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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l 2014-04-08l 조회수 1
[여성과기인 삶과 꿈] 안인영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선임연구부장 9c643b9627a0266e504fd3f6e272b694_tPIrAEHJqMsfxxveuMx7xO5vw 안인영 박사(84석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생물연구부장 1991년 12월 28일. 칠레 최남단도시 푼타아레나스에서 `에레부스`라는 배를 타고 험하기로 악명 높은 드레이크해협을 건너 세종기지에 처음 도착했다. 4박5일 동안 심한 배멀미로 거의 굶어서 기지 도착 후 처음 먹었던 미역국의 감칠맛을 잊을 수가 없다. 경이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 행운에 감사했다. 그렇게 남극과 나의 첫 인연이 시작됐다. 미국에서 조개 생태를 전공한 나는 남극에서도 유사한 연구를 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남극큰띠조개에 대한 정보를 얻은 순간 `내가 연구할 대상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세종기지는 1988년 2월 준공 후 약 4년이 지났지만 생존에 필요한 최소 주거환경만 갖췄을 뿐 연구시설은 매우 열악해 한국에서 계획했던 연구를 수행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항공화물로 미국에 주문했던 실험수조가 도착하지 않았고, 바닷물을 끌어들여 조개를 배양해야 할 실험공간도 마땅치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화물운송용 나무궤짝에 비닐을 깔아 실험수조를 만들고, 컨테이너 안에 급조한 실험수조를 설치해 배양실험을 시작했다. 창문도 없고 전깃불도 없어 컨테이너 문짝을 살짝 열어놓고 실험을 해야만 했다. 눈보라가 불던 날 앞이 안보여 건물에 부딪쳐 머리가 터지고, 눈 덮인 전선에 감전될 뻔했다. 온기 하나 없는 이글루 속에서 얼음물에 두 손이 얼얼해질 정도로 실험을 했다. 잠수부들은 그들대로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바다 속에서 가끔씩 나타나는 바다표범의 위협을 받으며 조개를 채집해야 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영국 등 남극연구에 반세기 앞서있는 국가보다 뒤늦게 남극해양생물연구에 뛰어들었지만 조개에 대해서만은 가장 많은 논문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잠수부의 뛰어난 실력, 끈기, 인내력 덕분이다. 여정에서부터 심한 배 멀미, 눈보라 속에서 강행한 연구 속에서 탄생한 첫 연구논문이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었을 때는 무척 감격스러웠다. 그 후 십수년 간 연구해 조개의 생태, 생식주기, 월동전략 등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렇게 축적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현재 기후변화로 인한 남극연안 해양생태계 변화 모니터링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세종기지가 위치한 남극반도 지역은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생태계 영향이 어느 곳보다도 크게 우려되는 곳이다. 남극해양 생태계와 환경 연구는 인류 최후의 원시적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나는 세종기지에서 처음 5년간 유일한 여성과학자였다. 불편함은 있었지만 여성으로서의 한계는 느끼지 않았다. 요즘은 많은 여성과학자가 남극에서 연구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본격적인 남극 과학 연구는 이제 겨우 반세기의 역사를 갖고 있다. 미지의 세계로서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기 때문에 신선하고 독창적인 연구 주제가 많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제1인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많으니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안인영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선임연구부장 iahn@kopri.re.kr Etnews.com 기획/특집 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