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동문 > 끈벌레 천적·먹이경쟁자 없어 대량 번식…생태계 이미 파괴됐을 것
"끈벌레 천적·먹이경쟁자 없어 대량 번식…생태계 이미 파괴됐을 것"
신현출 교수(86석사/92박사)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 수산해양대학 해양기술학부 교수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끈벌레 유입경로·서식원인
한강과 임진강에서 대량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끈벌레’에 대한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종(種)이고, 유입 경로 등 모든 것이 베일에 쌓여 있어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끈벌레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전문가가 드물고, 연구 사례도 거의 없다보니 인터넷 등에서는 추측이 난무하는 등 궁금증만 증폭되고 있다.
중부일보는 신현출 전남대 해양기술학부 교수, 윤성명 조선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 김준현 수원대 생명공학과 교수, 이정용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 등 4명의 국내 전문가에게 끈벌레에 대한 4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이들은 저서생물 전문가이긴 하지만, 끈벌레를 직접 연구한 적이 없기 때문에 추론한 것이다.
① 어디서 왔나 = 외래종 유입과 토종의 진화(변화) 두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선 한강과 임진강 등 기수역(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의 환경변화가 끈벌레의 서식환경을 조성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현출 교수는 “끈벌레 유생이 물을 따라 흘러다니다가 한강까지 왔을 것”이라면서 “최근 환경이 바뀌어 살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서 번식을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교수도 “기수역에 맞닿아 살던 끈벌레가 환경에 서서히 적응했을 것”이라면서 “기수역의 수온과 영양분, 일사량 등 끈벌레 서식에 필요한 삼박자가 들어맞아 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윤성명 교수는 “한강 일대는 외국과의 교역이 활발한 만큼 해외에서 묻어온 알이 서식 환경이 갖춰진 한강 하구 등에서 번식했을 것”이라면서 “국내 자생종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이정용 연구사는 “한강하류는 기수역에 가까운 곳이다”면서 “현장에 가봐야 정확한 사실을 알수 있을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② 대량서식은 어떻게 = 황소개구리나 제첩 등의 사례를 들어 강의 환경 변화와 먹이사슬의 경쟁원리를 대량서식의 이유로 들었다.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 등에 따른 서식 환경이 끈벌레 번식에 알맞게 변했고, 먹이 경쟁을 하는 국내 생물들의 개체수 감소가 특별한 경쟁없이 대량 서식할 수 있게 됐다는 추론에 근거한다.
신현출 교수는 “끈벌레도 황소개구리처럼 천적이나 먹이경쟁자가 없고, 삶의 터전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어 대량 번식이 가능하게 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성명 교수는 “기수역에 사는 제첩처럼 먹을 자원은 많은 데 다른종과 경쟁하지 않아도 돼 대량 서식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했고, 김준현 교수 역시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면서 플랑크톤 등 영양물이 한강 하류에 집중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강 중·상류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환경적응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윤성명 교수는 “임진강 중·상류에서 발견되는 끈벌레의 경우 내성의 범위가 굉장히 큰 괴생명체로 보인다”면서 “기수역의 낮은 염도에서 적응한 끈벌레가 환경오염 등으로 염도가 높아진 중·상류까지 번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김준현 교수 역시 “한강하류의 염도는 대략 3% 미만이다”면서 “환경변화에 진화했다면 염도가 낮더라도 중·상류에서 견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③ 유해성은 없나 = 어민들은 한강 하류에서 서식이 확인된 끈벌레는 신경계 독소를 품고 있고 환형동물과 갑각류, 연체동물 등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운다고 주장하고 있다.
끈벌레의 유해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김준현 교수는 “끈벌레의 경우 독소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 만큼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현출 교수는 “뱀처럼 먹이를 먹을때 독소를 사용하는지, 자기보호를 위해 독소를 사용하는지는 조사된 것이 없다”고 했고, 윤성명 교수는 “끈벌레는 갯벌 등에 주로 서식한다. 아직 유해성이 알려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④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 ‘생태계 파괴’를 우려했다. 특정한 종(種)이 대량으로 서식하게 될 경우, 생태계 구조가 변하면서 생태계의 안정성과 균형이 깨진다는 것이다.
윤성명 교수는 “끈벌레의 대량 서식은 실뱀장어 등 먹이사슬에 큰 손실을 입힐 것”이라면서 “환경의 변화는 더 커질 것이고, 이는 생태계의 연쇄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현출·김준현 교수도 “다른 종이 먹을 플랑크톤이 줄어들면 환경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먹이사슬과 생태계 변화가 염려된다”고 했고, 이정용 연구사는 “이미 파괴됐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김만구·김연태·이복진기자/dusxo519@