은 어떠한가, 어떻게 해야 한국갯벌을 지킬 수 있겠는가?'
사실 이 질문은 한국사회 스스로 갯벌보전을 위한 의지를 세우고 실천방법을 자문하는 형태로 나왔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특별호 19편 논문들이 보여주고 있듯이 세계에서 가장 생태적 가치가 높은 한국갯벌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대접은 그런 질문이 해외의 학술지에서 나올만하다. 한국은 여전히 갯벌을 개발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회라는 사실이 특별호에 실린 한국갯벌 개발과 보호운동사의 아픈 기록이기 때문이다.
특별호에 실린 19편 논문의 저자와 제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철환-한국갯벌시스템-간척에서 보전으로의 전환을 요구함 △고철환 외-한국의 갯벌- 물리, 생태 및 관리 △왕웨이- 중국의 간척과 관리 △최영래- 1950-2000의 한국간척과 근대화 △최경식- 한국갯벌의 지형, 지질 및 퇴적 △황진환 외- 황해의 물리현상 △류주형 외- 원격탐사의 한국갯벌 관리 응용 △박진순 외- 한국갯벌의 미세조류 △박진순 외- 한국갯벌의 저서동물 △장창익 외- 서해의 어족자원 △함한희 외- 한국서해연안의 문화자원과 관리 △홍성진 외-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의 생태계 회복 △김도형 외- 허베이스피리트호 유류오염의 사회-생태 영향 △이창희 외- 시화간척의 환경-생태 영향 △류종성 외- 새만금간척과 저서동식물의 영향 △박영규 외- 새만금 방조제의 해수순환 영향 △박태현- 새만금간척과 법률 및 소송 △송태수 외- 새만금간척과 지역주의 정치 △고철환 외- 결론- 서해갯벌 간척의 전면적인 중단을 요구함-와덴해와의 비교
고철환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공동위원장 ⓒ함께사는길 이성수
한국갯벌 특집호 발간은 국제사회가 ‘한국 간척의 환경영향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학계로서는 ‘간척의 환경 영향’에 대한 축적된 연구역량을 보여준 일이기도 하다. 학계의 연구 결과가 그간 치열하게 갯벌보호운동을 전개해온 한국시민환경단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국가 주도 대규모 간척의 완전 중단과 보전 전환’과 정확하게 일치한다는 사실은 시사적이다.
특별호 논문들은 한국 연안의 갯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행정구역을 따라 관리단위가 파편화된 현실을 벗어나 ‘생태계 단위의 보전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갯벌바다’의 개념을 창안해 생태계 단위 보전해역 지정을 촉구했다. 그동안 한국갯벌의 간척은 선거 이익을 노린 정치권이 제안하고 행정이 뒷받침하는 국가 주도 개발사업으로 펼쳐졌다. 개발 이익은 개발사업을 직접 수행한 기업들에게 주로 돌아가고, 갯벌의 혜택 아래 갯벌에 긴밀하게 연결된 삶을 살던 주민 공동체의 몰락, 생태계의 파괴 등 자연과 사람들은 일방적인 피해를 당해 왔다.
와덴해에서는 1970년대 말 이후 간척사업은 완전히 사라졌고 1980년대 이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약 1만4000제곱킬로미터가 보전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갯벌은 2003년 이후 총 120제곱킬로미터가 12개 지역에 분산돼 보전되고 있을 뿐이다. 와덴해를 공유하는 3개국이 공동의 노력으로 하나의 생태적 단위로서 와덴해 갯벌을 지켜가는 것에 비교할 때 일국 내에서도 그 총면적이 대단히 작은 규모의 갯벌을 12개의 파편적 보전지구로 지정하고 있을 뿐인 한국의 해양환경관리정책은 참담한 실정이다. 특별호는 한국 갯벌바다의 보전을 위해 생태계 단위의 확장된 보호지역 지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환경연합 바다위원회는 특별호 발간 의의를 소개하고 특별호가 강조한 ‘한국 갯벌바다 보전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오는 3월 30일 ‘갯벌국립공원 지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와덴해를 지키는 보전전략은 연안환경관리해역의 경계선을 보전해역 경계선으로 삼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갯벌을 개발의 대상으로 여겨 왔다 ⓒ함께사는길 이성수
구불거리며 이어지는 갯벌들은 저 홀로 떨어진 존재들이 아니다. 갯벌들이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생태적 생산력은 갯벌들이 그들의 검고 고운 몸체를 서로 섞고 섞이며 하나로 연결된 전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편의대로 나누어 토막 내 개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특별호의 메시지와 한국 시민환경단체들의 길고 오랜 갯벌 지키기 운동사의 메시지는 정확하게 겹친다. 하나의 생명, 하나의 갯벌을 마땅히 지켜야 할 것으로 삼자,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만들자!
함께 사는 길 박현철 편집주간 parkhc@kf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