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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동문 > 남극의 과학자_안인영 박사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4-12-11l 조회수 1
img_20141031_008 안인영 박사 (84 석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생물연구부장

남극은 단순히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이 아니다. 전 지구에서 발생하는 자연현상의 부분적인 자궁이자 기후변화 문제 해결의 단초를 품고 있는 미지의 대륙이다. 우리나라 여성으로는 처음 남극에 발을 디딘 안인영 생물학자가 제28차 남극 세종과학기지의 월동대장으로 임명됐다. 월동대는 올해 11월 말 출국해 13개월간 남극에 머문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최창현, 김호상 학생이 인천 송도 극지연구소를 찾았다.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20여 년간 남극 과학기지에서 해양저서무척추동물의 생태를 연구해 왔습니다. 남극의 해양생태계는 종 다양성의 보고로서, 지구 전체 생태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남극은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곳 중 하나로, 특히 세종과학기지 근처의 빙하가 아주 빠르게 무너지고 있어요. 이런 변화가 주변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남극 연구의 장점이 궁금합니다. 남극에서 발견되는 것들은 굉장한 희소가치가 있습니다. 연구하는 방법론 자체는 평범하지만, 대상이 평범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저널에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도 있어요. 남극에서만 발견되는 토착종이 굉장히 많아서 남들이 안 해본 연구를 하고 싶다면 좋은 환경이죠. 남극에서 생활하며 연구하고 일하는 것 자체는 매우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해 극복할 수 있다면 아직도 개척할 수 있는 재료들이 무궁무진하답니다.

img_20141031_009 왼쪽부터 최창현 학생, 안인영 동문, 김호상 학생

“대선배님을 만나 기쁩니다. 최초 여성 월동대장이 아닌, 월동대장 ‘안인영’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_최창현 지구환경과학부 인공위성 지구물리연구실 석사 14학번(사진 좌측) “선배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삶의 가이드를 얻은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_김호상 지구환경과학부 11학번(사진 우측)

월동을 앞둔 소감 을 말씀해주세요. 하계 연구대원으로 남극에 자주 가다 보니 두려움은 별로 없지만, 지금은 월동대장으로서 처음 파견되는 것이기에 책임의 무게를 느낍니다. 대원도 직접 뽑고, 식량 준비도 하면서 본격적으로 안전 지침을 숙지하고 있어요.

1년 동안 월동을 잘 수행하려면 어떤 점이 중요한지 알려주세요. 단조롭고 폐쇄된 환경에서 오랜 기간 지내려면 ‘개인’, ‘임무’, ‘관계’ 이 세 가지 조화가 잘 이뤄져야 합니다. 우선 개인이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행복감을 느껴야 자기 임무와 타인과의 관계에서 모두 성공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개인의 건강, 행복은 자기 관리의 측면으로 치부됐는데, 조직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대원들과 함께 건강한 월동 생활을 위한 여가ㆍ운동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덧붙여 ‘안전’과 ‘성과’도 중요합니다. 기지의 모든 운영이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진행돼야 하는 건 당연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과학적인 성과도 창출한다면 더욱 좋겠죠.

어떤 월동대장의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23년 전에 처음 남극에 갔을 때, 연구가 아닌 ‘남극에 간 첫 여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어요. 최초의 여성 월동대장이 아닌 ‘세종과학기지의 국제적 위상을 올리고, 기지 운영을 업그레이드 한월동대장’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또한 대원들이 월동을 하며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제가 하는 일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일이 제게 주어졌고, 저는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마칠 때에는 ‘안인영이 있어 다른 월동대와는 달랐다.’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좋겠네요.

남극에서 돌아온 뒤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세종과학기지는 기후변화에 따라 해양생태계의 변화를 연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지금의 연구를 확장해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세종과학기지 기반의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남극에 다녀오면 환갑인데, 90살까지 산다고 하면 월동은 제 인생 2/3의 방점을 찍는 지점이에요. 삶의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며 무엇인가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인 것 같아요. 인생의 1/3은 배움의 시간이었고, 2/3는 열심히 쟁취하는 시기였어요. 마지막 3부에는 이제까지 과학자로서 쌓은 것들을 잘 마무리하고 베풀면서 남은 인생을 뜻깊게 정리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습니다.

서울대학교 홍보팀. 기사 사이트 http://www.snu.ac.kr/news?bm=p&bbsidx=120874&print=y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